2. 구약 역사서 설교를 위한 석의적 관점
만일 설교자가 구약성경의 역사서 본문으로 설교하고자 한다면 그는 성경 전체의 문학장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다양한 말씀 앞에 직면하게 된다. 구약역사서 안에는 열일곱 권의 책이 포함되고 이는 성경 전체의 40퍼센트에 이르는 분량이다. 그에 비해서 예언서는 약 22퍼센트에 해당되고 신약의 복음서는 10퍼센트 가량이며, 서신서는 약 8퍼센트 가량이다.
1) 이야기 형식
흔히 구약의 역사서를 이야기 문학(narrative literature)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야기체 서술형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역사서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보고문, 족보, 목록 등 다양한 문학유형이 포함되어 있다. 이야기(narrative)는 플롯구조(plot structure)를 가지며 대체로 등장인물과 함께 전개된다. 이야기의 길이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에훗에 관한 기사는 모두 합쳐 19절 밖에 되지 않는 반면(삿 3:12~20), 다윗에 관한 이야기는 사무엘상의 절반과 사무엘하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역사서가 제공하는 인물 중심 이야기에는 영웅적인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비극적 주인공의 이야기도 포함된다. 특히 이스라엘 전체 왕조에 등장하는 왕들 중에는 다윗과 히스기야 같은 긍정적인 인물들도 있지만, 아합이나 여호야김 같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인물들도 있다. 때로는 모리아산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제사드리려 했던 사건이나(창 22) ‘엘리사와 물 위로 떠오른 도끼 사건’과 같이 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있다. 설교자는 이와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서 주어지는 현대적 교훈을 충실히 들어냄으로써 성서에 기록된 과거의 사건이 오늘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증거 할 수 있어야 한다.
2) 보고문 형식
보고문(report)에는 플롯구조가 없으며 인물 묘사 중심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전형적으로 하나의 사건이나 왕의 치적에 대해 간략히 요약한다. 보고문은 열왕기하(특히 15장)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족보는 종족이나 후손에 대한 가계보로 구성된다(대상 1~9). 또한 역사서에는 전투에 패한 왕들의 명단(수 12:7~24)이나 각 지파의 영역 및 성읍 목록(수 13~21)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용감한 전사들의 명부(삼하 23:8~39) 및 포로 귀환자 명단(스 2) 등 다양한 유형의 목록에 제시된다. 이 외에도 역사서에는 승전가(삿 5), 기도문(삼상 2:1~10) 등 서술문학에 해당하는 문학 유형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은 본문의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고 이와 같이 다양한 문학유형들이 어떻게 전체 줄거리에 기여하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3. 복음서 설교를 위한 석의적 관점
복음서 안의 자료들은 크게 분류하여 예수님의 말씀(sayings)과 기사(narratives), 즉 예수님의 교훈과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로 분류된다. 얼핏 보기에는 복음서가 같은 관점에서 쓰여졌고, 같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아가 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석하기 쉬운 듯 보이나 그렇지 않다. 엄격히 말하여 네 복음서가 각기 독특한 문학 장르이며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가상 칠언”을 중심으로 성금요일(Good Friday) 설교를 하기 위해 마가복음, 누가복음, 그리고 요한복음에서 발췌한 구절들을 결합시키는 것은 일곱 가지 해당 말씀들에 대한 각각의 콘텍스트를 정당하게 드러냄에 있어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1) 병행구절 비교
성경의 다른 어떤 문학 장르보다도 복음서의 문학적 해석은 병행구절(parallel passages)을 비교하는 것이 요청된다. 왜냐하면 네 개의 복음서들은 다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전제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건과 가르침 등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행구절을 비교하는 목적은 해당 사건이나 기록의 보다 세밀한 정황을 발견하기 위해서나 복음서간의 내용을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택한 특정 복음서의 본문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병행구로 되어있는 페리코피(pericope)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유익을 주는데, 첫째, 병행구들은 종종 어느 한 복음서에서 독특한 측면을 설교자에게 보여준다는 점이며, 둘째, 병행구들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들에 대한 상이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본문 이해를 시도하는 설교자를 돕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복음서들 상호 간에 보여주는 상이점들은 설교자들에게 혼선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설교 본문의 구체적 요점을 파악함에 있어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네 복음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이적기사를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온다:
1) 기사에 필요한 단어의 수
마태복음 157
마가복음 194
누가복음 153
요한복음 190
2) 공관복음에 나오는 공통적인 단어의 수 : 53
3) 요한복음에 나오는 공통적인 단어의 수 : 8
4) 서로 같은 확률
마가와 마태 59%
마태와 누가 44%
마가와 누가 40%
마태와 요한 8.5%
마가와 요한 8.5%
누가와 요한 6.5%
위의 비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오병이어의 사건에서 요한복음의 기사는 명확히 독립적인 기사이다. 요한복음은 꼭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하고 있고 물고기라는 헬라어가 전혀 다른 언어이다. 그리고 공관복음은 서로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
2) 역사적 해석
복음서에 관한 역사적 해석은 저자와 그의 수신자, 역사-문화적 배경, 그리고 저술 목적과 동기 등의 측면에서 설교자로 하여금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네 복음서들은, 다른 저자들에 의해, 각기 다른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신자들을 위해 기록되었으며, 독특한 계제(occasion)와 목적을 가진다. 이와 같은 상이점들의 불빛 안에서, 설교자는 복음서들이 매우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한다.
3) 알레고리적 해석 주의
특히 복음서에 빈번히 등장하는 비유에 관한 가장 정당한 해석은 다른 문학 장르를 해석할 때처럼 동일하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전제되어야 할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 것은 진리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모든 비유는 한 종류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차이를 비교하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진비유(眞比喩)이고, 떡 속의 누룩은 직유이며,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는 말은 은유이다. 그런가하면, “포도를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가시덤불에서 취하겠는가”는 경구(epigra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