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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아름다운 시작을 위한 낮아짐의 음악

 

새해 달력의 첫 장을 걸며 설레였던 일이 어제만 같은데 벌서 1월이 다 가고 있다. 빠른 시간의 흐름 앞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가 1월의 끝, 또 다른 시작의 마무리를 할 때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난 1,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졌던 소망과 다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한 해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떨리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의 초심을 아직도 간직하고 그때 다짐한대로 아직도 성실하게 살고 있는가를 되묻기도 하는 새해 첫 달의 마지막 시기, 그래서 조금은 부끄럽고 또 그래서 조금은 조급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에도, 또 내년에도 매해마다 새해가 되면 소망과 다짐의 시작을 하게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한 달의 끝에서도 여전히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끝을 위한 기초는 처음 가졌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음악 중에서도 특별히 오페라의 서곡들은 아름다운 결론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부분이다. 언뜻 생각하면 서곡은 본론을 예고하고 주위를 집중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은 부분인 듯 하지만 이 서곡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오페라에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없게 되는 위험도 있다.

 

서곡은 오페라의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에 관객이 잘 볼 수도 없는 어둑어둑한 오케스트라 석에서 연주된다. 마치 책의 서론, 혹은 정찬 요리의 전체요리와 비교할 수 있는 서곡이지만 서곡의 성공이 곧 전체 오페라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서곡을 그저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벼운 음악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서곡에서는 오페라 전체를 통해 소개되는 주인공과 사건들을 묘사하는 중요한 테마들을 모아 오페라의 선율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서곡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음악들의 요약이며 관객들에게 감상하게 될 오페라를 예시하고 기대하게 유도한다. 이 서곡의 음악이 아름답고 매력적일수록 청중은 더욱 긍정적인 자세로 음악에 집중하게 되고 좀 더 깊이 오페라의 본론에 몰입하게 된다.

 

서곡은 비록 중심에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오페라의 주요 선율을 다 가지고 있고 그것들은 통해 아직 보지 못한 오페라에 대한 기대와 판단을 하게 하는 묘한 역할을 담당하는 음악이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예산과 준비가 필요한 대형 오페라 공연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정작 오페라는 잊혀져가고 있지만 서곡은 독립적으로 자주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연주된다는 점이다. 또한 서곡은 교향곡의 필요성을 제시한 음악 장르이기도 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욕심내고 집착한다. 모두들 오페라의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곡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이 좀 더 예수 믿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본론을 기대하게 하고 집중하게 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서곡처럼 살 수 있다면 갈등도 괴로움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어둑한 곳에서 연주되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서곡처럼 알아주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아도 선한 영향력으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우리는 덜 다투고 더 나누는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서곡 같은 인생이 많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이 허락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주연을 하기 위해, 주연 중에서도 가장 역할이 많고 빛나는 자리를 위해 버려야 하는 많은 것들을 이제는 다시 찾아야 하는 시간이 왔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 타인의 것을 훼손하고 짓밟는 무자비한 욕심을 버려야 하고 그 빈자리를 낮아짐과 배려로 채워야겠다. 더 많은 배역을 맡기 위해 쏟아 낸 그 많은 거짓과 모략을 걷어내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마음을 보듬는 일을 해야 한다. 주인공이 누리는 화려한 인기를 보존하기 위해 아군과 적군을 만드는 이기심을 내려놓는 진정한 상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많은 오페라의 서곡들 중에서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서곡들이 많이 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피델리오 서곡,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1792-1868) 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그리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수많은 서곡들처럼 아름다운 서곡들이 많다. 웨버(Carl Maria von weber , 1786-1826)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서곡이나 노예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의 오페라 나부코도 감상하기 좋은 서곡들이다. 아름다운 끝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을 들으며 우리 마음도 서곡처럼 낮아지고 비워지면 좋겠다.

 

최현숙 교수 / 침신대 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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