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그냥 ‘안녕’이라 하면…

여의도 창

여자친구가 있었다. 정말 착하고 선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비전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길 원했고, 그 친구는 전라도를 벗어나길 꺼려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린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3년 후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수가 고향이었던 그 친구에게 “여수가면 함 볼까”라고 말했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알고 보니 그때 그 친구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고 나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쓸데없는 연락을 던졌던 것이었다.
그냥 헤어졌을 때 ‘안녕’하고 깨끗하게 끝맺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인생의 흑역사가 한줄 더 생겨났다.


한교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무산되고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한교연은 한기연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통합 결렬의 책임을 한교총에 돌렸다. 한기연으로 이름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자신들은 한국교회 하나됨을 위한 약속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한기연이란 이름은 한교총과의 통합에서만 그 의의가 있어 한교연의 선택이 그다지 좋은 모양새는 아닌 듯하다. 입장문 말미에 ‘한기총의 현 지도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앞으로 더욱 진지한 자세로 통합 추진 작업에 임해’라고 명시한 것을 보면 이제 그들의 통합 대상은 한기총이기에 굳이 이름을 한기연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지난 12월 6일 열린 한기연 7회 총회에서 정서영 전 대표회장은 WCC에 대한 비판의 말을 남겼다. 그는 “신앙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한 단체에서 목소리를 낼지 의구심이 든다. 어떻게 하든지 WCC와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발언했다. 한교총에 속해 있는 예장통합과 기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런데 예장통합은 한교연에서 같이 몸 담았던 교단인데 그때는 어떻게 함께했는지 궁금하다.
한교총, 한기연, 교회협, 한기총 4개 연합단체가 춘추전국시대를 연 만큼 동성애, 종교인 과세, 북핵 문제 등 한국교회 앞에 놓여진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많은 혼란이 예상되나 어차피 서로 결별하기로 했으면 ‘안녕’을 기도해주는 것이 차라리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국교회에 ‘안녕’이란 말은 낭만에 불과한 것일까?


범영수 기자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