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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그리고 한국교회

지난 주말 영화 ‘1987’을 봤다. 요리하다가 냄비도 태워먹어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겸사겸사 외출을 하며 예매를 했다. 한쪽에서는 빨갱이 영화다 한쪽에서는 젠더감수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초적 영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이데올로기적 해석을 뛰어넘는다면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먼저 군사정권의 압박에도 양심을 지켰던 이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박종철의 시신을 처음 봤던 중앙대 의사, 화장해달라는 공안수사처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검명령을 내리는 등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단초를 제공한 공안검사, 사인을 심장마비로 하라는 상부의 압박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국과수 부검의, 고문치사 범인이 세명 더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제공한 교도소 보안계장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이들에게는 등장인물들이 빨갱이에 협조한 천인공노할 사람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들이 어떤 진영에 가담해 고문치사를 세상에 알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직업을 보면 오히려 보수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민주화세력을 다 진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 생각하기에 ‘이건 아니다’라는 양심의 울림에 나선 이들이라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내가 왜 이 부분에 이야기를 했을까? 교계기자를 하면서 목격한 정치목사들과 그들의 편에 선 파벌 싸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목사들은 이런 정치목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들 때문에 일선에서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복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많은 목회자들까지 덩달아 욕을 먹고 있다.

한목협이 발표한 신앙의식조사 결과와 올해 신학대 지원 현황을 보고 하면 한국교회의 위기임이 분명한데 각자 진영의 논리에 휩싸여 싸움만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파벌에 휩싸이지 않고 정말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교단이라고 예외일까? 침례병원이 마냥 노조 때문에 이지경이 된 것인가? 침신대 이사회 파행은 어떤가? 2018년 침신대 정시 경쟁률을 살펴보면 아무리 인구절벽 시기라 해도 참담한 수준이다. 진영논리에서 제발 벗어나 위기의 골든타임을 훌륭히 이겨내길 기대한다. 두 번째는 주인공인 연희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다. 연희는 민주화운동이 싫었다. 아버지는 함께 노조를 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삼촌도 노조를 조직했다가 정직을 당했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 하려 했던 미팅도 데모 때문에 망쳐버렸다. 첫눈에 반했던 강동원에게도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고 화를 낸다. 하지만 삼촌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어머니가 백골단에게 폭행을 당하고, 강동원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모습을 보고 그녀는 변한다. 그리고 엔딩에서 수많은 연희들이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우며 ‘호헌철폐’를 외친다.


6월 항쟁은 소위 지식인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 대중들의 공감과 동참이 없었다면 진즉 군홧발에 밟혀 소멸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중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떤 영역에서든 중요하다.
내가 볼 때 이런 부분에 가장 취약한 것이 교회가 아닌가 싶다. 고작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이정훈 같은 이들을 강단에 세워 시민들이 이룩한 촛불집회를 폄훼하고 적폐청산에 찬물을 끼얹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교회라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아무런 득이 없다. 차라리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무리하게 발버둥치다 심해로 가라앉고 있다.
우리교단은 타 교단과는 다르게 일제의 신사참배가 성경적이지 않다고 거부하다 교단이 해체되기도 했다. 이는 일제에 대한 반감보다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가 크다.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다.


범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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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위 113-1차 회의
우리교단(총회장 이종성 목사) 위기관리위원회(위원장 가순권 목사)는 지난 11월 3일 총회 회의실에서 113-1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기관리위는 이종성 총회장이 경건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회의는 신임 위원장과 서기를 선출하고 총회에서 파송한 신임위원을 받았으며 1년 주요 사업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이종성 총회장은 안완수 목사(흥해)와 남기원 목사(의당)에게 신임 위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와 함께 신임 위기관리위원장으로 이재혁 목사(예수인), 서기에 구자춘 목사(신광)를 각각 선출했다. 가순권 목사는 “지난 회기 대형 폭우 피해 등으로 여러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총회와 위기관리위가 작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뿌듯함을 느꼈다”며 “차기 위원회도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힘이 되는 위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임 이재혁 위원장은 “107차 총회에서 시작된 위기관리위가 그동안 천재지변을 당한 교회들에게 힘을 주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교회들의 형편을 돌아본 것을 기억하며 앞으로 위기관리위 사역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총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