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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사회주의혁명 총공세의 진격지

정교진 박사의 북한 바라보기-26

이번 주에 케네스 배 선교사가 이끄는 북한관련 국제NGO단체 창립식에 다녀왔다. 캐네스 배 선교사는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로 2012년 11월 종교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혐의로 북한에 체포되어 2013년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은 이후, 735일간 형을 살다가 2014년 11월 9일에 풀려나 현재 국내에서 북한인권과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배 선교사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은 터라, 조금 흥분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이 밀려왔고 필자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것들이 있었다.

첫째는, 외국인 동역자들이 참여했는데, 어떤 선교사 가정은 배 선교사가 체포되기 전부터 중국에서 함께 했던 이들로 그가 체포되고 난 후에 다른 동역자들은 다 떠났으나 그 선교사 가정은 그곳을 지켰다는 것이다. 둘째는, 배 선교사의 멘토인 듯싶은 노년의 어느 한 목사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축도할 때 잠깐 모습을 비췄지만 그 기도 속에 주님을 향한, 북한영혼들을 향한, 배 선교사에 대한 애절함이 절절히 묻어나왔다. 이미 고인이 됐지만, 필자의 멘토였던 임 선교사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셋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배선교사의 소회와 중보기도요청이었다.  

케네스 배 선교사는 순서상에는 없었지만, 마음을 굳힌 듯 아주 조심스럽게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참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환영과 기대의 마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판조도 아니었다. 단지 ‘마음이 조금 복잡하고 어수선하다’라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필자 또한 동일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2년이나 넘게 북한에서 징역형을 살았던 그, 누구보다도 북한정권의 실체를 온몸으로 경험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어느 시간보다 더욱 경청하였다. 필자 또한, 심정이 통한 듯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주목했다. 

케네스 배 선교사가 북한을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북한관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소감을 말했다면, 필자는 평창올림픽에 대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이후, 북한매체들의 동향을 보면서 동일한 심정을 갖게 됐다. 필자는 김정은 신년사이후 오늘까지의 북한 노동신문을 전체적으로 꼼꼼히 검토했다. 우선, 김정은의 신년사부터 살펴보자.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이 신년사발표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련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라고 매우 호의를 베푸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렇다면, 이후 북한매체들은 어떤 반응 및 양상을 보였을까. 남한매체들은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에 하루에도 수십 건이 넘는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므로 국민들의 관심을 온통 그곳에 쏠리게 하였다. 반면, 북한매체(노동신문)는 너무나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은 ‘신년사 보고대회’, ‘신년사 학습회’, ‘신년사 지지성명발표’ 등을 전국적으로 가열차게 진행하고 있다. 노동신문에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신년사를 깊이 학습하고 있다’(3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신년사를 높이 받들고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자’(4일)와 같은 ‘신년사’가 들어간 제목의 기사 및 사설을 매일 한개 이상을 실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다 살펴보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분명히 언급했음에도 북한주민들에게 이 내용은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었다. 기사 및 사설의 초점은 신년사를 통해 제시된 ‘자력자강’ 및 그 방법인 ‘만리마 대 진군’의 구호들로만 넘쳐났다. 

남북한 고위급회담이 열린 9일 이후에도 노동신문은 관련 보도 및 기사를 전혀 실지 않았다. 단지,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련된 내용이 아닌, 김정은의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방안 제시’라는 용어를 계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사회주의혁명의 총공세’라는 구호만 내세울 뿐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기사는 고위급실무회담이 열린 17일이 되어서야 ‘북남실무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짧게 기사화했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평창’이라는 용어를 빼고 ‘우리 측의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라고 했다. 이처럼, ‘평창’은 북한에서 금기어이다. 또한, 북한정권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한 관계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북한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20일이 지나는 동안 북한을 대표하는 노동신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사가 단 한건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는 여기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읽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쏟아내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주민들은 오늘도 여전히 김정은 정권에 의해 ‘평창올림픽’이 아닌 ‘북남관계개선’을 외치며 ‘사회주의 혁명완수’라는 목표에 사로잡혀있다.

정교진 소장 
침례교통일리더십연구소,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