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찬송 속에 숨겨진 이야기>그 기쁨 알 사람이 없도다

김남수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아담 가이벨(Adam Geibel)은 어릴 적 눈병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그에겐 외동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신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한창 달콤한 신혼의 꿈을 펼칠 즈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사위가 다니는 제철회사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여러 명이 죽었고 사망자 명단에 사위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가이벨은 딸과 함께 사고 현장에 가서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사고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딸이, 또 사위가 얼마나 하나님을 잘 섬겨왔던가. 어찌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 눈도 모자라 딸의 사랑까지 앗아간단 말인가.”
가이벨은 하나님을 향한 원망스러운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 가이벨은 절친한 친구인 찬송작가 찰스 마일즈(Charles Miles)를 찾아갔다. 자신의 슬픔을 말하고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믿고 의지해왔는데 가족에게까지 이런 고통을 주시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삶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 놓았다. 가이벨의 이야기를 듣던 마일즈는 그 어떤 말로도 친구를 위로할 수 없었다.
마일즈는 친구를 바라보며 좋은 시를 지어서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이벨이 먼저 실의에 빠진 가족들을 위해 시를 써줄 것을 부탁했다. 마일즈는 친구에게 시를 선물했다.


나 홀로 동산에 나왔네.
I come to the garden alone
이슬이 아직 장미꽃 위에 맺혀있을 때.
While the dew is still on the roses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And the voice I hear falling on my ear
하나님의 아들이 들려주시는 음성이라네.
The Son of God discloses.


(후렴)
그가 나와 함께 거닐고 이야기하시며
And He walks with me, and He talks with me,
‘너는 내 것이라’고 말씀하시네.
And He tells me I am His own;
우리가 거기 머물며 나눈 그 기쁨
And the joy we share as we tarry there,
아무도 알지 못한다네.
None other has ever known.


이 찬송은 시각과 청각의 요소가 가미되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찬송가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1절은 주인공이 홀로 동산에 와서 걷고 있고, 2절은 말씀을 들려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3절은 이제 주님과 헤어져야 하는 서운함이 표현됐다.


마일즈는 이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12년 3월 어느 날이었다. 나는 사진기와 현상기구, 그리고 오르간이 있던 암실에 앉아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요한복음 20장을 펼쳐들고 읽었다.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를 만나시는 광경은 나를 매혹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그 말씀을 읽을 때 나도 그 장면에 끼여 있는 것과 같은 생각이었고, 마리아가 주님 앞에 무릎 꿇고 ‘랍오니(선생님)여!’라고 부르던 극적인 순간에 대한 말없는 증인이 되었었다. 이 환상에서 받은 영감으로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을 재빠르게 써내려갔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 찬송은 요한복음 20장을 배경으로 한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3일째 되는 날 새벽, 장미꽃 위에 이슬이 아직 맺혀 있을 때였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시체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혼자서 동산을 찾았다. 그러나 무덤을 봉했던 돌이 옮겨졌고, 시체는 없어졌으며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있었다. 그 때 뒤에 서계시던 예수님께서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라고 물으셨다. 하지만 마리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마리아야!”라고 이름을 부르시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를 알아차리고 “랍오니여!”라고 주님을 불렀다.


예수님께서 하신 한마디 “마리아야!”는 지금까지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실 뿐만 아니라 “너는 내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어떠한 슬픔과 아픔도 주님과 동행할 때 모두 사라지게 된다. 우리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오 거룩한 비밀이여,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 알 사람이 없도다.


저 장미꽃 위에 이슬(새442/통499)
작사 · 작곡: 찰스 마일즈(Charles Austin Miles, 1868-1946)


1.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후렴)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2.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우리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3.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