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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um? :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피아노 선율

최현숙 교수의 문화나누기

침신대 피아노과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더위도 때가 되면 물러갈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순리가 참 고마운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제는 제법 가을을 예감할 수 있는 바람과 함께 그렇게 치열했던 여름이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들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고 싶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보다가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의 피아노 음악을 다시 만났다. 27세의 청년 슈만이 음악으로 표현한 삶의 환상과 현실에 대한 진술이 담긴 환상소곡집 작품 12번은 피아노 소리를 아름다운 시적 서정으로 표현한 8곡의 주옥같은 소품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슈만이 사랑하는 연인 클라라를, 그녀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스승이었던 비크씨의  극심한 반대로 서로를 보지 못하는 시기에 작곡된 음악으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몽상적인 이상주의자와 다소 냉소적이지만 열정을 가진 작곡가의 양면적 내면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음악은 슈만의 음악적 미학이 농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각 곡에 제목이 붙어 있는 전형적인 낭만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세 번 째 작품의 제목이 가장 흥미롭다. 짧은 단어 하나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꿈과 소망을 담은 환상곡집 중간에 왜 갑자기 이런 제목의 곡이 등장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Warum”, 해석하면 “왜”, 혹은 “어찌하여”라고 번역할 수 있는 독일어인데 갑작스럽기도 하고 또 맥락을 벗어난 돌발적인 질문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자주 할 수밖에 없고 또 틈틈이 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도 이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데 타인을 향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자신을 향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는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를 돌아보며 시행착오로 인한 과오들을 반성하는 일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그래야만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우를 보기도 하고 그리스도인이 타협할 수 없는 가치조차도 포용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며 정당화하기도 한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권모술수를 부리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타인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당하고 잘못된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왜, 어찌하여 그럴 수 있느냐고 분명하게 물어야 하는데도 거북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하기도 한다.


현재와 현실을 약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나 자주 조금은 비겁해지고, 또 조금은 위선적인 것을 삶의 지혜라고 정당화해 버리지는 않는가? 슈만은 이런 인간의 나약하고 얕은 내면에 대해 단순하지만 신랄한 질문을 던진다. Warum? 어찌하여 그러느냐고, 왜 그렇게 밖에 살수 없었냐고 그의 음악은 묻고 있는 듯하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선율 속에서 슈만은 인간의 내면적 자기 성찰을 촉구한다. 나직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삶속의 많은 부조리함을 질타하는 슈만의 음악적 통찰은 진지하고 아름답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우리들의 이기심과 아집을 다 태워버리고 그 자리에 맑고 환한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슈만의 음악을 거울삼아 우리의 현재를 바로 보며 잘못된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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