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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문화의 화해와 공존

북 리뷰


문화의 신학┃폴 틸리히 지음┃남성민 옮김┃280쪽┃15000원┃IVP

“궁극적 관심으로서의 종교는 문화의 의미를 제공하는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기본적 관심이 자신을 표현하는 형식들의 총체이다. 간략히 말해 종교는 문화의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다.”
책은 저자의 학문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20여 년에 걸쳐 쓴 15편의 글을 담고 있으며, 그 범위는 문화의 신학적 이해로 시작해 신학과 다른 학문들의 상호작용, 그리고 그에 따른 기독교 신앙의 더 깊은 차원에 대한 이해에 이른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 관한 고민은 기독교와 신학의 역사만큼 오래됐고 근본적이다. 저자는 종교와 문화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논하며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밝힌다.
유럽과 미국, 두 번의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 신학과 철학의 두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저자는 교회와 세상, 종교와 문화를 다루면서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하지 않는 중재적 태도를 보여 준다.
신학과 신앙의 관점에서 이 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문화의 관점에서 종교에 대해 어떤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책은 제목이 주는 첫인상을 넘어서, 문화 혹은 세상에 대한 신학적 이해 혹은 해명뿐 아니라 그 이상의 주제들을 다룬다. 종교철학, 공간과 시간, 종교적 언어, 실존철학, 도덕, 미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서방과 동방의 기독교와 문화, 유럽과 미국의 지성과 종교, 마르틴 부버에 이르기까지 살피며, 저자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20여 년에 걸쳐 쓴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왜 저자가 “경계선 위의 신학자” “지성인들을 위한 사도”로 불렸는지 입증한다.


사실 내용이 쉽지만은 않아 읽는 것이 꽤나 곤혹스러웠다. 간혹 학부시절 전공서적을 읽는듯한 분명 한국어로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을 더욱 빠져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다시 되돌아가 읽게끔 말이다. 또한 문화와 교회(종교)와의 관계에 대한 고뇌를 안고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교과서처럼 사용될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범영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