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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목격한 감동의 복음

서평

이성하 목사
가현교회


복음이 울다┃데이비드 플랫 지음┃정성묵 옮김┃312쪽┃15000원┃두란노


현장은 힘이 세다. 저자는 뉴올리언즈 침례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6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돼 주목을 받았던 목사이다. 그는 그교회에서 사역한 경험을 책으로 쓰자마자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곳곳에서 강연과 설교로 수 많은 사람들을 섬겼던 그 데이비드 플랫 목사가 무슨 연유인지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둘러보고 나서 허름한 숙소의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했다.


플랫 목사가 목격한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놀라운 풍광이고, 또 하나는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처참한 모습과 가슴이 찢어지는 사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옥 같은 그곳에서 자기를 헌신하며 사역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감동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플랫 목사는 그 여정 속에서 침례교단의 신실한 목회자답게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자기가 목격한 것들을 마음에 품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현장은 정말로 힘이 세다. 온갖 통계와 기록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던 것이 현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낯설게 다가와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리고 모든 논리와 확신을 뒤흔들어 놓고, 기어이 미국의 엘리트 목사를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진짜 감동은 그 엄청난 비극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 놀라운 헌신의 이야기야말로, 신학박사인 저자가 알고 있던 기존의 교회론과 신학 이론을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심지어 쓸모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게 바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현장의 힘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실 플랫 목사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플랫 목사는 이 현장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한 목격자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플랫 목사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게 만드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플랫 목사는 그들에게 설교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고, 그들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모습에 감탄한다. 진짜 하나님의 사람들, 진짜 보석 같은 사람들, 그러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 사람들이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인 것이다.


플랫 목사의 훌륭한 점은 어린아이 같은 단순함이다. 그는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트래킹하는 여정 내내, 말씀을 붙들고 묵상하고, 그 묵상의 결과에 전적으로 순종하려고 한다. 그는 항상 말씀 앞에 엎드리고, 말씀이 이끄는 대로 가려고 한다. 플랫 목사가 묵상하는 그 말씀들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인데, 플랫 목사의 여정을 따라가며 다시 읽게 되는 그 말씀들은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현장은 말씀마저도 새로운 마음으로 읽게 만든다. 이 책은 많고 많은 방문기나 감상문, 답사기가 아니다. 플랫 목사는 실제로 이 여행 이후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 책의 원제가 “뭔가 변해야 한다”(Something Needs to Change)이다. 플랫 목사는 변했다. 이 책에서 플랫 목사의 트래킹 가이드 역할을 했던 ‘애런’이란 인물이 있다. 애런은 히말라야 지역 출신이고, 지금은 그 산악지대의 마을들을 물질적으로 돕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있는 사역자이다.


플랫 목사가 애런에게 물었다.
“왜 이곳에 오셨나요?”
애런이 대답했다.
“말만 하기가 지긋지긋해서요.”


애런의 이 말이 이 책에서 내 마음에 가장 깊숙이 박힌 말이 됐다. 나도 내 모습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말을 깊숙이 박아 놓고 곱씹어보려고 한다. 말만 하면서 살지 말자고, 지긋지긋하게 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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