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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익 목사의 한국형 ‘신앙 감정론’

서평

이성하 목사
가현교회


참 신앙과 거짓 신앙┃김형익 지음┃360쪽┃18000원┃생명의말씀사


김형익 목사님이 실력이 출중하시고, 탄탄하시다는 입소문을 듣고, 이분의 설교 동영상을 몇 편 찾아서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목회자들의 설교는 대부분이 대중적인, 듣기 편한 설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분들 중에 대중적인 방향보다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집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분들이 종종 있다. 김형익 목사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으로 보인다.


이번에 내놓은 ‘참 신앙과 거짓 신앙’은 김형익 목사님의 설교를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두에 밝히고 있듯이,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님의 ‘신앙 감정론’을 토대로 했던 설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나단 에드워즈가 ‘신앙 감정론’을 저술한 것은 미국의 2차 대각성 운동 이후에, 교회 안에서 나타난 온갖 부작용들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교회는 크게 부흥했지만, 부흥의 열기는 곧 가라앉았고, 교회에는 참된 신앙이라고 할 수 없는 타락한 신앙의 징조들이 나타났다.


에드워즈는 그 문제의 핵심에 신앙 감정 혹은 정서에의 폭발로 인한 혼란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김형익 목사는 ‘신앙 감정론’의 내용을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이 내용을 설교로 작성하면서 구성에서 몇 가지 변화를 줬고, 여러 다른 학자들의 고귀한 말들을 풍성하게 엮어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김형익 목사님의 실력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대가가 쓴 유명한 책을 토대로 설교하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훌륭한 바탕이 있으므로 설교를 망칠 염려는 없지만, 대가의 책과 비교 당하는 위험은 피할 수가 없다.
‘참 신앙과 거짓 신앙’과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 감정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가 받은 느낌을 말하자면, 에드워즈의 책을 읽었을 때는 예리한 수술용 칼로 해부당하는 느낌이었다면, 김형익 목사님의 책은 그에 비해서는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연하자면, 조나단 에드워즈의 책은 경이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투는 부드럽지만, 논리가 아주 예리하고, 예측하지 못한 지점들을 짚어내는 탁견 때문에, 읽으면서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반면에 김형익 목사는 이걸 설교로 대중에게 풀어내야 하는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리한 논리보다는 여러 가지 논거들을 나열하듯이 제시하면서 청중들을 깨우쳐주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조나단 에드워즈는 ‘신앙 감정론’에서 참된 신앙과 거짓 신앙을 구별할 수 있는 분명한 지표를 제시해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거울을, 아주 맑고 깨끗한 거울을 우리에게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 그것으로 각자의 마음을 살펴서 더러운 것, 잘못된 것을 씻어내고 분별하라고 한 것이다. 반면에 김형익 목사는 에드워즈보다 훨씬 단정적인 말투와 표현으로 이 시대를 고발하고, 다그치고 있다. 김형익 목사의 심정이 더욱 절박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좋은 책 두 권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과연 조나단 에드워즈가 그때가 아니라, 지금의 한국교회를 경험하고도 과연 그런 주제로 책을 썼을까? 물론 김형익 목사의 말마따나,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 감정론’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책도 결국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 쓴 책일 뿐이다. 이사야나 호세아는 당대의 신앙적 문제에 대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한국교회가 대각성 운동 이후의 미국교회와 같은 문제를 보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김형익 목사의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유익은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 감정론’을 읽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참에 목사님들이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 감정론’을 제대로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라기는 누군가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가 느꼈던 그 문제의식으로 우리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처방해주는 책을 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