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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서평>


성령의 열매┃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박세혁 옮김 ┃296쪽┃15000원┃CUP

코로나19는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어떤 방역 책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건의료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의식 등 삶의 전 분야가 세계대전 정도를 거쳐야 있을 법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신은 앞다퉈 한국이 세계적인 롤모델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권’과 ‘투명성’이란 민주주의 가치와 ‘개방성’이란 세계화 시대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방역 비결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세기를 동원해 가며 진단 장비, 마스크 같은 것들을 수입해 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투표라는 정치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방역 의료 부문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세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코로나19로 처한 상황을 세상의 ‘롤모델’이 될 만큼 잘 관리하는 걸까?
코로나19 상황을 맞으며 기독교 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방역 당국이 교회의 모임 예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는 천주교, 불교를 비롯한 단체 모임 성격을 가진 모든 기관, 단체에도 동일하게 이뤄졌다. 중앙집권적 성격을 가진 천주교와 불교는 일사불란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했다. 그러나 여러 교단과 신학이 공존하는 개신교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종교탄압이며, 예배는 어떤 경우에도 멈춰선 안 된다는 (모임) 예배 지속론과 감염병으로 인한 요구이기에 종교탄압이라고 볼 수 없고, 이웃의 생명을 위협받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는 배치된다는 (모임) 예배 중지론이 등장했다.


교회는 타의에 의해 방역수칙을 지키며 최소한의 인원만 모이는 예배, 온라인예배, 가정예배 등으로 예배 형태에 변화를 줘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교회란 무엇인가?” “예배란 무엇이며 어떻게 드려져야 하는가?”와 사회와 교회,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성도 차원에서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교회 차원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어떻게 변화될까?”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출판사는 본서의 한국말 부제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붙였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성령의 열매’는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다루면서 그리스도인의 성품을 다룬다. 한 사람의 성품은 일반적으로 그가 처한 삶의 정황에서 어떤 선택, 어떤 반응을 하게 되는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성령의 열매’는 그리스도인의 지향점을 제공한다.


사실 그리스도인들은 코로나19 같은 팬더믹 상황뿐 아니라 매일 매 순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은 어떤 것인가란 질문을 마주하며 자신의 믿음에 따라 응답하는 삶을 산다.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찰스 M. 쉘돈의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질문을 소설로 다뤄 많은 사람에게 도전을 준 명작이다.


만일 교회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세상을 향해 롤모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의 논지에 기초해 보면, 그것은 그동안 교회가 성장의 기술, 전략, 성과, 성도의 교회 출석, 봉사 여부 같은 겉모습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성품을 갖춰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서문에서 매일 아침 성령의 열매 맺기를 기도했던 존 스토트의 기도문을 인용하며 시작하리만큼 존 스토트를 존경하며 그와 비슷한 성경 주해 방식을 보여준다. 각 주제를 다룸에 있어 구약학자인 저자는 구약에서부터 논지를 출발해 신약에 이르는 탄탄한 주해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성령의 열매가 그리스도의 성품이며 그리스도를 좇는 모든 이들이 평생의 시간을 들여 배워 가야 함을 잊지 않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산상설교를 새로운 규칙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특징이라고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산상수훈이 그리스도인에게 새롭게 제시된 열심히 노력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 새로운 피조물이 된 그리스도인이 성령님의 인도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서 나타나는 삶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각 장 후반에 적용 질문들을 제공해 자신에게 맺혀지고 있는 성령의 열매를 점검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성령의 열매는 성령의 은사와는 다르다. 성령의 은사는 여러 종류이고, 선택적으로 주어지며, 교회의 덕을 위해 사용된다. 성령의 열매는 원어에서 단수로 표현되는 것처럼 성품이 발현되는 9가지 양상으로, 모든 사람에게서 맺어지는 열매이며 일차적으로 개인의 덕목이다. 성령의 열매로 이야기되는 덕목들은 경쟁, 승리, 강함이 미덕으로 칭송되는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소위 호구가 되기 딱 좋은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가 어떤 수준으로 맺혀지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삶의 양식이 교회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의 열매는 한 사람이 이웃과의 관계에서 단지 친절이나 감상적인 호의를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큰 희생이나 상처를 무릅쓰고도 돌봄, 격려와 필요를 채우는 실천적 삶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이 있는 곳에 치유, 회복과 사랑의 역사가 일어난다. 그런 이유로 사랑은 생명의 증거이고, 믿음의 증거이며, 살아계신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증거이다.


사랑은 자연스레 희락과 화평을 가져온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여 함께 누리는 기쁨과 평화이다. 자비, 양선, 온유, 충성 같은 덕목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여정에서 보여주신 순종에서 원형을 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일 내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만약 그 사람이 그리스도라면 나는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이 질문에 우리가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분께 인도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만일 복음 전도의 노력이 실패하고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롤모델이 되고 있지 못하다면, 저자가 지적하듯이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선포하는 그리스도와 우리가 비슷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그리스도인들의 성품 속에 성령의 열매, 즉 그리스도의 성품이 옹골지게 자리 잡혀야 할 때다.
박찬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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