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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일어나는 독서모임

┃이영애 외 6인 지음┃320쪽┃16000원┃요단

기독교 역사는 독서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도달하도록 인격을 훈련하는 독서법이 존재했다. 이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고 부른다.

 

가톨릭 전통에서 수도자들이 성경을 가지고 하는 영성수련법을 일컫는 말로 그 출발은 불분명하나 일반적으로 오리게네스(185~254) 신적 독서에 충실하라고 권면한 것을 시작으로 본다. 이후 12세기에   카르투시오회 소속의 수사 귀고 2(Guigo II)가 정립했다고 전해진다. 종교개혁은 로마가톨릭교회 전통과 교황 중심에서 성경 중심의 믿음을 회복하고,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신앙으로 우리를 인도했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공로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쉽게도 기독교 전통에 안에 있는 영성 관련 유산이 많이 간과된 것도 사실이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경을 지성의 차원에서 받아들여 독자가 분석하고 해석하는 독서법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성경을 인격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텍스트를 분석하지 않고 내면화하는 독서법이다. 한마디로 독자가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성경이 독자를 해석하도록 전인격적으로 귀 기울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절대자와의 합일감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 부분에서는 개신교 내에서 비판적인 견해가 있기도 하다. 개신교의 말씀묵상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렉시오 디비나는 더 깊은 단계까지 목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경이 아닌 일반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위한 책이다. 책의 내용 중에는 독서 모임에서 치유를 경험하게 된 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10여 년 전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심리적 치유효과와 목회상담 활용방법으로 렉시오 디비나 식의 독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치유가 일어나는 독서모임은 이러한 논의에 범주에 드는 책이다. 신성회독서상담교육원 소속 독서상담전문가 6명이 30여 년간 진행해온 독서모임의 성과와 노하우를 오롯이 담아냈다. 저자들의 이력은 관련 분야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크고 작은 독서모임을 진행한 경험으로 검증돼 있다.

 

책은 1~6장에 걸쳐 독서모임의 이론적 토대, 집단 상담 치료의 원리와 독서상담의 방법, 독서모임 인도자의 요건과 인도법, 인간 이해와 같은 독서상담 모임에 관한 이론을 다룬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독서모임을 통해 경험한 치유 사례를 소개해 자칫 이론을 접할 때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동기부여로 바꾸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체험형 독서모임 워크북이란 부제처럼, 이론을 다룬 후 7부에서는 실제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20권의 책에 적용질문지를 실어 독서 모임 훈련 교재의 기능도 담았다. 적용질문지는 처음 독서모임을 인도하거나 참석한 사람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순서, 시간 배정, 요약, 마무리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8부에서 주제별로 소개된 추천도서 목록은 3년여 동안 매주 모임을 인도하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이런 이유로 신성회독서 상담교육원의 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 독서 모임을 인도할 수 있을 정도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정식 교육을 받으면 신성회독서상담교육원이 발행하는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받을 수 있다. 책은 읽는 방법, 관점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각성과 치유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각 책에 대한 내용 요약의 수준이나 실제 모임을 인도하는 지도자의 실력은 중요한 고려 사항일 수 있다. 독서모임 지도자는 참석자들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준비되고 훈련돼야 한다.

 

여느 모임이 그렇듯이 모임 인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독서모임 지도자가 매번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거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서모임에서 나누는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참석자가 각자의 처지와 이해 속에서 각자의 해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길라잡이가 되는 질문을 할 수 있으면 족하다. 정작 마지막 순간에 독서와 나눔을 통해 해답을 찾고 치유를 경험하는 것은 참석자 자신이기 때문 이다. 책을 읽고 독서 지도사나 모임 인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점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

 

박찬익 목사 / 교회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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