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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110차 총회

지난 10월 27일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제110차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디 앞으로는 없길 바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비대면 온라인 총회를 개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에 따른 두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침례교보다 앞서 비대면 온라인 총회를 개최했던 타 교단들의 사례를 볼 때 여러 측면에서 현장총회에 비해 매끄러운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정기총회 당일 전국 26개 회의장에서 펼쳐진 정기총회는 철저한 방역을 기하며 진행됐다. 이름 모를 거대한 기계로 체온체크와 소독을 마치고 장갑과 마스크, 얼굴가리개까지 제공하며 혹시 모를 감염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번 총회에 대의원으로 등록한 인원은 총 879명이었다. 즉 대의원만 각 회의장에 33~34명에 스태프까지 더해 최대 50명을 넘지 않도록 인원 분배에도 신경을 썼다.


이제 문제는 회의 진행 과정이었다. 그런데 방식의 문제가 있었을 뿐 현장총회와 딱히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무 전에 진행된 개회예배도 소리만 들으면 현장총회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웠고, 매년 정기총회에서 시작부터 진을 빼놓는 대의원권 문제와 침례교 정체성 논란까지 번지고 있는 총회협동비 관련 예송논쟁이 어김없이 초반에 등장했지만 그 또한 나름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이러한 빠른 진행은 극약처방이었던 규약 유보와 2분의 발언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화면과 마이크가 한몫을 거들기도 했다. 아마도 현장총회였다면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를 상황이었 지만 하루라는 단축일정과 비대면 온라인 회의의 특성이 도리어 약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물론 본부 회의실이 아닌 곳에서 다른 장소에서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 입장에서는 소통에 어려 움을 겪어 힘들어 했던 이들도 있지만, 그동안 현장총회에서 사회 자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고성을 지르며 불만을 표출하던 모습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꽤나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루라는 짧은 일정 때문에 많은 부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려 정신이 없었던 점은 이번 110차 정기총회에서 경험했던 아쉬움 중 하나이다. 특히 108차 총회 특별감사 보고가 유인물 보고로 대체된 부분 때문에 자칫 이 문제가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정기총회 자료집에 실린 108차 총회 특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행정은 물론이고 재정 운용까지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보고서를 읽는 내내 차라리 108차 총회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것이 나을 것만 같았다. 안타까운 점은 그 해가 펜윅 선교 130주년이었단 점이다.


이제 110차 총회 의장단의 시간이다. 박문수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회는 정기총회가 끝난 후 이틀 만에 임원회를 소집하며 대의 원들이 그들에게 맡긴 책무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들려오는 소식 또한 침례교단이 새 시대로 도약하도록 적극적인 개혁의 드라 이브를 걸고 있다고 한다.


부디 110차 총회 의장단이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교단의 기관과 지방회 모든 교회들 또한 이러한 총회의 의지에 동참해 침례교단의 미래를 밝게 비추길 바란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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