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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임령은 교회공동체에게 주신 명령

대위임령┃마크 데버 지음┃최원진 옮김┃72쪽┃8000원┃디사이플

대위임령은 교회진흥원 산하 도서출판 디사이플이 9Marks에서 출간한 교회 기초시리즈(Church Basic Series)’ 전권 기획 출간 계획에 따라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이다. 9Marks 선교회는 지역교회들이 건강한 교회의 9가지 표지를 갖추도록 성경적 비전과 실천적 자료를 교회지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9Marks 선교회의 사역은 침례교 신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자였던 제임스 패커 (J. I. Packer)를 비롯해 팀 켈러(Tim Keller), 존 파이퍼(John Piper),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 톰 레이너(Thom Rainer), 웨인그루뎀(Wayne Grudem) 등이 있다.

 

9Marks 선교회의 대표이자 대위임령의 저자인 마크 데버 (Mark Dever)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캐피톨힐침례교회의 담임목사이다. 그는 듀크대학, 고든콘웰신학대학교, 서남침례신학대학교를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 기초시리즈(Church Basic Series)’는 침례교회의 정체성의 주초가 되는 6가지 주제를 다룬 기획도서이다: 침례, 주의 만찬, 대위임령, 교회지도자, 회중의 권위, 교회의 권징. 이러한 주제를 다루면서 침례를 받고 교회를 중심으로 사는 삶을 특징으로 하는 성도들이 주님의 명령에 부합한 삶을 사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대위임령의 저술 목적을 지역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일을 잘 감당하고,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돕는 데 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이제까지 대위임령을 다룬 대부분 책이 개인 차원에서의 전도와 선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성경적 대위임령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지역교회 개척과 성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요 논지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다.

 

첫째는 교회의 권위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마태복음 16, 18장에 근거해 교회가 천국 진리와 천국 백성을 구별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권위에 기초해 목회자 개인이 아니라 교회가 침례(세례)를 준다. 교회 지도자를 세우는 것도 지역교회의 몫이다.

 

지역교회 회중만큼 서로 간의 구원 증거, 지도력, 은사, 사역의 열매, 인격을 잘 알 수는 없다. 이 영역 중 상당 부분은 단기간에 진행되는 목회자 시취 과정에서 말과 글로는 다 검증되지 못한다. 학력과 제도권 경력 만으로도 확인 안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대가를 지급하고서라도 성경에 충실해지려 노력해왔던 침례교인들은 성경이 말하는 교회 공동체에 근거해 회중 주의를 채택했다.

 

자연스럽게 교회회원권은 철저히 회심에 근거했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은 지역교회 회중의 결정에 따라 지도자들을 세웠다. 제도권 신학교육 체계가 생기면서 이렇게 세워진 사람들을 신학교에 위탁해 교육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안수도 지역교회가 시행했다. 다른 교회들은 이렇게 세워진 지도자들을 교제와 협력의 차원에서 존중하고 인정해 줬다.

 

현재 한국에서는 신학교를 나와야만 목회자가 될 자격을 얻고, 지방회가 시취 권한을 가지고 지역교회에서 요청한 목사, 전도사 후보에 대한 검증과 안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상황화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사도행전을 개인의 영웅적 활동이나 신앙 차원이 아니라 교회를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도와 대표의 세움과 파송, 다른 교회의 개척이 지역교회에 의해 이뤄지고, 사역 내용 역시 파송한 지역교회에 보고 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참고할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침례교에서 지방회가 만들어진 기원이 순수하게 선교협력을 위한 것이었지 지역교회가 세우려는 지도자의 자질 검증이나 안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도 성경에서 말하는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교회에서는 신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수를 주고 지도자로 세우지는 않는다. 회중에 의해 인정받은 사람을 후원해 신학교에 보내고 안수해 그 지역교회의 지도자로 세우곤 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방회 시취의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그 지역교회가 분립개척을 하게 되면 이렇게 세워진 지도자 중 한 사람을 분립되는 교회의 지도자로 파송하곤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

 

둘째로 대위임령은 가서, 전하는 것까지가 아니라, 가르쳐 지키게 할 때 완성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이라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우리나라도 대위임령에 순종해 가서 전하는 것에는 상당한 헌신과 열매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은 선교지에 얼마나 성경적인 교회가 세워지는지를 결정한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고, 성례전이 올바르게 거행되는 구별된 모임이라는 저자의 이해는 대위임령에 입각해 가서 전하고, 가르쳐 지키게 한 결과로 생길 교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저자는 대위임령에 순종하는 방식이 도로공단처럼 면허를 발급한 후 가끔 관리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 신앙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대위임령에 대한 온전한 순종은 가서 복음을 전해 세워진 교회에서 지속적인 양육을 통해 제자로서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까지라는 것을 재확인해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나의 모습은 생물학적으로는 부모의 유전자를, 인격과 지식은 양육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복음과 백여 년 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선교사들, 한국이라는 토양, 믿음의 선배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리라. 그중에서도 처음 한국교회의 기초를 놓았던 선교사들의 신앙, 신학, 인격과 삶은 한국교회의 원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초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지금 세계 곳곳에 보내는 선교사들의 신앙, 신학, 인격과 삶의 수준은 장차 그 지역에 세워질 미래교회의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가서 전하는 것 이상으로 이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대위임령에 순종하기 위한 지역교회의 실천방법을 소개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도전도 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지역교회의 실천방법 5가지는 교회 개척하기, 멤버들 간에 제자화 문화 함양하기, 복음전도 문화 함양하기, 다른 교회들을 강하게 하기, 지역 전체의 복음 성장을 독려하기이다. 아울러 이 명령에 대해 각자가 보내는 자 또는 떠나는 자로 부르심 받았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고려 점을 제시하고 있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는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대위임령 앞에 예외가될 수 없다. 대위임령의 최종 목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전도가 안 되는 시대, 교회 개척이 불가능한 시대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게 됐다. 물론 이는 상당 부분 현실이 반영된 것이리라.

 

그래서 예수님께서 교회를 자기 몸으로 여기실 만큼 사랑하시고, 교회를 통해 사람 들을 구원하기 원하셨으며, 이를 위해 교회에 권위를 주시고, 성령을 선물로 더해 주시면서, 대위임령을 명하시고, 이 명령이 이뤄지도록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시면서, 성부, 성자, 성령께서 교회를 세워가시고 계신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교회진흥원 박찬익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