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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구속하라

 

아프리카 남단에 가면 스프링복(springbok)’이라는 영양이 있다. 이 양떼들은 무리가 커지면 이상한 집단행동을 한다. 조금이라도 앞서서 풀을 뜯으려고 서로 달리기 시작한다. 한번 뛰기 시작하면 수천마리 양떼들이 풀 뜯을 시간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뛰기만 한다. 그러다 해안가에 도달하면 갑자기 설 수가 없어 모두 바다로 뛰어든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같다.

 

21세기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시대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정글의 법칙(The law of the jungle)을 넘어선다. 무한 경쟁이요 전 방위 경쟁이다. 이것은 결국 무한탐욕으로 이어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한국은 더 심한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에 더 나은 삶(OECD Better Life)’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34개국 OECD회원국을 포함한 36개국 국민들이 살아가는 상태를 분야별로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종합 27위에 머물렀다. 그 중에서도 근로시간과 여가 활동을 토대로 집계한 일과 삶의 균형분야에서는 최하위권인 33위였다. 주간 노동시간은 44.6 시간으로 터키를 빼고는 가장 길었다. 무슨 말인가? 그만큼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이다.

 

왜 이럴까? 비교의식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여기서 비껴갈 수는 없다. 대형교회를 바라보는 중소형교회의 시계(視界)는 제로이다.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역시 비교의식이 문제다. 인생도, 사업도, 가정도, 자녀도 비교의식이 문제다. 가인이 아벨을 죽인 것도 비교의식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심기일전(心機一轉) 해보지만 안 되면 분기탱천(憤氣撑天) 한다.

 

2013년 올해도 벌써 하프타임으로 가고 있다. 목회도 사업도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벌써 마음들이 바쁘다. 굳이 느림의 미학(aesthetics of slowness)’을 말하지 않더라도 호흡을 가다듬을 때이다. 지나치게 분주하지 말자. 분주함의 끝은 허탈감이요 외로움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생길은 외로운데. <팡세(Penses)>를 남긴 블레이즈 파스칼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그는 일찍이 간파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 그 외로움은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다.”

 

이맘때쯤이면 시간을 구속하라.”는 성경말씀에 눈을 돌려 볼 때가 됐다. 개역성경에는 세월을 아끼라.(5:16)”고 되어 있지만, 영어성경에는 “Redeeming the time,”이라고 되어있다. “시간을 구속하라.”는 것이다. 구속(redemption)이란 깨끗하게 씻는다.’는 뜻이다. 시간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 시간을 되찾으라는 것이다.

 

후회와 나태함과 분주함에 주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아오라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시간에 쫓기면 시간이라는 놈이 ()을 시작한다. 그러다 방향을 잃고 달리기 시작하면 시간이 수퍼 갑()이 된다. 우리는 을()이 되고. 그 때부터 우리는 시간의 노예가 된다. 시간을 구속해야 한다. 낭비하는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빠삐용(Papilon)’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앙리 빠삐용 샤리에르(Henri Papilon Charriere)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무기수로 한평생 감옥에서 살아간다. 주인공 빠삐용은 자유를 찾아 끝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감방에서 꿈을 꾼다. 판사와 배심원들이 빠삐용에게 판결을 한다. “너는 유죄야!” 빠삐용은 반박한다. “아니야. 나는 죄가 없어!” 다시 판사가 말한다. “넌 유죄야. 너는 인생을 낭비했어.” 주인공이 소리친다. “맞아. 난 유죄야. 난 인생을 낭비했어.”

 

십계명 중의 8계명이 무엇인가? “너는 도둑질하지 마라.”는 것이다. 이 명령이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뜻만 있을까? 아니다. 4계명은 보다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 시간만큼 부모님의 세월을 도둑질한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하나님의 시간을 도둑질한 것이다. 사명 운운하면서, 상급 운운하면서 동분서주(東奔西走) 하지말자.

 

마태복음 20장에 포도원 품꾼 비유가 나온다. 아침 일찍 먼저 고용된 자도 세 시쯤에 고용된 자도 여섯 시와 아홉 시쯤에 고용된 자도 그리고 열한 시쯤에 고용된 자도 주인에게서 모두 한 데나리온씩 같은 품삯을 받는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일만 신실하게 하자.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을 주신다.

 

성경에는 두 가지 상()이 나온다. 하나는 경쟁에서 이긴 자에게 주는 상급(고전9:24)이 있다. 헬라어로는 브라베이온(brabeion)’, 영어로는 ‘prize’라고 한다. 또 하나는 그 행위에 따라 주는 공정한 보상(고전3:8)이 있다. 헬라어로는 미스도스(misthos)’, 영어로는 ‘reward’이다. 우리가 하늘에서 받는 상은 경쟁에 이겨서 받는 상(‘브라베이온’)이 아니라 섬김에 따라 공정하게 받는 보상(‘미스도스’)이다.

비교하고 시간에 쫓기고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시간을 구속하며 살자.

 

시간을 구속하며 사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가? 흘러가는 시간을 되찾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동행하는 시간만이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이 땅의 시간을 영원의 시간으로 만든다.

 

런던 타임즈에서 큰 상금을 걸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냈다. “영국 최남단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등 한 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이다.” 에녹이 한 일은 삼백년 동안 아들 딸 낳고 하나님과 동행한 것 밖에 없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도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았다.

 

하나님은 오늘도 바쁘고 분주한 우리들을 부르신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하신다. 동행하자고 하신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떠나가자. 보라, 겨울이 지나고 비가 그치고 사라졌도다. 땅에는 꽃들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때가 이르러 멧비둘기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는 푸른 무화과를 내며 연한 포도가 달린 포도나무는 좋은 향기를 풍기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떠나가자.”(2:10~13)

 

무한 경쟁을 넘어서는 것은 하나님과 동행하는데 있다. 분주한 것을 넘어서는 것도, 비교의식을 넘어서는 것도, 외로움을 넘어서는 것도, 하나님과 동행하는데 있다. 남은 시간, 하나님 그 분과 동행하면 좋겠다. 그것만이 시간을 구속하는 유일무이한 길인 것을 어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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