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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최현숙 교수

한국침신대

융합응용실악과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과 분노, 그리고 조국의 존엄과 자유를 절규했던 예술인 중에 특별히 문인들이 많이 있었다. 정의와 공의에 대한 남다른 민감성이 없더라도 일제 강점기는 세대를 초월해 우리 민족에게는 아픈 역사이며 뼈아픈 기억으로 전해져왔다.

 

이런 정서적 한은 아직은 세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감의 지점이 아닌가 싶다. 운동경기를 보더라도 유독 한일전에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한일전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공통된 열망으로 하나가 된다. 이런 정서적 공감대는 창작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고 특별히 민족의 한과 설움을 담은 노래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응하고 호응한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작품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보며 깊은 분노를 통해 국민적 연대감을 느끼며 민족의 아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는 등, 예술작품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오래된 시이기는 하지만 이상화 시인(1901~1943)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제목의 시는 거의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회자되는 시다. 1901년에 태어나 신교육을 받았던 지성인이었던 이상화 시인은 춘향전을 영역한 문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천재는 단명한다고 했던가? 그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43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는 1926년 “개벽” 6월호에 발표된 시로 저항정신과 국토 예찬을 중심으로 하는 그의 문학적 성향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지금은 남의 땅이지만 그래도 이 땅의 아름다움으로 몽환적으로 노래하듯 시작되다가 마지막 연에 이렇게 절규한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어쩌면 시인은 들을 빼앗겼지만, 희망마저 빼앗기는 것을 거부하며 그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시대적 아픔과 조국의 아름다움을 대대로 전하는 민족의 정신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이런 작품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같은 제목의 창작 오페라가 4년 전쯤, 초연되기도 했다. 소규모의 오페라이지만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와 이상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창작 오페라인데 자주 공연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런 작품들이 소규모 극장에서라도 자주 무대에 올려져 민족적인 정신을 공유하고 오늘의 현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다음 세대에게 분명한 민족의식과 자유에 대해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민족이나 나라의 상실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춥고 어두운 겨울을 경험한다.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것에 호되게 속기도 하고, 선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흠씬 맞기도 한다.

 

옳다고 믿었던 명분이 날카로운 배신의 칼이 되기도 하고 벗이라고 맹세했던 관계가 둘도 없는 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어느새 마음의 봄이 올 수 있는 토양은 메말라가고 얼어붙어 버린 것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몹시도 절망한다. 그런데 그 차고 험한 겨울을 지나면서도 햇빛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것은 끝내는 대지를 녹일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이며 공의로운 그분이 여전히 이땅을 통치하신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고 또 다른 소망과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에 우리나라, 우리 민족, 한국교회와 각자가 속해있는 공동체의 봄을 갈망하며 그 봄이 찬란하게 다시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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