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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의 진심: 교향곡 2번 “우크라이나”

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전 세계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팬데믹 상황으로 안 그래도 힘들고 지치는데 엎친 데 덮친다고 전쟁의 소식은 지구촌을 더 흉흉하고 심란하게 한다. 정의의 기준과 상식의 테두리가 모호해지는 우리 주변을 보며 무엇이 민족은 무엇이며 국익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국익을 위한 일이 다른 나라에는 비극이 되는 것을 보며 모두가 동의하고 지켜갈 수 있는 진정한 애국과 애민에 관한 생각이 복잡해진다. 
러시아의 작곡가인 차이콥스키(Pyotr Ilyich Chaikovsky, 1840~93)는 러시아 작곡가이면서도 당시의 민족주의 작곡가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지닌 작곡가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이콥스키를 그저 19세기 말엽에 러시아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작곡가로 다루지만 특징지어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차이콥스키를 동시대의 민족주의보다는 자신의 음악이 모두의 음악이 될 것을 지향한 작곡가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물론 그의 음악이 특정한 부류의 작곡가에 비해 민족주의적 요소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차이콥스키의 조국을 향한 진심이 나타나는 작품은 의외로 많이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이 교향곡 2번, 작품 17번이다. 이 작품은 8년 이상의 오랜 고민과 수정 끝에 1880년에 완성된 곡으로 4악장으로 이뤄진 교향곡이다. 작품 전체에 우크라이나 민요를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이 작품을 들은 친구이자 음악평론가였던 니콜라이 카슈킨은 “소러시아, 우크라이나”라는 제목을 붙여줬다. 그 이후부터 이 곡을 우크라이나 교향곡이라는 이름으로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차이콥스키는 이례적으로 세 개의 우크라이나 민요를 인용하고 있고 이것은 그가 자신의 뿌리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애정으로 작품을 만들고 연주했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표현을 빌리자면 글로벌한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자신의 작품세계의 기초를 자신의 조국과 문화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민족적 자아와 정체성을 노골화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민족적 정신과 애국심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민요를 연결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세월을 뛰어넘어 그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차이콥스키의 애국, 애민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오해에 항변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와 방법으로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었던 근원은 진심과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변의 시선보다 신념에 의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라 할 수 있다. 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탁월함에 있다. 본인의 일에 진심인 동시에 비범함을 갖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 말이다. 


흔히 타인을 비방하거나 타인의 의견에 집요하게 반대하는 사람의 이면은 열등감과 평범함의 한계 때문일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늘 타인의 탁월함이나 다름을 탓하며 주변을 원망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차이콥스키도 자신에 대한 편견적인 평가의 말을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편견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조국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냈고 이것은 동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좋은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2번이 다시 회자하는 이유도 단순히 이 작품의 제목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음악이 품고 있는 작곡가의 진심이 듣는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이콥스키의 나라, 우크라이나에 다시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기원하는 기도의 마음을 담아 보석 같은 “우크라이나 교향곡”을 다시 만나본다.

최현숙 교수
한국침신대 
융합응용실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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