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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창 1:2~2:3)

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④

 

창조 이야기는 신비로운 스토리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과 섭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참고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완전하게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죠. 읽어도 의문점이 남고, 어떤 것들은 앞 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검찰이 법정에 제시한 증거물이 아닌 이상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가 아는 지식들을 총동원해 세세하게 검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창조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하나거든요.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시작됐다.”
과학적, 철학적 논쟁들은 과학자들과 신학자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독서를 계속하도록 하죠.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창 1:26, 개역개정)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 그리고 그가,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 사는 온갖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창 1:26, 새번역) 하시고, 여섯째 날에는 사람이 창조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1장 26절은 여러모로 특이합니다. 우선 다른 창조의 경우에는 모든 것이 계획된 그대로 진행되는 듯 물 흐르듯 착착 진행됐는데 유독 사람 창조 이전에는 ‘이제 사람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언급을 한 후에 창조가 진행됐거든요. 왜 이런 언급이 들어갔을까요? 더구나 ‘우리’라는 복수형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보면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 등 세 분의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회의를 했다는 뉘앙스를 줍니다. 왜 ‘우리’가 모여 이런 합의를 하고서 사람을 만든 것일까요? 동식물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면 하나님이 직접 하시면 되는데, 왜 굳이 다스릴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걸까요? 
이 구절은 사람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창세기라는 책의 존재 자체가 사람을 위한 것이죠. 다른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이 구상하신 최초의 그림대로 만들어졌을 뿐이지만 사람에게는 그것에 더해 특별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이 증거입니다. 사람이 아닌 존재들은 어떤 형상을 따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디자인이 있었기에 처음부터 그 모양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물이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으므로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이 이유 없이 자신의 형상을 주었을 리가 없습니다. 자기 형상을 줄 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며,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부 하나님뿐만 아니라 성자와 성령 하나님도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에 모두가 함께 사람을 만들기로 결의하셨죠. 성부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창조하고, 성자의 사랑과 희생으로 생명을 주고, 성령의 내주하심으로 은총을 주시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이 한 구절에 보입니다. 또한 인간이 하나님의 사랑을 이토록 크게 받은 존재라는 메시지를 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됐다는 사실은 반대 방향의 적용도 가능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인간이 자기 안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니까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천정화 “천지창조”에 하나님의 모습을 그린 미켈란젤로는 어디에서 그 형상의 힌트를 얻었을까요? 당연히 사람입니다. 위엄 있고, 엄숙하며, 사랑이 많고, 정의로우며, 무한한 능력을 지닌 절대자를 묘사하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그분을 닮은 인간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나님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니 1장 26절은 단순히 인간 창조의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가 무엇인지 이해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고, 나아가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모습 안에서 참된 그분의 존재를 경험할 수 있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