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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 떡 사고 혼나다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 ④

신앙생활은 새로운 활력이 됐다. 성공이 전부라고 믿었던 내게 다른 희망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나님을 알아가고 예수님의 뜻을 살피는 재미가 독특한 즐거움이 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나를 돌보시는 이모 입장에서는 나의 변화된 모습이 영 마뜩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 떠나 이모 손에 자라고 있었는데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최소한 이모님의 시각에서는) 교회라는 곳으로 매주 출근하고 있었으니, 많이 불편하셨으리라 짐작이 된다. 오르지 않는 성적, 잦은 외출로 결국 나는 ‘교회 출입 금지’ 명령을 받게 된다.


​명령을 어기고 교회를 가다 걸리고 말았다. 나름 조심스럽게 갔는데,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교회 가는 모습이 보인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더는 교회를 갈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살았는데, 이번에도 말씀 잘 듣는 아이의 태도를 유지해야 할까?


​‘교회를 옮기자. 멀리 가자.’


​큰 결단을 하게 된다. 거짓말. 나쁜 것 알지만 학교 간다는 핑계로 친구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로 옮겨 계속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무려 버스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이 즐거움을 놓아버릴 용기도 나지 않았기에 거리는 문제 되지 않았다. 종점에서 거의 반대편 종점까지 가는 길이다. 교회 가는 길이 생각보다 지루했고 졸렸다. 그날도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교회로 향했다. 늘 그렇듯 하나님께서는 내려야 할 정거장에서 눈을 뜨게 하셨고 무사히 하차한다.


‘어? 처음 보는 할머니네?’


버스에서 내려 마주하게 된 할머니. 인도에 쭈그리고 앉아 떡을 늘어놓고 팔고 계신다. 평소 거리에서 물건 파는 할머니들 채소를 사드리곤 했기에 거리낌 없이 다가갔다. 어디서 사 오신 듯 깔끔한 포장의 떡들이 줄을 지어 있다. 스포츠머리 고등학생에게 할머님은 관심이 없다. 구매를 권하지도 않는 할머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오히려 내가 판매를 권한다.


“할머니, 이거, 이거. 얼마씩 해요?”


예상 밖의 손님이었을까? 할머니는 조금 커진 눈으로 나를 보신다. 일부러 안 사도 된다는 말씀에 원래 떡을 좋아한다는 보호막으로 방어를 한다. 그리고 제법 많은 양의 떡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할머니는 다시 눈이 커진다. 시골 어머니께 받은 용돈이 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적지 않았기에. 나는 종종 이렇게 부잣집 도련님 같은 씀씀이를 보이며 살고 있다.


사실 떡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저 떡이 다 팔리지 않으면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리해서 샀다. 나도 먹고, 성가대도 나눠 먹고, 늘 신세 지는 목사님 댁에도 드리고.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곁들이며 푸짐한 봉투를 들고 교회를 향했다. 교회와 붙어 있던 사택을 먼저 들러 봉투 하나를 내민다. 목사님을 향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감사와 사랑이었으리라.


“주일에 돈 쓰면 안 되는 거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이다. 고맙다거나,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다. 아니, 오히려 할머니를 도우려던 내 착한 마음을 칭찬하실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나는 훈계와 질책을 받았다. 주변에 있던 사모님과 딸들도 목사님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주일성수’에 관한 가르침을 들으며 불편한 기독교의 한 면을 알게 됐다.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안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생각이 많아진다.


​“사랑이 뭘까? 주일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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