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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사

순례자의 묵상 - 11
김형윤 목사
FMB 순회선교사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의 계절인 한국의 4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이른 봄부터 피기 시작한 꽃의 축제가 절정에 이르는 때가 4월인 것 같다. 덩달아 우리 마음에도 꽃이 핀다.


아직 잔설이 곳곳에 남아 있을 때 피어나는 동백꽃으로부터 시작해서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과 벚꽃에 이르기까지 숨이 가쁠 정도로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의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우리를 즐겁게 해줬고, 이제 뒤이어서 라일락, 영산홍, 제비꽃과 금낭화와 철쭉등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 봄의 축제 2부를 열어가고 있다.


과수원에도 연분홍빛 사과꽃과 복사꽃, 온통 주변을 하얗게 수놓는 배꽃들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기약하며 아름답게 피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조팝꽃도 하얗게 만개해서 산야를 희게 밝혀준다. 요즘 산과 들에 나가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이 펼쳐져서 행인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마음을 사로잡는데 기분 좋은 어지러움이다.


꽃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는데, 꽃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으며, 사이좋게 지낸다는 거다. 인간은 기회만 오면 서로 으르렁거리고 다투기 일쑤지만, 꽃들은 전혀 그런 게 없다. 꽃만 그런게 아니라 숲의 나무들도 그렇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정연복 시인은 “꽃들에게 배우다”란 그의 시에서 이렇게 꽃의 교훈을 들려준다.

 

덩치 큰 꽃이라 뽐내지 않고 
작은 꽃이라 기죽지 않는다 
인적이 많은 곳에 피든 
외딴 구석에 피든
꽃들은 그 모양이 한결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꽃이든 
이름 없는 들꽃이든
꽃들은 그냥 자기답게 핀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묵묵히 제 생명의 길을 가는 
꽃들은 모두 의젓하다 
사람들도 한세월

 

그렇게 살다가 가면 그만인 것을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싸움도, 대부분이 자리다툼과 욕심에서 비롯된 주도권 싸움 아닌가? 어찌 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미물에 불과한 한 떨기 꽃만도 못한게 아닐까? 탐욕 덩어리며, 간사하고 교활하고, 지극히 이기적이며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이란 종족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게 슬프고 부끄러워질 때가 너무 많다.


꽃들을 보라. 누구도 자기를 다른 꽃들과 견주거나 비교하지 않는다. 모든 꽃은 자기만의 독특한 모습과 자태를 간직하고 있으며, 자신의 향기를 품고 있다. 그런 꽃들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 걸까? 꽃은 때가 되면 조용히 떨어져 어디론가 자취를 남기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자기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피었다가, 때가 차면 자리를 물려주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이내 자신의 모든 것을 떨구어 버린다.


그런데 인간은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초라한 변명을 늘어놓고, 구차한 핑계를 대면서 자리와 지위를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데 그 모습이 가련하고 불쌍하다. 산야에 가면 꽃의 아름다운 겉모습만 볼게 아니라, 그들이 들려주는 무언의 소리를 듣고 오기를 바란다.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약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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