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우리를 대신해 죽으신 예수님이 사망권세를 이기시고 다시 사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부활절은 개신교에서 성탄절의 위상을 뛰어넘는 위대한 명절이다.
서양에서는 부활절이 국가적으로 최대 명절 중 하나다. 서방교회의 시발점이자 현재까지 가톨릭 신자율이 높은 유럽에서는 부활절을 1년 중 최대 명절로 기념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부활절을 크리스마스와 함께 최대의 양대 명절로 기념한다. 오세아니아의 호주와 뉴질랜드도 부활절이 최대 명절로, 부활절을 전후로 4일간이 휴일이다. 특히 호주는 부활절 퍼레이드 등 이 기간에 가장 많은 행사가 집중돼 있어 부활절을 1년 중 가장 중요하고 성대히 보내기로 유명하다.
북미의 캐나다 역시 크리스마스와 함께 최대 명절로 부활절을 기념하고 있으며, 부활절 전 성금요일은 법정휴일이다. 미국에서도 부활절은 중요한 기념일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부활절 일요일 당일만을 기념하기 때문에 성목요일, 성금요일이나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 같은 추가적인 공식 공휴일은 없다. 다만 미국의 회사나 공공기관들은 부활절 연휴로 성금요일이나 이스터먼데이에 대부분 문을 닫고 연휴를 즐기며, 학교들은 부활절을 기준으로 봄 방학을 주는 편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부활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의 근본 교리로서 인간 역사상 가장 핵심적인 순간이다. 참된 인성을 가지신 채 온갖 고통과 수치스러운 죽음을 당하신 영원하신 성자 하나님께서 영화된 육체와 함께 죽은 상태로부터 완전히 부활하셔서 더 이상 부패와 죽음 아래 거하지 않는 분이 되셨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가 참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확증해주며, 죽음과 무덤의 권세를 향해 불가역적 승리를 거둔 사건임을 만방에 알릴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현재의 구원과 미래의 육체적 부활을 보장한다.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고전 15:14)이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부활의 중요성을 더욱 각인시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부활절은 어떠한 모습인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매년 한국교회는 이때쯤이면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교단장회의를 통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따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부활의 기쁨을 한국교회가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이번 연합예배는 회복과 화합의 의미를 담아주기를 바란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교회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자각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세상을 향해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부활의 의미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을 바란다. 보수와 진보가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이 땅의 소외받고 고난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부활의 복음으로 회복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개신교는 부활의 은혜와 사명으로 세워진 생명공동체이다. 교회가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로 복음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