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3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햇빛 아래 서울의 중심부 세종대로 일대는 3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행렬로 가득 찼다.
이날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회 성도들과 시민들이 하나 돼 동성애 정당화 반대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외쳤다.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는 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측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서울시청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로 인해 올해는 남대문로 일대에서 퍼레이드와 각종 공연, 부스 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양측의 행사장 거리가 꽤나 멀어 충돌이 벌어지거나 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 유튜버가 여장을 한 채 거룩한방파제 국민대회 현장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경찰의 통제 덕분에 별 탈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신앙의 본질을 외치다
거룩한방파제 국민대회는 대회장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의 설교로부터 시작했다. 오 목사는 마태복음 28장 18~20절을 본문으로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대한민국 교회로 서라”란 제목의 메시지를 전하며, 동성애와 성전환, 낙태와 같은 반성경적 흐름에 대해 단호한 반대를 선언했다. 그는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며 진리 위에 서야 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합기도회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사무총장들이 기도자로 나섰고, 각 주제별 특별기도가 이어졌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퀴어축제, 낙태 허용 법안, 국가 지도자, 한국교회 목회자와 다음 세대를 위한 중보기도가 이어지며, 회개와 결단의 함성이 하늘을 울렸다.
“거룩한 방파제가 됩시다”
3부 국민대회에서는 박한수 목사(제자광성), 염보연 목사(한사랑)를 비롯해, 길원평 교수, 조영길 변호사, 서윤화 대표, 주요셉 목사 등이 연단에 올라,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가져올 폐해와 동성애·성전환의 위험성을 알렸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사회의 사례를 들어 동성애 교육 확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청년들은 공동 성명서를 낭독하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가정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길이며, 한국 교회가 거룩한 방파제가 돼야 한다”고 결의했다.
4부 퍼레이드는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출발해 서대문역과 경찰청을 지나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깃발과 피켓을 든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결혼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질서와 평화 가운데 행진을 마쳤다. 연세중앙교회 청년 500여 명이 함께한 율동 공연과 인크라이스트 워십댄스팀의 찬양은 참석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더했다.
“내년에도 광화문까지 나아가자”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국민대회를 통해 서울광장 퀴어축제를 막아낼 수 있었다”며 “이제는 광화문까지 집회신고를 확대할 수 있도록 우리 자리를 끝까지 지키자”고 독려했다.
윤상현 국회의원(국민의힘)은 현장에 참석해 “차별금지법은 기독교인을 역차별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악법”이라며 입법 저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폐회 기도에서 오정호 목사는 “대한민국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다음 세대의 부흥과 가정을 위한 회복을 선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동성애 지지 교회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서울광장 사용을 서울시로부터 불허당한 이후, 남대문로와 우정국로 일대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강행하면서, 시내 한복판이 동성애를 미화하는 각종 퍼포먼스와 부스로 뒤덮였다. 그리고 기독교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하는 메시지가 버젓이 통로 한복판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축제 현장에는 다수의 교회 단체들이 등장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를 지지하고 축복하는 혼합주의적 태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퀴어축제 부스에는 ‘로뎀나무그늘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 새날청년회’ ‘길찾는교회’ ‘무지개신학교’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등 교회 또는 교회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모여, “퀴어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성소수자 축복 기도” “무지개 목회자와의 상담”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보수 복음주의 진영의 한 목회자는 “예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도, 회개 없이 죄를 긍정하는 것은 복음이 아니”라며, “이러한 왜곡된 신학은 젊은 세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교회의 거룩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지개예수’ ‘하나님은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과 피켓이 현장에 등장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십자가와 무지개 깃발을 함께 들고 행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