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관계적 존재로서의 하나님께서는 역사적으로 항상 인간의 삶에 반응하시면서 자신을 계시해 오셨다. 이러한 하나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 역시 그 발달 과정이 일방적인 심리내적인 요소의 과정이라기보다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 개인을 둘러싼 여러 관계와 상호작용의 진행과정으로 말미암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행과정에서 신앙공동체는 구성원의 사회화, 공동체의 연속성과 안정성, 정체성 형성 및 사회적 변화의 자원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즉 공동체는 개인 내면의 의미와 목적과 외부 환경의 구조와 압력 사이를 매개한다.
따라서 개인의 삶과 신앙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상황의 가치와 규범과 압력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된다. 공동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순수하게 개인에 의해서만 구성된 신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체 내에서 개인은 공동체 내의 ‘중요한 타자들’(significant others)로부터 신앙의 언어를 학습하면서,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의 삶을 모방하고 동일시함으로 신앙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렇다고 하여도 신앙공동체가 직접 구원을 개인에게 줄 수는 없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구원행위의 유일한 주체이다
셋째, 신앙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공동체의 ‘같아짐’(sameness)이 아니라 온전한 ‘하나 됨’(oneness)을 이루는 기초가 된다.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같은 주(主)를 섬기기 때문에 영적으로 연합된 하나이며 나아가서 같은 신앙을 지니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신앙공동체들이 존재하나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하나 됨을 향한 것이기에 연합된 하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하나 됨이 신앙공동체의 치유와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 중의 하나이다.
넷째, 신앙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상호 호혜적이며 상호 책임적이라는 확신에 근거해 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신앙공동체는 구성원들 간의 유기적인 상호 연결성 또는 상호의존성을 보여 준다(고전 12장). 각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세워주며, 다른 이의 짐을 나누어지며, 죄로부터의 회복을 돕는다.
아울러, 신앙공동체에서의 목회상담은 몇몇 소수의 목회상담 전문가들이나 전업목회자들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의 책임이며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들 각자가 공여자인 동시에 수혜자로서 상호 호혜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자유교회전통에 속한 신자들은 자신들의 신앙고백과 이에 대한 공동체의 인정받음을 통하여 공동체에 가입하고 서로 교제하며 사랑의 짐을 나누어지게끔 훈련받고 양육된다. 이러한 사랑의 짐을 나누는 일은 상호 돌봄이 그 기초가 된다.
2.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체 접근의 유형
이상에서 살펴본 신앙공동체에 대한 목회상담적 접근의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한 두 가지 대표적 신앙공동체 접근 유형은 앞서 언급한 ‘공동 상황적 접근’과 ‘교제 공동체적 접근’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앙공동체에 대한 공동 상황적 이해
목회상담학에서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선구적으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졌던 목회상담학자로는 콜럼비아 신학교의 존 패턴(John Patton)을 들 수 있다. 그는 피터 하지슨(Peter Hodgson)이 분류한 신학의 시대구분을 바탕으로 목회상담의 역사적 흐름을 “고전적(Classical) 유형” (기독교권의 시작부터 목회에서의 현대 역동 심리학의 영향 시기),
“임상적(Clinical) 유형” (1945년부터 20세기 후반), 그리고 “공동 상황적(communal contextual) 유형” (1970년대부터 현재)으로 구분하면서 목회상담에서 신앙공동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접근으로서 ‘공동 상황적’ 유형을 제시했다.
교회의 출현 이후 초기 기독교 시대를 제외하고는 목회적 돌봄(혹은 목회상담)은 성직자 중심적이었으며 신앙공동체는 제도화되고 위계적이었다.
이러한 종교제도에 기초한 권위주의적이며 공식화된 고전적 목회돌봄(상담)의 형태는 20세기에 들면서 개인주의의 발달 및 인간 이성에 대한 우선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심리학의 발전에 힘입은 현대 목회상담의 출현과 더불어 개인의 내면과 그 내면의 관계적인 요소에 관심을 가지는 개인 심리 치유에 치우치게 됐다.
이러한 고전적 목회상담에서의 전통적인 제도화와 성직주의 및 20세기 후반의 심리학에 치우친 임상적 유형의 지나친 개인주의 및 사유화에 대응하는 적합한 통합적 관점으로서 목회상담에서 공동 상황적 접근이 등장하게 됐다. 이러한 공동 상황적 접근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관계성과 공동체에 기초한 인간 이해
최근 신학자들은 관계적 삼위일체(또는 사회적 삼위일체)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는 전통적인 한 분이신 하나님에 대한 이해보다 하나님을 세 분 인격의 관계적 특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목회상담의 초기 심리학적 모델은 인간을 관계적 존재로 보기보다는 독립적이며 분리된 존재로 보았으나 이러한 관계적 존재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에 대한 이해 역시 관계적인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관심은 전통적 신학에서의 불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인간의 삶의 상황에 반응하시고 동참하시는 공감적인 동시에 상호 관계적 존재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켰다.
이러한 관계적 삼위일체에서 출발한 신학적 인간이해는 현대 목회상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인간을 공감적이고도 관계적인 존재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인간이해는 인간의 죄악 역시 하나님과의 분리의 결과로 인한 인간 인격의 뒤틀림으로 보았으며 구원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 기초한 인격의 회복으로 보았다. 물론 인간 이해와 하나님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유사성을 얼마나 인정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러한 관계적 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목회신학과 상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2) 관계적이며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인간의 변화와 발달
초기 목회상담에서의 인간발달 이해는 주로 심리내적 단계이론에 근거하였으나 목회상담의 발달에 따라 인간 상호간의 관계이론에 근거한 인간발달 이해로 전환되어갔다. 오늘날 목회상담에서의 인간발달단계에 대한 주요 이론들인 자기 심리학, 대상관계이론, 그리고 가족체계이론 등은 개인의 심리내적 발달보다는 한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관계들의 상황 가운데서 개인의 자아발달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서 가족체계이론은 신앙공동체나 인간관계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존재하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가운데서 취하는 행동 유형에 대한 여러 가지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유익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야기를 중심한 해석적 목회상담 접근들은 개인과 신앙공동체의 자기이해나 발달이 그 개인이나 공동체 전체가 경험하는 어떤 사건이나 기억에 대한 이야기의 해석을 통해 사회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적 목회상담의 접근들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에 미치는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양병모 교수
침신대 신학과
(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