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에 강원도의 한 오지 교회를 방문했더니 날씨가 영하 15도나 되었는데 전도사 사택에는 냉기가 돌았고 방은 얼음장 같이 차가왔다.
전도사가 내게 와서 교회가 어려워서 겨울에도 군불을 지피고 자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나 자신도 하루에 연탄 두 장으로 밥을 짓고 불기운을 유지하며 단 칸 전세방에서 어렵게 살 때였지만 전도사의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 되었다.
그런데, 세우 잠을 잔 후에 아침에 마당에 나가서 사방을 둘러보니 마을이 산에 둘러싸여 있고 뒤뜰이나 다름없는 뒷산에는 삭정이, 솔방울, 죽은 나무 등걸 등 조금만 수고하면 모을 수 있는 땔감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손님인 내가, 나무를 해서 불을 지피고 살아라, 어쩌라 할 처지가 아니어서 내 일만 보고 왔지만 일에 대한 전도사의 태도가 걱정 되었다. 그의 마음에는 목회자와 사모는 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각인된 것 같았다.
일하는 사모
근래 한국교회는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새로 선 교회들이 자립교회로 성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교회는 성장하지 못해도 자녀들은 커가며 씀씀이도 달라진다. 목사의 사례비로는 가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
목사는 심방하고 가르치고 기도하는데 전무(專務) 하고 사모는 목사를 내조하는 데 전념(專念)하는 것이 이상(理想)이지만 형편에 따라서는 교회 밖에서 일해서 가계에 보탬을 주고 자신의 재능(전공)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일에 대한 관점도 국가에 따라 매우 차이가 있어서 가까운 미국만 해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의 사모가 나가서 일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라고 비난 받는다. 또 우리나라는 부부 중 한 쪽만 일해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회구조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부부가 일해야만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직업에 관계없이 부부가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목회자의 겸직
목회자를 따로 초빙할 형편이 못되는 한적한 농어촌 교회의 목회자는 교사나 관공서의 촉탁 직원, 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상담, 복지, 음악지도 등 사회 봉사성(性) 일을 해서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교회와 가계에도 보탬을 주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목사가 공교육기관의 교사를 겸직한다고 생각할 때 교육과 전도 모두에 유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단 신학교가 다양한 전공을 개설하고 또 교육, 상담, 복지학과 등에 교직과정을 운영하면서 복수전공을 권하는 이유의 일부가 여기에 있다고 보아서 틀림이 없을 것이다. 목회는 하나님이 주신 신성하고 고귀한 직분이다. 목회자 부부가 일한다고 해서 그 신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신성한 의무이며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