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치유공동체로써의 신앙공동체의 목회상담적 적용
앞에서 살펴 본 목회상담적 신앙공동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목회상담의 적용에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 전제가 바탕이 된다.
첫째, 건강한 개별화가 아닌 건강한 참여 정도가 공동체적 목회상담의 목표이다. 기존의 일반 상담이 자기 이해를 통한 건강한 개별화가 문제의 해결책이라면, 공동체적 목회상담은 개인의 안녕이 소속 신앙공동체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관점에 기초해 있다.
둘째, 개인의 문제를 심리내적 요인, 즉 개인적 요인이나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신앙공동체의 구조나 문화 등에서 찾는다.
즉 개인의 문제의 원인이 개인적 요소가 아니라 공동체적인 요인이 있음을 파악하고 신앙공동체가 이러한 개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한다. 이러한 두 가지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치유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치유공동체로써의 신앙공동체
치유적 접근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부터이다. 이러한 치유공동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신앙공동체의 형태를 비롯한 여러 형태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다. 기독교 상담학자 래리 크랩(Larry Crabb)과 댄 알렌더(Dan Allender)는 신앙공동체는 그 자체가 지니는 상담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도의 연합을 통하여 서로를 보완하고 채워주는 치유적 역동은 공동체 내에서의 전문가의 역할이나 선행적 치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조건들을 초월한다. 즉 신앙공동체가 치유의 상황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치유적/상담적 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철은 신앙공동체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을 가장 분명하게 나타내야하고, 그분의 사랑을 가장 깊이 느끼게 해 주는 곳”이기에 신앙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에게 개인의 단순한 관심과 지지를 넘어선 회복과 치유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또한 신앙공동체 구성원 서로서로가 상호의존적인 유기체이기에 신앙공동체에 속한 개인이나 집단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상처나 고통에 대한 치유는 필연적으로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들의 문제와 그 원인들을 이해할 때 진정한 치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여러 인간관계는 구성원들이 지닌 근본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최상의 장이자 치유와 회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시적으로나 특별한 상황 또는 특정 기간에만 이루어지는 구조화된 상담심리적 치유행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공동체 구성원 상호관계 속에서 임재와 경청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고 나아가서 그 효과가 지속되는 점이 신앙공동체가 지니는 치유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신앙공동체가 지니는 이 같은 치유의 힘에 대하여 크랩과 앨랜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친구로서 사랑하는 것보다 치료자로서 사랑하기가 훨씬 쉽다. 훨씬 적은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힘은 좋은 이론이나 신중한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즐긴 것과 같은 관계를 우리 사회에서 재생산해 낼 수 있느냐에 놓여있다.” 박영철 역시 이에 대하여,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치유는 “단순한 심리적 치유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신성한 인격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오는 치유이며 그리스도와의 신비한 합일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행위인 것이다.
교회(신앙공동체)는 하나님의 신비이며 그리스도의 인격 그 자체이며 그 분의 현현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신앙공동체는 그 자체가 상존(常存)하는 치유집단이자 궁극적인 성장과 성숙의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한다.
치유공동체적 신앙공동체 이해에 따르면 인간의 어떤 절박한 필요나 상처나 고통들은 공동체의 치유의 힘으로 회복되고 치유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명한 기독교 저술가인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신앙공동체를 “나님의 응급실” 또는 “하나님의 복지관”으로 묘사하고 있다. 신앙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하여 그 사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이뤄진다. 이러한 치유공동체로서의 신앙공동체가 지니는 치유의 원리와 일반적 과정은 다음과 같다.
2. 신앙공동체를 통한 치유의 원리
1) 안전감의 원리
신앙공동체를 통한 치유에서 수반되는 개인의 자기 개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앙공동체에 속한 개개인의 자기 개방은 자신들이 속한 신앙공동체가 자신들의 상처와 고통과 실수 등에 관한 비밀을 지켜주며, 수용적이며 공감적이어야 효과적이다.
따라서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상호 나눔과 돌봄의 과정을 통한 치유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을 안심하고 개방할 수 있는 비밀 유지를 비롯한 수용성과 공감적 태도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의 안전감이 필수적이다.
2) 상호 개방의 원리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개방이란, 자신의 타인을 향한 개방은 물론이고 애써 외면하였던 자기 자신을 향하여 개방적이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방을 통하여 한 개인의 이야기는 공감과 동일시의 과정을 거쳐 그 공동체 전체의 이야기가 되어 상호 치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신앙공동체 내의 치유가 가능한 이유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의 현재나 과거의 비밀이나 상처나 고통의 경험을 들으며 공감하고 동일시함으로 자신들의 억눌려져왔던(애써 외면했던) 상처와 고통에 관련된 감정들이 표출됨으로 감정적 정화(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경우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망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감과 상호개방성의 원리를 통하여 가장 성공적으로 공동체의 치유적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밥 스미스(Bob Smith)와 빌 윌슨(Bill Wilson)이 시작한 ‘단주 동맹’ 또는 “익명의 금주회”(Alcoholics Anonymous)라 불리는 세계적 단체이다.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중독의 고통을 함께 겪는 동병상린의 친구들로 구성된 공동체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중독과의 싸움을 이겨나가고 있다. 이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나눔의 시간에 경청하며, 따뜻하게 수용하고 격려의 악수와 어깨를 두드리며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 그동안 얼마만한 진보가 있었는지를 나누고 축하한다.
양병모 교수
침신대 신학과
(목회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