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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부족

 

삶이라는 시간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부족함이다. 늘 시간과 물질, 배경과 건강이 부족하다. 지능, 기술과 성취하고자 하는 열매와 능력이 부족하다. 또 보이지 않는 정서적 감성을 넘어 영적 결핍도 늘 따라다니며 불안케 하는 부족함이다.

 

지금은 넉넉하지만 잃어버릴 가능성 때문에 앞당겨 부족하다. 만족함의 상한선이 늘 조정되고 타인과 비교하는 욕망이 더욱 부족하게 한다.

 

유엔은 한국을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물 부족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국가이다. 즉 한국은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라기보다 물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살면서 직면되는 현실 상황도 돌아보면 마찬가지다. 뼈 속 깊이 심어져 있는 죄 성의 욕망으로 인한 빈곤의식이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풍성하게 쓰고도 남길 수 있는데 부족함은, 곧 관리의 부족이다.

 

인도 체라푼지에서는 연 최다 강수량 26,461mm(, 26미터 높이)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최소 강수지역으로는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으로 여기는 국지적으로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타카마 사막같이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곳은 관리 할 것도 없다. 관리의 부족이라는 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타카마 사막처럼 관리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인생은 없다. 물론 인생의 출발선에서 관리할 것이 다른 사람에 비해 너무 적어 사막처럼 부족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관리하도록 내리는 은총의 비는 사막이나 열대우림의 차이 일 뿐 예외 없이 성실하게 내린다. 그러므로 인생들의 부족함은 절대적 부족이 아니다. 시간과 물질, 감성과 영적인 수많은 자산과 달란트의 관리 부족이다. 아무리 많은 자산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관리의 부족을 넘어서서 오는 풍성함은 없다.

 

하지만 삶속에서 느끼는 부족함은 늘 받지 못한 부족으로 이해하며 살게 한다. 항상 관리부족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보다 받지 못한 부족함에 마음이 간다. 그래서 이유도 많고 변명도 길어지게 된다. 가진 자와 기득권자에 대한 왜곡으로 까지 치우치게 한다.

 

또 비교의식에서 오는 주어짐의 격차는 더욱 받지 못한 부족함의 아쉬움에 이르게 한다. 관리 부족을 더욱 많이 받지 못하고 주어지지 않는 기회의 부족으로 보면, 관리는 더욱 소홀히 된다. 자연히 잘 관리해 성숙하고 풍성케 하려는 의지는 약해질 것이다.

 

주어져 받은 씨앗을 키우고 가꾸는 관리의 가치 보다 더 받아야 함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삶의 부족은 받지 못한 부족 이전에 받은 것을 관리하지 못한, 관리 부족의 인식이 먼저이다. 관리의 부족을 알고 잘 관리하려고 해도 관리 할 수 있는 능력의 훈련은 또 다른 문제이다.

 

관리 부족을 알았다는 사실이 풍성하게 넘치는 인생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받은 것을 관리하며 풍성하게 누려야 인생이 부족함의 갈증으로 목말라함은, 관리의 부족을 넘어 관리 능력의 부족이다.

 

사실 관리 부족의 내용은 관리 능력의 부족이라고 바꿀 수 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잘 관리하려고 해도 그 능력의 부재가 관리의 무능이 된다. 그러므로 관리 능력의 부족이라 할 때 포함한 된 것이 기술(technology)이다.

 

기술은 훈련을 통한 실행과 반복의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된 능력이다. 주어진 것을 잘 관리해 풍성하게 누리는 능력과 기술은 훈련해야 한다. 삶은 받은 달란트를 잘 관리해 남기려는 충성의 예술이다. 주어진 풍성함을 잘 관리하는 관리 능력의 여정이요, 그 누림이다. 받은 것을 잘 관리하여 부족함이 없이 풍성하게 남기는 사용 설명서의 유산이다.

 

물질적이고 보이는 것들은 관리의 부족을 넘어서면 풍성함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영적인 풍성함은 관리의 개념을 넘어 관계와 연합의 차원이다.

 

소유와 그 소유의 관리를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다. 연결과 접속의 부재로 인한 부족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관리 한다 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다른 부족함이 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부족함의 반대에 아무것도 없어도 만족하는 다른 풍성의 차원이 있다. 늘 부족함의 현실 속에서 잔이 넘친다는 고백은 관리와는 다른 만족감이다.

 

주신 자 와의 관계 속에서 넘쳐나는 관계의 배부름이요, 영적 포만감의 표출이다. 부족함은 없음이 아니라 떨어져 사는 분리에서 오는 실존적 허기이다. 먹고 나면 배고픈 일용할 양식과 다른 양식의 배부름은 부족함을 넘어서는 새로운 은총이다.

 

배고픔 속에서 새로운 양식으로 배부른 우물가의 잔치는 부족함의 다른 끝을 보게 한다. 부족함 속에서 넘치는 풍성함은 관리부족을 넘어 풍성 그 자체에 연결되는 새로운 양식이다. 목마르지 않는 새로운 샘물로 솟아나는 생수로 만족하는 그 풍성을 소망한다.

 

추복현 목사 / 광주요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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