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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은퇴준비


목사의 정년은 교단에 따라 대략 68, 70, 75세로 각기 다르며 우리 교단은 개 교회에 따라 달라 80세가 넘도록 현직인 경우도 있지만 대략 70여세 정도 인 것 같다. 생산직에 비해 길다고 할 수 있는 교수의 정년도 65세인데 그에 비하면 목사의 정년은 정말 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정년은 반드시 온다.


나의 형제는 8남매다. 막내인 내가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니 형제 중 절반은 이미 은퇴를 했다. 친구들 중에서도 일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벌써 자신들의 은퇴가 멀지 않았음을 이야기 한다. 그들에 비하면 목사인 나의 정년은 많이 남았다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내게도 정년 즉 은퇴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 2013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남성 기대수명은78세 여성은 85세라고 한다. 그리고 2011년 한국의 종교인 평균수명은 82세라는 모 대학의 연구보고도 있었다. 이를 근거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20년 후에는 기대수명이든 평균수명이든 훨씬 더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본다면 내가 70세에 은퇴한다고 할 때 대략 15년을 더 산다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 후의 삶이 15년이 되는 것이다. “15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은퇴 준비로 가장 먼저 할 것은 건강관리인 것 같다. 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다음은 경제력이다. 최근 구설에 오른 국민연금공단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급증하는 노인빈곤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목회자도 자신의 노후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모 목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는 목사들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며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신의 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며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바쳐 목회해온 목사님들 중 은퇴할 때 교인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바쳐 목회했으니 내 노후를 책임지라는 목사님의 기대에 교회의 반응이 못 미치게 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교회를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목사 자신도, 교회도 슬기로운 경제력 측면의 은퇴준비를 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많은 농촌 교회를 비롯한 미자립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은 노후 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교단 차원의 해결은 요원하고 국가차원의 대책은 빈약하다. 최근 모 목회월간지에서 목회자의 생계를 위한 직업 갖기에 대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이는 이 문제가 그 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자식이 유일한 노후대책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탄식어린 농담이 떠오른다.


다음은 일이다. 일은 그냥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일은 일하는 사람의 가치 즉 쓸모 있음을 드러낸다. 유능감은 사람에게 활력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게 하는데 정말 강력하게 작용한다. 또한 일은 일하는 사람의 인간관계를 유지 발전시킨다. 어떤 은퇴한 사람의 이야기다. “3, 3년이 지나니까 모든 것이 끊어집디다.” 은퇴 전 인간관계가 3년이 지나니 다 끊어지더라는 한탄이다. 단절과 소외를 경험했다는 말이다. 목회자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겠지만.


다행히 원로 목사로 남게 되신 분들이나 은퇴 전 자신의 사역을 미리 준비해 놓은 몇몇 큰 교회 목사님들을 제외한 목사님들은 아무런 할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주변에 은퇴하시는 목사님들 중에 은퇴 후 목회가 아닌 새로운 일을 하시는 분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한 번 목사는 영원한 목사인데 목사는 목회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에 올 해 은퇴하는 교수 두 분이 있다. 한 분은 자신의 은퇴준비를 위해 자신의 전공과 다른 대학원을 다녔고 다른 한분은 은퇴 후 할 사업을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했다. 목회만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 아닐 찐데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대전제 아래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것도 지혜로운 은퇴 준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선배 목사님이 은퇴를 자꾸 미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생각되는 것이 있었다. (이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오래 전 그 분이 목사들이 바둑이나 장기 두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은 등산이나 운동도 좋아하지 않으셨고, 낚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그림이나 음악에도 별 관심이 없으셨다. 그랬다 오직 목회 일념으로만 살아온 그 분은 은퇴 후 취미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취미를 갖는 것도 은퇴 준비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뭘 취미로 하지? 목사가 독서를 취미라 할 수도 없고... 


고성우 목사 / 반조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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