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불로 장생주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테마지막 수업이란 작품은 우리 교과서에 수록되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쓴 또 다른 작품 불로 장생주라는 제목의 작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단편의 내용은 이렇다.


프랑스 프로 몽테르수도원에는 가난을 미덕으로 삼는 수도사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창문이 깨져도 유리를 끼우지 못했으며, 종탑은 다 찌그러져 무너졌고, 종이 깨져버렸지만 고칠 돈이 없어서 수도사들이 나무 막대기를 두드려 시간을 알려주기에 이르렀다.


그 수도원에 젖소 두 마리를 돌보는 고세라는 수도사가 있었다. 가난하고 궁핍한 수도원의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고세수도사는 수도원 원장을 찾아가 면담하게 됐다.


어릴 때 자기를 키워준 양부모가 불로 장생주라는 술의 전문가였으며 어깨 너머 배운 것을 기억하면서 6개월간 연구하고 실습한 결과 드디어 그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불로 장생주를 재현 하는데 성공하게 됐다.


불로 장생주소문은 프랑스 전역에 퍼져 나갔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가난에 찌들었던 프로몽테르 수도원은 하루아침에 돈 방석에 앉게 됐다. 수도원이 달라졌다. 건물을 새롭게 수리됐고 뾰족탑은 새롭게 세워졌으며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주체 못할 정도였으며 수도사들의 옷과 신부들의 옷이 번드르르 했고, 손가락마다 사파이어 반지가 빛났다.


그 공로로 고세수도사는 신부 서품을 받게 됐으며 아무도 그가 신부가 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불로 장생주를 만들고 잘 익었는지 시음해 오던 고세신부는 이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어느 날 수도사와 신부들이 경건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누군가 문을 쾅 열고 들어와 노래를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마신 술로 인해 혀가 꼬부라져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던 수도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탄아 물러가라외치며 고세신부를 밖으로 끌어냈다.


이튿날 수도원장에게 이 소동의 보고가 들어갔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던 수도원장은 단호히 명령했다. 앞으로 고세 신부를 예배실 출입을 금지하고 양조장에서 불로 장생주만 만들도록 해라고 엄명을 내렸다.


고세신부는 수도원장에게 간청했다. “제발 불로 장생주를 그만 만들고, 예전처럼 젖소 두 마리를 키우면서 미사에도 참석하게 해 주세요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수도원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오히려 고세신부에게 자비로운 주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지실 것인즉 아무걱정 말고 수도원을 위해 불로 장생주를 더 많이 만들라고 격려해 줬다.


수도원장은 미사 때마다 끝 순서에 우리 수도원을 위해 봉사하는 고세신부를 위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고세신부를 축복합니다.”라고 기도했다. 프로 몽테르수도원의 수도사들과 신부들은 새벽기도 시간을 잊은 지 오래됐다. 한 낮에 불로장생주 만든 것을 병에 담고 라벨을 붙이고 다시 마차에 싣고 배달하다 보니 너무 고단해서 새벽에 일어나지를 못했다.


어떤 때는 미사 시간에도 작업하는 수도사들은 빠지고 배달 나간 사람들도 빠지니 절반이 채 되지 않은 채 모여 미사를 드렸다. 재료가 도착한 시간에는 일손이 모자라 모두가 달려 나가 일손을 도와야 했다. 심지어 미사를 중지하고 일손을 돕는 일도 일어나게 됐다.


수도원장은 왜 고세신부가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배제 시켰을까? 수도사들과 신부들은 왜 기도시간에 잠잘 수밖에 없었을까? 고세신부는 왜 알코올 중독이 되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까? 모두가 다 불로 장생주를 만들어 생기는 돈 때문이었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고세신부를 축복하는 수도원장은 과연 오늘의 누구를 지칭 하는 것일까?


요즘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비통해 하는 시점에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가다보니 모두가 돈 때문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내가 낸 헌금이 내 신앙생활의 모두를 대신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교인이나 주일에 교회를 안 나오고 예배를 소홀히 하는 교인이 온라인으로 헌금이 송금된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목회자나 무엇이 다를까? 이즈음 프로몽테르수도원의 고세신부 이야기는 계속 뇌리에 오버랩 되고 있다.


김기복 목사 / 인천교회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