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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농사 - 조영순


가난한 살림살이 드러난 모퉁이

흙 그리운 사람들

채전과 꽃밭을 가꾸고 있다

스티로폼 상자, 겨우

봉숭아꽃 고추모종이 자라고

방울토마토 붉게 익어간다

먹고 사는 일이 급했던 시절

큰 솥 가득 밥을 짓고

작은 솥 가득 국을 끓일 때

부러운 것 없었던 어머니

배고픈 숟가락 부딪치며

밥상머리 한가득 둘러앉았던 형제들

모든 것은 뒤돌아 볼 때 의미를 얻는다

농사짓는 것 말고는

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

가꿀 땅 한 평 없는 도시로 밀려와

자꾸만 아래로 쳐지는 나팔꽃

휘청거리는 가는 줄기를 올려주며

어둑어둑 터지는 분꽃 농사를 짓는다

쟁기질 할 농토를 잃은 아버지

굽은 등과 거친 생애의 수고가

아직은 더 깊게 갈아엎어야 하기에

씨앗 한 알 심으면

오래 바라던 둥근 열매를 돌려주는

생의 비밀을 알았기에

분내 쏟아지는 골목은 늘 풍년이다

 

조영순 사모는 좋은책터 굿글로벌 대표다.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등이 있다. 남편 박영 목사와 기독교문화사역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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