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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한 침례교회의 견해 평가(끝) Analysis of Baptists’ Views on “the Dialogue with Other Religions”


5. 복음주의의 일반적 견해

침례교 학자들이 주장한 독특한 침례교 주장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침례교회들이 수용하고 있는 복음주의 그룹의 견해들을 분석해 보겠다. 복음주의 그룹에서 타종교와의 대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대표적 저술은 미국 복음주의 선교학회(Evangelical Missiological Society)에서 시리즈 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1995년 출간한 기독교와 타종교(Christianity and the Religions)이다. 이 저술의 내용을 토대로 종합하여 볼 때 복음주의 그룹은 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첫째로 기독교는 다른 종교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자기를 계시하시는 무한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시고 인간들이 계시된 것을 인식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종교가 각 개인보다 더 위대한 대상에 대한 관계의 표현이라면 그에 헌신하려는 욕구는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욕구의 보편적 표현이 종교이다. 그러므로 타종교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 다만 인간의 종교적 표현은 인간의 죄성뿐 아니라 신과 인간의 상호 교류를 파괴하고 왜곡시키는 악한 영적 존재에 의해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임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로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대화나 평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 될 것이지만 고도로 분별해야만 한다. 죄와 사단의 파괴적인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모든 인간의 종교적 표현은 의구심을 갖고 보아야 될 것이다. 종교가 자아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한 관계성 혹은 궁극적 헌신이라고 정의된다면 그 존재의 성격은 종교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성경은 타종교에 나타나는 다른 신들의 존재를 우상과 신들과 연합된 귀신의 능력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고 보므로 필연적으로 불법자라고 본다. 성경은 다른 종교의 구원 가능성을 분명하게 부인하고 있다 (4:12).

세 번째로 타종교와의 조우에 참여하는 기독교의 형태는 의도된 상황에 의존해야 한다. 성경에는 다양한 타종교와의 조우가 등장하고 있다. 때로는 타종교를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경고, 논쟁, 대결, 선교적 반응까지 다양하다. 타종교와의 조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일률적인 목적과 방법에 국한되지 않고 때로는 대결과 논쟁을 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선교적 목적을 위한 대화와 증거를 벌일 수도 있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공동체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과 증거 사명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이해해야 할 사항이다.

네 번째로 적절한 형태의 타종교 간 대화는 선교에 포함시켜야 한다. 대화가 전도와 병행될 수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른 종교 전통의 사람들에게서 진지하게 듣고 배우려는 의도와 인격체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려는 목적의 대화는 수용되어야 한다. 이는 에릭 샤프의 대화 구분에서 논증적 대화와 세속적 대화의 부류에 속하는 대화를 의미한다. 또한 종교자유를 근거로 한 상호 증거에 해당하는 대화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로 비공식적 대화와 공식적 대화를 구분해야 하며 비공식적 차원에서 복음주의자들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비공식적 대화란 주로 타종교 전통에 속한 개인 간 혹은 소그룹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의미한다. 해롤드 네트랜드(Harold Netland)는 비공식적 대화는 주님과 바울도 행한 모델로서 우리가 따라해야 하며, 다른 사람을 인격체로 진지하게 대우하는 자세이고,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서는 반드시 행해야 하는 과정이며 다른 종교인을 대할 때 겸손과 민감함, 상식적 예의에 속하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식적 대화란 타종교 전통의 사람들과 대규모 혹은 공적 자리에서 행하는 대화를 의미한다. 공식적 대화는 개인 자격으로 행하는 대화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대화의 목적과 전제에 따라서 참여할 것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여섯 번째로 복음주의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가진 대화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피할 수 없다. 1) 하나님은 여러 종교 전통을 통해서 자신을 계시하셨다; 2)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하나님과 인간의 상황에 대해서 절대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3) 종교 간 대화는 종교 진리를 추구하는 공통의 탐구 작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4) 가장 심오한 종교 진리는 명제적 진리가 아니라 특정 교리적 형식을 초월한 상징적이고 포괄적 진리이다; 5) 하나님께서는 다른 종교 추종자를 통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말씀하실 수 있다; 6) 타종교인을 영적으로 잃어버린 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7) 타종교인에게 예수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영접하도록 하는 의도의 대화는 불가하다 등이다. 회의적 반응의 기준이 되는 위의 내용들은 복음주의자들이 대화에 접근할 때 수용할 수 없는 전제들이다.

침례교회는 전반적으로 위에 언급된 대화에 대한 복음주의 그룹의 견해를 수용하는 편이다. 물론 아메리칸 침례교회나 유럽의 일부 침례교회는 복음주의 그룹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고 좀 더 포괄적인 에큐메니칼 그룹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침례교인의 비중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나가는 말

침례교회의 신앙 전통은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에 가깝다. 이에 따라서 타종교와의 대화에 소극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타종교와의 대화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강하게 표현했다. 침례교의 전통적 특성에 따라서 종교 자유와 선교적 사명을 중시하는 이중의 부담을 포괄하는 종교자유에 근거한 타종교 간 상호전도를 타종교를 향한 태도로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 견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종교 자유는 태생적으로 서구 민주적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범 지구적으로 수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부에 들어서서 이슬람권이 종교 자유를 부정하기 시작하자 거대한 선교지역인 이슬람 국가들에서 무기력한 주장이 되고 있다.

또한 침례교회는 복음주의의 일환으로 다종교 세계 속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서의 약점으로 인해서 타종교에 대한 유력한 접근 방안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 문서는 각기 다른 기독교 전통 간에 상호 공통점만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수용을 거부할 명분이 없지만 실천적인 차원의 구체적 지침으로는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하겠다. 다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본적 태도에는 도움이 되는 지침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오늘날 침례교회의 타종교 대화에 대한 주장은 복음주의 그룹의 일반적 견해를 주로 따라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논증적, 세속적 차원의 대화에는 적극적이고 개인적 혹은 비공식적 대화에 적극적이지만 에큐메니칼 그룹의 신학적 전제를 수용하는 개념의 대화나 공식적, 집단적 대화에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종교다원주의 논쟁은 어쩌면 조금 시대가 지나는 주제인 듯도 하다. 그러나 세계 선교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한 시점에서 타종교와의 공존과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복음주의 그룹에 좀 더 적극적인 종교신학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 침례교회도 마땅히 타종교와의 대화나 신학적 입장의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침례교회 내부의 의견들을 조율하고 공동의 대처를 하는 면에도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타종교를 거부하기보다는 분별력을 가지고 그 존재를 인정하되 대화의 성격과 목적을 분명히 하는 개념의 발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본다. 한국 침례교회는 신학적 차원에서 종교신학이 크게 뒤쳐지지는 않았다고 보지만 지역교회의 차원에서는 크게 이해와 교육의 부족을 발견한다.

타종교를 거부와 공격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유용하지 않으며 종교다원주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 분별력 있는 대화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과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현모 교수

침신대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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