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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홈 이야기 “사랑이에게 희망과 복음을”

해외선교회 통일선교네트워크 조이 김 선교사


사랑이는 지난 6월부터 우리홈에 살게 된 친구입니다. 유난히 작은 체구에 허리에는 보조기를 하고, 짧은 머리를 한 친구였습니다. 사랑이는 한국에 들어 온지 3년이 됐습니다.


북에서 부모님을 다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탈북을 했는데, 중국에서 만난 조선족 분을 통해 선교사님과 연결되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한국에만 오면 편안 할 줄 알았는데, 사랑이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이상이 있어 검진을 받았는데, 뇌에 기생충으로 인한 염증이 생겼고, 그 염증으로 인해 뇌에 물이 고이는 진단을 받아 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한국생활에 적응도 안 된 친구에게 계속되는 검사와 머리를 다 깍고 수술을 받는 것, 그리고 수술 후유증을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더 가슴을 쓰러 내린 것은 오랜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는 날,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했고, 척추 골절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결국 사랑이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이렇게 세 곳의 진료를 받으며 연장된 병원생활을 해야 만했습니다.


사랑이의 우리홈 생활은 이런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피해의식으로 시작됐습니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많은 대화가 공격적이었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피하고, 공동체 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은 곧 다른 가족들과 쉽게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보다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법을 먼저 익힌 친구였기에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 이었습니다. 중보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기다렸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훈계를 하며 가르쳐야 하는지? 이렇게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지? 를 알 수 없었습니다. 고민하며 말씀을 묵상하고 있을 때 주님은 사랑이는 훈계로 바뀌어 지지 않는다. 은혜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힘겨운 기다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님께 인내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기도했습니다. 사랑이는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지쳐가고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이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주일, 예배를 참석하여 기도를 하는데 주님께서 아주 큰소리로 마음에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랑이는 내가 사랑하는 딸이야!” 너무 놀랐습니다. 사랑이를 위해 특별히 기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갑작스러운 음성이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말씀 앞에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의 눈으로 사랑이를 보지 못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으로 그 아이가 바뀌기만을 바랬던 것이었습니다. 그날 예배 이후 사랑이를 좀 더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주님은 사랑이의 마음도 조금씩 바꾸어 가신 듯합니다


병원 예약을 한 날, 천안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예약 시간은 이미 늦었고, 돌아가기도 좀 애매한 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천안에 가서 점심도 먹고, 놀다 오기로 하였습니다. 항상 자기만 생각하는 사랑이가 그날은 이모를 위해 자장면을 사주고, 닭꼬치도 사줬습니다. 여유를 즐기며 서점에도 들러 사랑이는 좋아하는 요리책을 보고, 저는 커피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들이 사랑이와 저의 마음을 평화롭고 친밀하게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사랑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사랑이를 향하신 주님의 계획, 우리홈에 보내 주신 주님, 그리고 사랑이 때문에 감사했던 시간들, 사랑이를 더 많이 알아가고 싶은데, 우리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담들이 서로를 힘들게 했던 것들.


사랑이는 평소에 대화 할 때 눈을 다른 곳에 두고, 입을 쭉 내밀고 잘 듣지 않았는데, 그때는 달랐습니다. 진지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의 눈은 조금씩 젖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사랑이는 가족들에게 조금씩 맘을 열고 있습니다. 주일 저녁 우리홈 모임에서 복음을 전할 때면 가장 집중해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답임을 느낄 수 있었고, 사랑이 안에서 일하고 계시는 주님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신경외과 진료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머리가 어지럽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었는데, 3개월 전 CT촬영에서 큰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좋고, 여행가는 기분으로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북한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혼자 짐승을 키운 이야기, 산에서 나무를 한 이야기, 들에 먹을 수 있는 풀과 못 먹는 풀을 구별하여 뜯은 이야기 등을 하면서 어릴 때 생각에 푹 빠져 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저렇게 쪼그만한 아이가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해냈는지 신기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한글도 모르고 한국에 왔던 사랑이가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조금씩 꿈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사랑스럽고 감사해서 사랑아! 넌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애. 정말 기대된다!” 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병원 입구에서는 오늘이 마지막 병원 출입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CT 촬영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사랑이의 오른쪽 뇌 아래 부분에는 다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의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약으로 처방하기에는 물의 양이 많았기에 다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좀 맘 잡고 공부도 하고,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다시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 절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사랑이를 안아 주기만 하였습니다. 사랑이의 수술 준비는 만만치 않은 마음의 부담과 무거움이 있었지만, 사랑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사랑이가 많은 사람의 기도와 격려의 소식을 듣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이의 아픔의 시간이 도리어 주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마음이 풍성해져, 통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로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홈은 사랑이와 같은 탈북 청소년들이 이곳에 와서 회복되어지고, 건강한 통일 세대로 세워지도록 돕는 생활공동체입니다. 우리홈을 통해 더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힘을 얻고, 주님을 만나며, 한반도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때에 귀하게 쓰임 받기를 기도합니다.

 

후원 계좌 외환은행 990-007954-906 통일선교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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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선교사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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