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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신앙을 어떻게 변증할 것인가?(上)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을 읽고

C. S. 루이스와 알리스터 맥그라스


개인사이지만, 우리 대부분 신앙의 시작은 친구들이 교회를 또다른 놀이터 정도로 신이 나서 떠들어댈 때, 그에 혹해서 따라간 때부터이다. 친구를 따라서 간 너무나 낮선 곳이 교회였고, 교회에서 아내도 만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우정의 친구들을 만나고, 그래서 어느덧 교회는 내 삶의 중심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내 때만해도, 교회에서 자주 듣던 말씀은 그냥 무조건 믿어라!, 믿어지지 않으면 더 믿어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믿는다는 식의 신앙이었다. 믿음의 야만(野蠻)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믿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종의 비약(飛躍)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신앙은 말로 잘 설명해서 믿어지는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믿음의 회의(懷疑)가 다가올 때마다 늘 회의의 악마를 물리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곤 했다. 이게 아마도 많은 신앙인들의 믿음 경험이리라 생각한다. 믿음은 무조건 믿어야 된다.


그런데 조금 독서가 늘어가자, C. S. 루이스를 만나게 된다. 오래 전에 읽은 루이스의 책은 내가 믿는 기독교”(Mere Christianity)라는 조그마한 문고판이었다. 잘 읽어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사람이 생각을 잘하고, 사람의 이성을 잘 사용해서 바르게 생각을 꾸려간다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조금은 충격이었고, 지금까지 듣던 바와 다르다. 믿음은 무조건적이라고 배웠는데, 믿음에는 잘 생각하는 인간 이성이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생각을 바르게 할 수 있다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어렵지 않게 충분히 다가올 수 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찾아가는가?”라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최적의 학자이다. 본래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고, 하나님을 만나고, 신학을 해서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투브를 보면 그는 무신론 전파에 앞장서 있는 리차드 도킨스와 경쟁하면서 토론을 벌이는 동영상이 수없이 많다.


도킨스 역시 옥스퍼드의 생물학 교수였다. 둘 다 모두 탁월한 과학자들이지만, 하나는 열렬한 무신론자로서, 또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신앙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활동한다. 맥그라스 교수는 과학을 전공한 과학자로서 그리고 하나님을 신앙하지 않던 무신론자로서 살아오다가, 하나님 신앙을 갖고 신학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을 신앙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 신앙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말하는데 충분한 자격이 있다. 신앙은 심지어 나름의 과학을 담고 있다. 최근에 그는 과학신학이라는 책도 저술했다.


그의 책 기독교변증”(Mere Apologetics)C. S. 루이스의 단순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따른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신앙을 옹호하고 변증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도 들어 있다. 잘 생각하고 그 생각을 잘 따라가면 하나님 신앙에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그만큼 기독교 신앙은 타당성이 있고, 합리적이고, 우리의 생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한걸음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하나님 신앙을 가질 수 있다. 신앙의 가장 큰 적은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사는 것이다. 한번 더 생각해 보라. 그러면 신앙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자연과학만큼 합리적인 태도와 내용은 없다. 자연과학은 다른 모든 학문들과 합리성에서 가장 뚜렷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말은 사회학자나 여타의 학자들보다 더 신빙성이 있고, 믿을 만하다. 이유는 인간 경험과 일치하는 합리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이라 해도 여전히 증명 불가능한 합리와 논리가 있다. 절대적으로 확실한 결론, 하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하게 증명되는 과학적인 설명은 없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배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은 신앙에 의해서 더욱더 풍요로워지고 깊이를 더하게 된다.


어찌 우주를 보면서 하나님이 없다 할 수 있는가?

우주의 기원 문제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의 신앙이 결코 비합리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우주는 영원 전부터 그냥 거기에 있었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우주 기원에 대한 고전적인 과학적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주는 관찰되는 바에 의하면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이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우주는 한때 지극히 미세한 하나의 점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우주에 시작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빅뱅이라 하고, 이는 창세기의 말씀과 일치한다. 하나님 신앙은 과학과 어긋나지 않는다.


김병제 목사

총회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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