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파로 뒤로 뒤로 노저어가며
겨우내 다다른 반쪽 하늘과 맞닿은 땅
애써 돌린 등 한 손으로 악수청하며
마주 잡은 양손은
넘치는 서러움과 반가움으로
온기를 뿜어낸다
비로봉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푸른바람
저마다 가슴을 열고 들어서는 고성항에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듯
정을 보듬고, 또 보듬고
적송과 푸르름이 어우러진 금강산 풍경소리
등산객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빛은
술 한잔에 취하고,
풍경의 신비로움에 또 한번 취하고.
잠시 무지의 시간,
발길 닿은 곳마다 이어지는 격한 감동소리
내 몸 근육이 쉽게 풀어져버린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흩뿌리는
폭포수의 신비로움 속
아홉 마리 용의 재주를 담아
이 땅에 머무르는 모습을
새겨두려는 흔적일까?
아니면,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나의 외로움을 담아두려는 것일까?
몇천년 굳어 새겨진 물살 사이로
둥지튼 금강산 바위
석화처럼, 옛 흔적처럼 드리운
저마다의 숨어있는 전설은
현실을 바로 알지 못하는
방랑자들에게 질책을 내리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이렇게 어렵게도 전하고 있다.
김현자 집사 / 성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