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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각 - 황진수


1. 만두

당근을 채칠 때마다

어떻게 이리 가늘고 곱게 쳤냐고

모두들 감탄한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아랫목만 지키고 있던

내게

토막 낸 꿩고기, 함지박에 담아

도마와 함께

방안에 들여놓았다

뼈채 먹어야 한다며 곱게 다지는

일 시키셨던

어머니

 

눈 쌓이는 겨울

안방에 앉아

하루종일 만들던 만두는

겨울 양식이며 간식이었다

이웃까지 넉넉했던

어머니의 마음

 

그 솜씨

그립다

 

2. 다듬잇돌 소리

해 긴 여름

빳빳이 풀 먹인

호청

꾸듯꾸듯 말려 고이 접어

다듬잇돌 위에 얹고

방망이를 들고

또르르 또르르 장단 맞춰

찬양 드리며 다듬질하던

이불 호청

 

이제

세탁기, 다리미에 밀려버린

추억의 소리

어느 골동품 가게

박물관에나 있을

다듬잇돌

 

주님이 곧 오실 거라고

천국을 사모하며 사셨던

어머니

늘 부르던 찬양,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잊혀진 다듬잇돌 소리

그리운

어머니

 

 

3. 어머니의 금가락지

일 많이 해 금 닳는다고

손가락 밑에 실로 챙챙 감아서

애지중지 아끼시던 가락지

 

학교에 갔다 돌아와 보니

빈 손가락

묵묵히 섬기던 교회건축을 위해

드려진 예물

 

시골 곳곳에 세워진 아름다운 성전

어머니의 기도며, 눈물이며,

땀방울이었다

옥합을 깬 어머니의 기도로 지금,

내가 여기 서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시인은 파주 자유교회 협동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목산문학회 재무로 섬기면서 바쁜 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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