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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가는 섭리

요즈음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상식, 통념 밖의 것들이 보여주는 숨은 뜻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맹그로브나무이고 또 하나는 돌이다. 이미 보아 왔던 것들인데 이전에 보았던 것만이 아니고, 알았지만 그 의미가 더 풍성해지는 일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식물은 씨앗이나 포자, 열매, 뿌리, 줄기로 번식한다고 알고 있었던 것이 나의 식물에 대한 상식이었는데 그렇지 않은 나무가 있다고 한다. 새끼를 낳아서 번식하는 식물 중에 유일한 태생종이라 불리는 맹그로브이다. 맹그로브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카리브해해 섬, 인도, 방글라데시, 미국 플로리다 남부처럼 아열대지방의 해안선 수면에 서식하는데 나뭇가지의 가장자리에 생긴 새끼 나무가 만조 때 바닷물에 떨어지는 신기한 방법으로 번식한다.

 

바닷물에 떨어진 새끼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뿌리끼리 서로 얽히면서 평균 연간 100m의 속도로 군락을 이루는 데 이렇게 만들어진 맹그로브 습지는 해안의 지반을 지탱해주면서 해일로부터 섬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육지의 영양분이 바다로 쓸려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맹그로브의 뿌리와 줄기가 소금물에 잘 견디어 내는 조직을 가지고 있고 나무 군락이 물고기와 새들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맹그로브 숲은 양식장 조성이나, 땔감재취나, 연안개발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30%나 사라졌고 열대우림보다 4배나 빠른 속도인 연 평균 2.7%씩 파괴되고 있단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속도라면 100년 뒤에는 식물 중에 유일한 태생종 나무 맹그로브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고 한다.

 

맹그로브가 이렇게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식용이나 산업용으로는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한마디로 인간에게 당장 그다지 쓸모 있는 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맹그로브 숲의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주목 받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최고라고 알려졌던 소나무보다 약 4.4배나 더 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취미 중 하나가 수석수집이었다. 물을 준다고 자라는 것도 아니고,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쓰다듬는다고 체온을 느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언제나 묵묵부답이고, 있는 말 그대로 돌 같은 것을 굳이 왜 돈을 주고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커서 그냥 주어오면 되는 돌을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희한했다. 뭔가 그 분들의 세계가 있겠지 하고 넘어갔지만 고개는 여전히 갸우뚱 했었다.


나에게 돌은 좋은 밭을 만드시고픈 아버지의 일손을 더디게 하는 그래서 골라내서 밖으로 던져버려야 하는 어떤 불순물 같은 것이었으며, 길가다가 잘못하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장애물이었다. 운동장 어귀에서 여자애들의 고무줄을 끊고 도망치는데 악착같이 따라오는 어떤 여자 얘 앞에서 제대로 걸려 넘어져 상채기라도 나면 아픈 건 둘째고 그 구겨짐을 만드는 귀찮은 걸림돌,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다 한참 세월이 지나고 어느 늦은 여름에 찾아간 바닷가에서 파도에 씻겨 촉촉하게 물기 먹은 돌멩이들이 햇볕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모습이 참 예뻤다. 돌이 물을 먹고 햇볕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돌은 계속 존재했었다.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이 지구가 태어나면서부터 쭉~. 그런데 난 그 예쁜 돌은 보이지도 않았고, 보려 하지도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관념들이 나에게 돌의 이미지를 굳혀 놨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돌은 장수, 불변 이런 것들을 상징했고 옛날 선비들이 돌을 곁에 두면서 이런 마음을 닮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미술평론가는 가끔씩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멋진 수석을 보면 오랫동안 눈앞에 어른거렸다면서「수집미학」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용암이 식어 바위산을 이루고 몇 십억 년간 흙이 쌓여 퇴적암이 되고, 수억 년의 세월동안 암석이 어떤 변화로 변성암이 되어 돌은 탄생한다. 돌은 산이 쪼개져 태어난 존재라서 하나의 돌은 산. 자연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결정적 얼굴이다. 아득한 시간과 세월이 최후로 남긴 얼굴인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영속적인 물질이 또한 돌이다. 돌은 말랑거리는 인간의 살과 유한한 목숨 너머에 굳건히 자리한다. 아득한 시간을 견뎌온 돌의 표면은 보는 이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경건함을 안긴다. 단단해 그 모양이 변하지 않는 모습에서 지조를, 원래 모습으로 존재하는 데에서 진중함의 미덕을 느낀다. 변함없이 또 소리 없이 영원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존재 돌 안에 놓인 아득한 시간을 헤아려 보게 된다.

 

또한 아열대기후가 아니라 맹그로브 숲을 조성할 수 없는 우리나라지만 서울대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내년부터 필리핀 바나콘섬에 맹그로브 숲 만평방미터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숲이 조성이 되면 매년 최소 만 오천여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되는데, 이산화탄소 15,000톤은 우리나라에서 1,376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이라 하니, 우리나라에 조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나라 사람들이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심더라도 우리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인 것 같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굳이 거기까지 가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나보다 더 멀리,더 깊이, 더 높은 생각을 하는 그런 삶을 사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 지금 여기의 평안한 나의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이 세상에 나를 보내시고, 내가 사는 삶터이며 놀이터를 안전하게 하시고자 누군가를 움직이시는 아버지의 섭리, 그 아버지의 섭리를 들고 있는 나도, 삶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맹그로브나무처럼, 햇볕을 먹고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또 하나의 우주인 돌처럼 아버지의 섭리를 알아가게 하는 몸짓이고 싶다.
윤양수 목사 / 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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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에도 우리의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충남 강경 옥녀봉에서 찬송과 기도의 부르짖음이 울려 퍼졌다. 114차 총회(총회장 이욥 목사)는 지난 5월 10일 강경 옥녀봉 ㄱ자 복원교회에서 신사참배거부 교단기념일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는 81년 전, 1944년 5월 10일 일제총독부 함흥재판소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교단이 폐쇄된 날을 기리고 믿음의 선진들의 뜻을 되새기는 행사로 진행했다. 1부 감사예배는 총회 교육부장 김성렬 목사(만남의)의 사회로 평신도부장 김태욱 목사(두란노)가 대표로 기도했다. 이어 전국여성선교연합회 글로리아합창단이 찬양하고 총회 여성부장 하숙현 권사(범일)가 성경을 봉독한 뒤, 이욥 총회장이 “하나님 말씀 순종에 목숨 건 사람들”(렘 38:5~6)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욥 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예레미야는 제사장의 아들이자 선지자로 무너지는 유다 왕국의 마지막을 보며 애통한 선지자였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백성들의 불순종과 왕국의 멸망을 예언하며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선포했다”며 “우리 믿음의 선진들이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면서 고난과 수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교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