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행동은 자유로운가? 어떤 사람의 폭력은 그의 뇌 손상에 기인하기도 한다. 뇌종양 때문에 충동에 못 이겨서 폭력을 행사할 때, 그의 폭력은 그의 자유로운 결정이기보다는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폭력이다. 이때 사람의 자유는 매우 제한된다. 그럼에도 그의 폭력은 그의 몸의 활동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정신 활동이라는 또다른 인간 층위를 고려하지 않고, 그의 폭력을 몸의 활동으로만 환원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결국 화학분자와 원자로 구성되어진 몸이긴 하지만, 그 몸의 전체의 합은 부분의 합보다는 크다. 몸의 화학물질 전체는 몸 전체를 초월하는, 물질 활동과는 전혀 다른 초월 현상이 드러난다. 크리스천 과학자들은 이런 신비에 맞부딪히면서 경이(驚異)를 맛본다.
인간 몸의 화학물질을 플러스했는데, 결과는 화학물질을 뛰어 넘는 정신과 마음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인간 자유와 신앙의 자리가 드러난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고 자연에 마냥 종속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 심리와 정체성을 자연과 그 부속물로 여기는 진화심리학의 결론은 마냥 인간을 동물로 축소한다. 하지만, 인간 인격과 언어, 철학, 문학, 음악, 미술, 과학, 종교라는 인간 특별함을 나타내는 이런 사실들은 과학자들이 엄밀하게 탐구할수록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간 고귀함의 특별함이다.
사람은 분자덩어리에서 진화해서 그의 독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적인 입장을 단호하게 부정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신앙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분자덩어리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의 독특성으로 진화되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축소하려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완전히 긍정하지 않지만 인간의 독특성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 이것이 크리스천 지성의 역할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은 동물의 수준을 어느 정도 벗어난다 해도 결정적이지 않다. 성경의 하나님 신앙에 의하면, 인간은 그의 하나님 형상 때문에 동물과 그 차원을 달리하고 그 심연을 결코 메울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인간 삶의 유일성과 독특성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소명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동물의 차원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다름의 차원을 약화시킨다. 존재를 달리하기 때문에 삶이 다르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삶의 결이 다르다는 사실은 언제든지 그리스도인의 신앙에서 추론되어야 한다. <끝>
김병제 목사 / 총회 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