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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붓 가는대로”-56 대미산에서의 컵라면과 커피 한 잔


문경벧엘관 뒷산은 월악산으로 이름 하는데 저쪽은 충북이고 벧엘관이 있는 이쪽은 경북인데, 월악산 중의 한 봉우리인 대미산은 해발 1125m로서 벧엘관과 접해 있다. 그해 겨울엔 유난스럽게 눈이 많이 내려주었다. 서울에서 모처럼 겨울나들이 차 벧엘관에 왔는데 아내는 꼼작하지 않고 벧엘관 안에 앉아 있는데 나는 대미산을 혼자 오르기 시작했었다. 중간에 약간 험준하기는 해도 아마추어 등산객이 오를만한 산이라서 고마운 산이었다.


올라갈 때 지닌 소지품으로는 컵라면 1개 그리고 프리마를 빼버린 믹스커피 두개 또 보온병에 100도 끓인 물 한 통. 이만하면 대미산 오르기에는 준비완료. 물론 나 홀로 등산이다. 홀로 등산엔 사색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앞 수금이처럼 주변을 살피지 않고 오르기만 한다면 천하에 무정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왜 산을 향해 인사를 당기지 않느냐는 말이다. 눈 덮인 바위, 눈을 쓰고 있는 나뭇가지. 그 사이로 지저기는 각종 산새들, 나무 밑 눈 속에 흐르고 있는 가냘픈 물소리가 얼마나 등산객을 행해 인사하고 싶을까마는 등산객은 뭐가 그리 바쁜지 걸음을 재촉하여 오르기만 하는가? 다시 말하면 자연과의 소통은 아주 시체나 다름없다니.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며 몸에 약간의 냉기가 돌때 이때가 컵라면을 끓이고 커피를 마실 때다. 산에서 때를 맞춰 먹는 이 라면 이 커피. 그것은 반찬국에서 먹는 거나 같다는 것은 입도 즐겁지만 시야는 내린 눈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컵라면 윗 두껑을 열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고 윗종이 두껑을 닫고 두 손으로 라면 종이컵을 감쌌다. 따뜻하다. 라면이 아니라 라면컵이 전해주는 온기를 두 손이 환영한다. 이 순간에는 라면이 아니라 컵을 사랑한다. 온기를 전해주는 컵. 그게 고맙지. 컵 고마워! 다독거릴수록 온기는 손을 거쳐 가슴으로 들어온다.


온류(溫流)! 눈덮인 산에서의 온류! 컵과 나는 소통하고 있다. 4분이 지난 뒤 라면이 재촉한다. “주인양반, 이젠 나를 잡수세요” “Thank you, Noodle” 라면도 영어를 알아 듣나보다.


이젠 커피로 간다. 나는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컵에다가 믹스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종이컵보다 더 뜨거운 알루미늄 컵. 이 녀석은 더 나를 위해 주는 놈이다. 산천은 눈으로 덮여 있고 차가운 눈바람이 일적에 양손으로 이 컵을 잡으니 시골 온돌방에 엉덩이를 붙인 기분. 따뜻하다. 온기가 온 몸에 전기 흐르듯 한다. 컵아 고마워. 그런데 컵 속에 들어 있던 커피가 재촉 한다. “이 양반, 어서 마셔요. 식을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커피! 저 밑 발끝까지 전달되는 커피의 흐름! 컵도 고맙고 커피도 고맙고 커피는 이런 나를 고마운 듯 잘도 넘어가고 잘도 내려가고 있었다.


측근물(側近物)과 소통 없는 사람아! 자연과 소통 없는 사람아! 그러고도 언제 갑자기 사람과 소통 잘될 줄로 착각하지 말라. 라면과 종이 컵, 믹스커피와 알루미늄 컵과 소통되지 않았거늘 좀 더 소통 실습을 하려무나. 소통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익히는 것이 아닌가? 대미산 컵라면과 커피 한잔은 나의 친구였었다.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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