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카지로 지음 / 강소희 역/ 두란노 / 328쪽 / 15,000원
결혼이나 이혼, 친구 관계, 자녀 양육, 독신 생활, 성생활, 중독, 불안정함, 인정받고 싶은 욕망, 직장이나 교회, 가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우울한 감정 등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다가오는 문제이다. 문제는 종교 생활이나 영성이 해결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냐는 것이다. 묻고 싶다. ‘지금 교회와 성도는 모두 안녕하십니까?’
‘점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 이 같은 질문에 대답은 이미 들었다. 교회나 성도는 바깥세상과 마찬가지로 감정적 갈등의 양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동시에 교회에서 익힌 영성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삶을 깊게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수년 동안의 목회와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와 성도를 섬겨왔다고 하지만 교회분열과 아내의 충격적인 선언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재점검 하며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에 필요성을 깨닫고 다시금 삶과 목회를 완전히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다. 저자는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영성의 10가지 징후로 △내 만족을 위해 하나님의 일을 한다 △분노, 슬픔, 두려움의 감정은 즉시 억누른다 △음악, 미술을 기쁨 같은 욕구는 왠지 사치라고 생각한다 △발목을 잡는 과거를 덮어 두려고만 한다 △‘속된 것’과 ‘거룩한 것’을 칼같이 나눈다 △하나님과 동생하기 보다 사역에만 바쁘다 △사람과의 갈등은 무조건 피한다 △상처, 약점, 실패는 철저히 은폐한다 △내 한계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쉽게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것 등을 제시했다.
저자는 특히 ‘과거의 나를 직면하라’며 가족의 축복과 죄는 2-3대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날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제자의 길을 가려면 원 가족으로부터 이어져 온 죄의 패턴을 무시하는 방법과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배워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통해 죄의 유전과 믿음의 유전을 나열했다. 이는 과거 한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가계의 흐르는 저주를 끊어라’라는 주장과 유사한 시각이다.
저자는 무의식 깊이 남아있는 원가족의 인해 행동과 사고방식, 문화 대중매체,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석하는 방법 등이 흔적이 된다고 말한다. 가족안의 계명 즉 △돈 △갈등 △성 △슬픔과 상실 △분노의 표출 △관계 △가족 △타 문화의 태도 △성공 △감정과 정서 등을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출애굽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그곳의 문화와 사고방식에서 자유롭기까지 40년이 넘어야 했다면 과거를 되짚어 보는 작업은 꽤나 심각할 것 같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법, 제자도를 따라 원 가족의 죄 된 습관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과거를 극복하고 전진하려면 성숙한 친구들, 멘토, 영적지도자, 상담사, 치료사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믿음의 동반자를 붙여 주신다는 것.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있을 때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 말이다. 그들을 통해 과거의 치유와 중요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과거를 극복하고 전진하다 보면 큰 장벽을 만날 것이고 갈피를 못 잡을 수도 있다. 두려울 수도 있다.
저자는 그 벽은 다양하고 횟수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각자 개인에게 주신 하나님과 연합을 이루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건강한 정서를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넉 달간 수도원을 돌아다니며 고독과 침묵, 성경묵상, 기도방식을 배우는 등 영성훈련을 수년째 안내하고 있다.
자기성찰과 예수님과 함께하기 위한 ‘관상영성’이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온전한 성장으로 이어져 하나님이 주신 삶을 신실하게 살아가길.
/ 이한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