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님을 믿은 후 마태복음 28장 18-20절의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1986년, 무조건 대학 캠퍼스에 들어갔다. 그리고 강원대학교 여대생 6명을 만나 시작된 제자 양육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내가 제자 양육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제자를 삼는 것만이 복음으로 이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교회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나는 춘천이 아닌 외지(外地)에서 온 6명의 여대생에게 나의 인생 전부를 드렸다.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보면서 너무 무모한 일이라며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복음화를 위해 한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길러내는데 모든 것을 드리는 것은 사람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더뎌 보여도 하나님께서 보실 때는 가장 지혜롭고 빠른 길이다.
나의 목회 철학은 오직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제자 훈련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교회 안에는 사람을 키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많이 있다. 일대일 양육을 비롯해 소그룹 성경 공부 모임, 소수의 제자 훈련반, 가정 교회 등 다양한 양육 방법들을 사용한다. 이러한 양육의 방법들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양육 방법의 초점이 개인 신앙만을 위한 것인지, 공동체 신앙을 위한 것인지는 확실하게 점검이 돼야 한다. 미국에서 들어 온,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개인 신앙, 일대일 신앙, 나 홀로 신앙은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적 신앙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나’ 중심의 신앙은 잘못하면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릴 수 있다.
내가 양육을 받을 때는 개인적인 신앙, 일대일 양육에 익숙해 있었기에 공동체로 하는 양육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몰랐다. 그런데 공동체로 하는 양육에 대해 눈이 뜨이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교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을 때이다. 나는 ‘교회’가 무엇인지 몰랐을 때는 한 사람이 거듭난다는 것을 그저 한 영혼이 구원을 받는다는 측면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거듭난다는 것은 그 영혼이 구원 받을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주인으로 믿을 때 성령께서 각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듭난 이후 신앙생활은 반드시 공동체와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이다. 그래서 복음으로 한 영혼이 거듭났다면 그 영혼이 양육되고 성장되는 것은 반드시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로 하는 양육이 하나님의 제자 훈련 방식이다.
공동체로 하는 양육의 핵심 키워드는 ‘함께’이다. 마가복음 3장 14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게 하시기 위해서’ 열두 제자를 세우셨다. 예수님의 제자훈련 방식이 ‘함께’하는 것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우리 한마음교회도 함께 하는 훈련을 위해 40여개의 훈련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 훈련관에서 청년 대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함께 새벽을 깨우고, 함께 전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주말이면 많은 장년들도 훈련관에서 1박2일 동안 함께 한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함께 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적으로,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간증’ 훈련이다. 한마음 교회에서 하고 있는 간증은 ‘강대상에서 선포된 말씀에 대한 성도들의 반응’을 의미한다.
즉 설교가 목회자의 일방적인 선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포된 말씀을 듣고 성도들이 무엇을 깨닫게 됐고, 그 말씀이 어떻게 삶에 적용됐는지를 기록해 공동체 예배 시간에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간증을 통해 목회자와 성도가 그리고 공동체 전체가 한마음이 되는 것이다. 한마음 교회의 공동체 양육의 핵심이 바로 ‘간증’이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전서 4장 15절에서 “너의 진보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고 말했다. 간증은 각 사람의 영적인 진보를 공동체 가운데 나타냄으로 공동체와 함께 하는 양육을 가능케 한다.
보통 교회들은 일반적으로 예배 출석이나 봉사 등의 가시적인 부분으로 성도들의 신앙상태를 확인하지만 우리 교회는 간증을 통해서 그 사람의 영적 상태, 성장 과정, 영적 진보, 받은 말씀, 삶의 문제, 기도 제목, 영적 싸움 등 성도들의 보이지 않는 영적인 상태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공동체의 모든 지체들이 자신의 영적인 진보를 간증을 통해 공동체 가운데 보여줌으로 서로 양육이 되고 성장된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로 하는 양육이다.
나는 간증을 통해 공동체로 하는 양육이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를 보게 됐다. 공동체로 하는 양육은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말씀을 나누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말씀의 깊이와 넓이는 개인이 성경 연구를 통해서 얻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개인이 혼자서 기도를 열심히 할 수도 있겠지만, 공동체로 모여서 함께 새벽을 깨우고 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것은 2시간의 기도도 거뜬히 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공동체를 통한 양육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공동체 전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낸다.
교회를 아무리 오래 다녀도 ‘나 홀로 신앙’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지만, 공동체로 양육하면 간증을 통하여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기에 공동체의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복음으로 변화된 삶은 공동체와 함께 할 때 보호를 받게 되고 더욱 성장하게 된다.
금번 CBS Amazing Grace에 출연한 게임 중독,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자들이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복음의 능력이다. 그런데 그들의 변화가 지속 되고, 과거 중독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고 보호 받고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교회 공동체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할 때 성장할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베소서 6장 말씀같이 ‘우리(공동체)의 씨름’이므로 치열한 영적 싸움에서도 공동체와 함께 할 때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로 하는 양육의 가장 근본이 되는 정신은 ‘모든 성도가 사역자’라는 것이다. 만약 교회를 별도의 양육을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서 목회를 했다면 양육을 받는 그룹에서는 자연스럽게 우월의식이 형성되고, 양육을 받지 않는 그룹은 소외감을 느끼고 분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로 양육했을 때 공동체 전체가 영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교회 공동체의 능력이 모든 침례교회 가운데 임하기를 기도한다.
김성로 목사 / 춘천한마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