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사건 사고가 빈번한 적도 없다. 화재사고를 비롯해, 교통사고,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는 사건,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강 투신은 고통이 덜한 자살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목숨에 미련이 없어도 고통은 두려운 사람들이 이런 착각에 빠져 한강다리에 선다고 한다. 하지만 강은 품 안으로 뛰어드는 이들에게 더없이 가혹하다. 한껏 가속이 붙은 사람 몸이 물과 부딪힐 때 충격은 맨땅에 그대로 떨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에서 높이가 37m인 청담대교는 아파트 10층과 맞먹는다고 한다. 한강 다리 중 15m로 가장 낮은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져도 아파트 4, 5층에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준다.
투신한 사람을 건져보면 등, 배 부위 속옷이 너덜너덜해져 있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된다. 떨어지는 동안 공포에 떨다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은 의식 없는 생명을 집어 삼키고 태연히 입을 닫는다.
다리 난간에서 발을 떼는 순간 후회해도 그땐 돌이킬 수 없는 투신하면 절반이 사망하는 죽음의 낙하다. 그 치명적 선택에 내몰린 사람이 3일에 한명 꼴이라고 한다. 지난 3월 1일 저녁 구조대 김 대장은 강물에 보트를 띄운 채 마포대교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다리 중간에 설치된 119 생명의 전화 수화기를 든 채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 그 전화를 들면 수난구조대로 자동 신고된다. 남성은 전화 속 상담원이 “여보세요”를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말을 뗐다. 투신 후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구조대원들은 이런 광경을 종종 본다. 물에 뜬 핸드백을 아등바등 부여잡고 있는 젊은 여성, 낙하 도중 살겠다는 마음이 들지 모른다며 물에 뜰 계산으로 우산을 챙겨 뛰어내린 대학생, 건져놓고 나면 왜 빨리 오지 않았느냐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구조대원이 시신을 수색할 때 교각 주변부터 살피는 이유가 거기 있다. 한강에 뛰어내린 뒤 살겠다고 교각 쪽으로 헤엄치다 거의 다 와서 가라앉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걸어서 강으로 들어간 사람도 뒤늦게 둔치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과 작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 30대 여성이 수난구조대를 찾았다. 친구가 얼마 전 한강에 뛰어내렸다 구조됐는데 편지를 대신 전해주려고 왔다고 했다. 구조대장은 그가 한 달 전 구조된 이모 씨(36) 본인임을 알아봤다고 한다. 검은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채 구조된 이 씨는 당시 말없이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편지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당신은 소중하다고 말해주면 두 번째 삶을 더 힘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편지에 쓰여 있었다. 구조대원들이 목숨 던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건 투신하는 이들도 “두 번째 삶”을 꿈꾼다는 믿음 때문이다. 라는 것이다.
구조대장의 말에 의하면 한강에서 한 여인을 두 번 건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여인을 찾다가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바위틈에 누군가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고 한다. 구조대장은 그 여성을 구조대 사무실로 데려와 찻잔을 건네면서 “어쩌다 그리 모진 마음을 먹었냐”고 물었더니 목사인 아버지가 원치 않는 전도활동을 강요해서 그랬다고 하더란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다며 말없이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구조대장은 투신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머니에게 ”딸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남편에게 잘 애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 어머니는 말없이 딸을 데리고 갔다.
한 달여 뒤 구조대장은 양화대교 아래 사람이 떠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평소엔 구조잡업 지휘만 하는데 이날은 대원들의 몸이 좋지 않아 직접 물에 들어갔다. 그는 건져 올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 배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던 그 여성이었다. 숨은 오래전에 멎은 것 같아 보였다.
“물에서 건져줄 수는 있지만 절망에서 건져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렇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셨기에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