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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서 비난 빼기

가정회복-21

사모님들의 옷은 그 교회에서 사모님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갓난아기들을 주로 본다면 정장은 보통 거추장스러운 차림이 아니다. 아이들이 우유 먹고 어깨 위로 토하고, 때로는 기는 아이와 함께 바닥에 철퍼덕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엌에 많이 들어가야 하는 사모님도 소매를 걷고 집에 가서 물빨래할 수 있는 옷차림이어야 한다. 안내를 하거나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많은 교회이거나 할 때는 아무래도 얌전한 정장 차림이 분위기에 어울린다.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을 돕는 사모는 청바지 차림이 사역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성도가 그때그때 다른 상황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그 옷의 의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편안한 차림이 어떤 성도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섬기는 사모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이 똑같은 편안한 차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시험 거리가 된다.


사모가 예배를 경시하는 처사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장 차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고 점잖게 여겨진다. 그런데 맵시라도 있어서 옷이 조금만 비싼 듯 보이게 되면 사치스럽고 쓸데없이 화려한 철없는 사모가 된다.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결론을 내리는데 수많은 요소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관찰이 관찰로 끝나는 일은 드물다. 옷 한 가지를 볼 때도 우리의 생각은 판단을 끼워 넣는다. 빨강색은 빨강색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빨강색이 따뜻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어떨 때 빨강색은 너무 강하고 요란한 색깔이 된다. 이 빨강색은 우리의 판단에 따라 더 이상 빨강색이 아니다. 빨강색은 비난의 근거가 된다. 정죄의 대상이 된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우리는 수도 없이 다른 각도로 판단한다. 그 사건이 사건 자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자연스러운 사고의 패턴이지만, 성격장애의 경우 판단의 속도가 빠르고 양이 많다. 그 판단은 비판이나 비난이 되기 쉽고 비난은 정죄로 쉽게 이어진다.
목회자도 이런 사고의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도가 예배 시간에 고개를 잘 안 든다. 그 성도는 말할 때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사실 자체만 보면 눈을 마주치지 않는 성도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목회자는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말씀을 거부하거나 목회자의 말씀 선포를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 눈을 마주치기 꺼리는 사람을 보면 뒤로 딴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 눈을 못 맞추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고 결론 내릴 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똑같은 사람도 때에 따라 무례하거나, 자신감 없거나, 의심스러운 사람이 된다.


남편이 집에 들어와 “오늘 뭐 했어?”라고 묻는다. 그 말은 내 기분에 따라, 혹은 이전의 경험에 따라 “당신에게 관심이 많아”라고 들리기도 하는가 하면 “넌 오늘 종일 뭘 했길래 집 꼴이 이 모양이냐?”라는 비난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아주 평범한 질문인 “오늘 뭐 했어?” 뿐인 경우도 많다. 우리는 때로 그 현재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판단을 순식간에 내린다. 사건에 재빠르게 감정을 개입시킨다. 판단이 개입하는 것은 사건이나 다른 사람뿐만이 아니다. 나 자신도 아주 쉽게, 아주 빨리 판단한다.


내가 오늘 청소를 미뤘다. 그리고 속으로 ‘어째 맨날 이렇게 게으르게 살까?’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에서 꼭 했어야 할 일을 깜빡했다. ‘나는 역시 멍청하고 칠칠거려’라고 판단한다. 오늘 예배 시간에 안 보이는 얼굴이 많다. ‘나는 목사로서 자격이 없을지도 몰라’라고 의심한다. 새벽기도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늦잠을 잤다. ‘나는 이렇게 똑바로 하는 일이 없을까?’라고 정죄한다. 거기에 덧붙여서 하나님도 나를 미워하실 거라고 결론 낸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7:2)”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는 아무도 이 말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의 생각은 순식간에 수도 없는 비판을 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을 향하는 비판으로 우리도 남에게 비판받게 되겠지만, 가장 빠르게는 우리 자신을 그 잣대로 비판한다. 남에게 비판받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를 잔인하게 매도한다. 비판이 생각에 많이 섞여 들어가면 남에게도 잔인해지지만 나 자신에게 누구보다 잔인해진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자기 학대일 뿐이다.


생각에서 비난을 빼내는 데는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과 비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같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잠잠히 주님 안에 쉬는 과정에서, 잠시 멈춰 말씀의 거울에 비추어 내 생각을 점검해보자.
나를 괴롭히는 생각 중에 얼마나 많은 판단과 비난이 나도 모르는 새에 섞여 들어갔는지…. 예수님도 하지 않으신 판단과 정죄를 나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에 돌팔매처럼 던지고 있진 않은지….


심연희 사모
RTP지구촌교회(미주)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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