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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중헌디

백동편지-19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지방사투리로 “무엇이 중헌디 쉬었다 가랑께” 졸음쉼터를 알리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졸려 눈을 비비면서도 조금 빨리 가려고 달려가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운전을 하는 동안 눈에 비춘 글귀가 한참을 머리에 맴돈다. “무엇이 중헌디?”


바쁘게 달려가는 걸음 속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 잊고 살아가지는 않았나 반문한다. 웃지 못할 이야기로, 초상집에서 한 참을 울다 “누가 죽었어요?” 물었다고 하듯이 무엇인가 정신 없이 달려가긴 하는데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땀을 흘리며 달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언젠가 제 아내가 주님께 기도 드리며 “열심히 했잖아요.” 투정 아닌 투정을 토로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제 아내 마음속에 들려지는 주님의 음성은 “무엇을 위해 열심했느냐? 반문하셨단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냥 바쁘게 살아왔는데, 주님의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 앞에 대답 할 말이 없어 펑펑 눈물을 흘리며 “주님, 죄송합니다.”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일로 15년 넘게 목회자로, 사모로 열심히 목회 한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그냥 열심만 부렸던 것은 아닌가 회상해 본다.


사람의 종류에, 미련하고 게으른 사람, 부지런하지만 미련한 사람, 지혜롭지만 게으른 사람 그리고 지혜롭기도 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네 종류의 사람 중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당연히 지혜롭고 부지런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못하는 미련하고 게으른 사람보다 지혜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일 것이다.


노인 층으로만 이루어진 진도 백동 마을에 와서 노인목회만 하던 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옆 지역의 아동들을 돌보고 만날 수 있는 아동센터 일을 하게 됐다. 미국에 가기 전에 도시에서 목회하며 교회 부설로 지역의 아동들과 가정을 섬길 수 있는 일로 방과후 공부방인 아동센터를 했던 일이 다시 이곳에서도 사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개척교회 당시,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일주일 중에 예배 드리는 시간 외에는 비워 두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 후에는 일주일 내내 교회 건물과 마당에 아이들과 사람들이 와글와글 거리게 됐다. 처음엔 동내 사람들도 30여명의 아이들이 매일 시끄럽게 움직이고 노는 것이 신경 쓰인다고 말도 했다. 더욱이 교인 중에서도 교회가 지저분해지고 복잡해 졌다고 불평하는 소리도 있었다. 목사로서도 교회 사역에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생활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시설을 이용했던 아이들과 가정이 목회자를 만나고 교회를 만나며 주님을 만나는 기회가 된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여러 일들 가운데 하나가 있다. 그 당시 동사무소에서 소개해서 아동센터 입소 상담을 하러 온 여자 아이가 있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들어와 서류를 쓰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퉁명스럽게 질문을 하셨다.

“이거 교회서 하는 거유?" “예, 교회 부설이고, 저는 목사입니다.” 그러자 대뜸 “가자.” 그러시며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일어서시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세요?” 놀래 여쭈니 “이 아이 교회 나가면 지 아부지한테 다리 몽딩이 부러저유.” 그러면서 여자 아이의 손을 끌고 일어나려고 하셨다. 그래서 “걱정 마세요. 이곳은 복지시설이고 교회와 상관 없습니다. 공부하고 식사하고 집에 가면 됩니다.” 한참을 설명을 드렸더니 “정말이지유? 절대 교회 나오라고 안 하는 거지유?” 몇 번을 확인 하시고 다짐을 받은 후에야 서류를 마무리 하시고 돌아 가셨다.

알고 보니 여자 아이의 아버지께서는 알코올 중독이셨고, 엄마는 가출해서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아이였다.


삼 개월쯤 지났을까? 주일 아침 아동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였다. 그 여자 아이가 교회를 온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어쩐 일이냐?” 물으니 “할머니가 헌금 주시며 교회 가라고 하셨어요.” 교회 다니면 다리가 부러질 것이라고 하셨던 할머니께서 지켜 보신 것이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 소중하게 남은 것이 작게라도 있었음을 감사 드린다.
 주님,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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