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기독교회는 예배 갱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예배 현장에 두 가지의 변화가 시도됐다. 하나는 예배에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따라 말씀과 성찬의 균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기 후반에 들어 나타난 변화로서 성구 봉독과 설교가 예배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설교가 예배의 핵심 요소로 자리하면서 현장 목회자들에게 설교는 그들 사역의 중심이 되었다. 매주 주일 아침 예배를 비롯한 주요 예배들과 새벽예배, 철야예배, 그 외 특별 예배 등등으로 수많은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목회자 입장에서 균형잡힌 설교사역을 위한 설교계획은 매우 중요한 관점으로 부각됐다.
물론 목회자들은 설교 준비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어떤 특정한 설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효율적인 설교 사역을 위한 설교자의 지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설교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목회자에게 ‘다음 주일 설교 본문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라는 생각은 언제나 사역의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사역을 돕는 설교계획 방법에는 몇 가지가 고려될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교회력과 성구집을 이용한 설교계획이다.
교회력과 성구집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설교는 보다 성경적 설교에 충실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짜임새 있는 설교 사역을 위한 틀을 제공하여 준다. 물론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를 논할 때 성구집이 어떤 완벽한 본보기나 기준이 된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성구집은 성경의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누락되어 있는 점이라든가 청중의 삶과의 괴리감이 발생하는 문제 등이 지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교회력과 성구집 활용은 설교자의 사역에 탁월한 가치를 제공한다.
오늘날 목회자의 균형잡힌 설교가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성서적 설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 계획은 설교의 구속사적 본질 회복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설교 운영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본 논문은 교회력과 성구집을 이용한 설교의 필요성과 그 실제적 활용 방안을 논할 것이다. 그에 앞서 교회력과 성구집의 신학적 의미와 역사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I. 교회력
1. 교회력의 신학적 의미
교회력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리스도의 탄생으로부터 그의 지상 사역의 전 과정을 반영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중심에 성경에서 밝히고 있는 구원의 생생한 메시지를 반영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앙과 삶이 이원화 되어있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중심이 성구집의 말씀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사역을 통하여 펼쳐지게 함으로써 성경을 신앙의 중심이 되도록 이끌어준다. 호레이스 알렌(Horace Allen)은 교회력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되어진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오늘 현대 설교가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구속의 복음을 증거할여야 할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는 것은 교회력을 통하여 교회가 연중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재현하는 것이라는 알렌의 말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교회력은 “은총의 교회력”이다.
교회력은 나아가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 보이고 증거한다. 교회력에 따라 말씀을 선포할 때, 설교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상 가운데 오심, 사역, 고난당하심, 십자가의 죽으심, 부활, 승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하여 선포한다. 따라서 교회력을 따라 구성된 성구집을 통하여 설교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놀라우신 일들을 계속해서 선포하고 감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사건들은 과거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예배에서 선포되어지는 말씀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반복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들 각자에게 개인 역사의 한 부분이 되게 한다.
이처럼 교회력의 의미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안에서 완성된 인간 구원 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라 한다면, 기독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주제로 하는 예배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계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해 동안의 여러 절기와 축일들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완성된 구원이 여러 가지 양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임을 기억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력은 교회가 계속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도록 하는 항구적인 은총의 수단들 가운데 하나이다. 교회력을 따라 구원의 역사를 되풀이해 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과거 사건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해 주신 은혜를 반복적으로 직면하게 한다.
대림절(Advent)은 그리스도께서 과거에 성도들에게 주신 은총에 감사하고, 그가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는 절기이다. 성탄절(Christmas)에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오셔서 자신을 내어 주심(God’s Self-giving)을 감사하고 선포한다. 주현절(Epiphany)은 예수께서 놀라운 기적과 가르침으로 하나님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심을 기념하고 선포한다.
사순절(Lent)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기억하고 선포하는 절기다. 교회력의 중심이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Easter)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면서 성도들에게 임할 부활을 체험하며 약속의 말씀을 받는다. 오순절(Pentecost)에 우리는 세상 끝까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며, 이후 우리는 예수께서 영광으로 다시 오시는 날까지 새 언약 교회의 긴 대장정의 기간(Ordinary Time, 비절기 기간)을 맞이하게 된다.
교회력 각각의 특징에 따라 구성된 성구집은 매주일 예배에 관련된 봉독문을 제공함으로써 예배를 더욱 생동감있는 현장이 되게 한다. 여기서 봉독문들은 지정된 날을 위한 예배 주제를 만들어주며 동시에 설교 본문을 제공한다. 성구집을 사려깊게 그리고 창조적으로 사용하는 목회자는 예배계획을 위한 필요 적절한 도움을 받을 것이다.
2. 교회력의 역사
교회력은 주후 4세기 말에 이르러 거의 완성되었는데, 처음에는 부활절을 전후로 해서 사순절과,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4세기에 이르러 하나님을 증거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시작과 관련된 주현절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현절은 성탄절과 나뉘고, 그 후에 마지막으로 대강절이 제정되면서 주후 4세기 말에는 오늘 현대 교회가 가지고 있는 교회력의 기본적 틀을 갖추게 되었다.
주후 386년 동방교회의 교부였던 크리소스톰의 설교는 초대교회 당시의 교회력을 언급하면서 당시 교회가 교회력을 따라 예배를 드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만일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나지 않으셨다면 침례를 받지 못했고 따라서 주현절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가 십자가에 죽고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면 Pascha(부활절)가 무슨 뜻이 있습니까? 그가 성령을 보내지 않았다면 오순절도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초대교회 당시에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절기였던 주현절,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결국 주후 4세기까지 내려오면서 이루어진 교회력은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과 믿음의 내용을 거의 반영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예수님의 오심과, 수난, 죽으심, 부할, 성령의 임재 그리고 그의 재림 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예배 달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대림절에서 시작하여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성령강림절) 등 여섯 계절로 구성되어 있어 예수님의 탄생, 죽음, 부활, 성령으로 강림하심, 나아가서 그분의 재림으로 완성되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역사를 매년 재현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세계 교회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빠져버린 전통적 교회력의 약점을 보완하여 삼위일체 교회력을 만들어 쓰고 있다.
오순절 이후 6개월이나 지속되는 비 절기 계절을 양분해서 9~11월을 ‘성부 하나님의 계절,’성탄절에서 부활절까지를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계절,’그리고 성령강림절에서 8월 말까지를 ‘성령의 계절’로 구분한 것이 삼위일체 교회력이다. 교회력은 창조절에서 시작하여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성령강림절) 등 7계절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성부, 성자, 성령 순으로 계절을 정리한 것이다.
Ⅱ. 성구집
1. 성구집의 신학적 의미
성구를 가리키는 라틴어 ‘lection’은 “읽다(to 뜻으로 설교, 가르침, 또는 묵상에 대한 조직적으로 묶여진 성경 구절들의 집합체로서 교회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성구집은 대개 두 패턴 중의 하나를 따라서 조직되는데,
첫째는, ‘lectio selecta(selected reading)’로서 예배시에 낭독할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자가 무작위로 선택하거나 청중의 삶과 연관된 말씀을 성경의 다양한 책으로부터 이끌어온 구절들이다. 초대교회는 교회력에 입각하여 각각의 종교적 축일이나 기념일에 적절한 말씀을 선별하여 예배 시간에 낭독하였던 것이 관찰된다.
둘째는, ‘lectio continua(continuous reading)’로서 성서의 한 책을 연속적으로 읽는 것인데, 이 방식은 유대교 회당에서 두루마리에 기록된 말씀을 연속해서 읽었던 관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을 따르면 예배 중에 성경 말씀을 책별로 연속하여 낭독하면서 설교자는 그 말씀을 본문으로 삼고 설교한다. 이 방식은 종교개혁가 칼빈과 쯔빙글리가 즐겨 사용하였다.
그들은 설교자가 임의적으로 본문을 선택하는 것은 그들의 개혁 모토인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 간주하였고 무엇을 설교해야 할지는 오직 성경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경을 계속적으로 읽고 그 말씀으로 설교하는 것을 주장하였다.
초대교회가 사용하였으며 현대 교회가 새롭게 개발한 ‘개정 표준성구집’은 ‘lectio selecta’로서 공중예배에서 소리내어 봉독하기 위하여 성경에서 선택한 부분들을 질서있게 연속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와같은 성구집들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공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예배 때에 봉독하기 위하여 선택한 성구들을 종종 ‘페리코피(pericope)’ 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헬라어 ‘perikop”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둥글게 잘라낸다’는 뜻을 가진다. 이 ‘잘라내어’ 선택한 부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그것들은 여러 주일, 주간들 혹은 축제들을 위한 것이고 이들은 각 시기마다 단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성경 구절이 될 수도 있다. 성구집은 교회 예배에서의 실질적인 필요로 인하여 발전되었다. 그것은 교회가 공중 예배에서 성서를 봉독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서봉독 계획을 수립하면 불필요한 반복을 피할 수 있고 성서의 내용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성구집은 교회력을 반영하는 구절의 연속으로 되어있고 공동체의 삶에 중요한 성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또한 목적이다.
성구집은 교회력(the church year)에 속한 다양한 예배일과 축일에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예배를 위하여 주어진 성서 읽기로서‘성서일과’라 불리어진다.
즉 공중예배에서 봉독될 수 있도록 어떤 분명한 지침을 통하여 선택된 성경 구절들의 모음이 곧 성구집이다. 성구집은 예배드리는 이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기억하게 하고 성경의 내용을 전체적이며 체계적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이것은 해마다 각 주일이 갖는 계절의 의미에 따라 주기적으로 적절한 성경구절을 배열해 놓은 것이다. <계속>
문상기 교수 / 침신대(설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