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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은 알고 있다

하늘 붓 가는데로-118

권혁봉 목사
한우리교회 원로

요사이 유행가 중 “저 강은 알고 있다.”라는 노래가 있다. 어쩌면 그 가사가 80대 시니어들의 10대 이야기를 말 해 주는 것 같았다. “비오는 낙동강에 저녁노을 짙어지면 흘려보낸 내 청춘이 눈물 속에 떠오른다. 한 많은 한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서 모질게 살아가는 이내 심정을 저 강은 알고 있다. 밤안개 깊어가고 인적 노을 사라지면 흘러가는 한세상이 꿈길처럼 애달프다. 오늘도 달래보는 상처뿐인 이 가슴 피 맺힌 그 사연을 설움 사연을 저 강은 알고 있다.”


나의 10대 시절은 내가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 1937년에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것은 조국을 마다 해서가 아니라 아버님이 노무자로 그 곳에 가셨기 때문에 출생지가 일본이 됐다. 나는 해방 직전 어머니랑 누님 그리고 동생이랑 귀국했고 아버님은 그 곳에 계시다가 해방 후 귀국하셨다.


강점기 초등학교 1학년 때 8월 15일 조국은 해방됐고, 6학년에 한국전쟁이 터졌으며, 중학교 3학년은 전쟁 중 선배 형님들의 피 값으로 살아남았고, 휴전직후 군 입대 해보니 무슨 군대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지 않아서 동상이 걸리고 굶주린 배를 안고 군 생활을 보냈다.


낙동강 전투에서 낙동강은 핏물 강이 됐다. 대구 직전 칠곡의 다부동 전투는 세계적인 전투지로서 너 죽고 나 죽고 적 죽고 아군 죽고 죽고 죽고 골짜기였다. 나의 10대 고생은 사춘기도 없었다.
먹어야 몸에 힘이 생기고 힘이 생겨야 생기가 돌고 생기가 살아야 사춘기를 맞는데 어느 세월에 사치스러운 사춘기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전쟁터를 눈으로 보았다. 누렁이 옷을 입는 인민군과 국방색을 입은 군인들이 싸우는 것을 철없이 구경했다.


그러나 그 전쟁터는 스릴 있고 공포스럽고 고통의 순간들이었다. 인민군은 모자를 썼고 아군은 철모를 쓴 것으로 양군 구별했다. 이빨만 하얗게 내어놓은 흑인병사들이 우리 마을 뒷산에 총을 메고 잠복하고 백지장같이 흰 색 얼굴에 노란 머리를 한 백인 미군이 뛰는 것을 보았는데 어린 시절에 인민군도 적과 같고 흑백 미군도 적처럼 느껴지던 철부지 시절을 낙동강변 모래 바닥에 씨름하면서 살았다. 초근목피(草根木皮) 식사다.


솔잎을 삶아 먹었다. 무슨 힘이 있었기에 낙동강 모래 밑에서 닭싸움 씨름을 뭐 그리 유명한 스포츠이었던가? 그래서 낙동강변 사람들이 한국 씨름을 주름 잡았는지 모른다. 고기 맛을 못 보신 아버지들은 낙동강의 민물고기를 잡수고는 모두 디스토마란 병에 걸려 죽기까지 했었다. 아군이 후퇴할 때는 인민군이 쫓고 인민군이 후퇴할 때는 아군이 쫓고 양군이 쫓을 때 마다 동네 사람을 향해 “네놈 어느 편이냐?” 라고 묻고 대답이 늦으면 “갈겨”하면 재판 없이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는데 우리 교회 남자 성도도 그때 고향 못 뚝에서 그렇게 죽어갔다. 점심굶기를 매일 같이 했다.


나와 친구는 닭 당번이 되어 닭 모이를 주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 닭 모이를 먹은지라 씹으니 꿀맛이었다. 그 때 닭 당번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우리의 광경을 보시고 ”너 무엇 하는 거야“라고 힘없이 말씀하시더니 그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선생님은 제자들의 배고픔을 아셨기 때문이다.


지금 80대는 지상 낙원에 산다고 생각한다. 정치하는 양반들은 애국보다 지위 싸움에 혈투하고 있지 않나 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배고픈 서러움은 누가 알랴. “저 강은 알고 있다” 우리 마을 낙동강은 알고 있다. 어린 시절 꿈꾸던 낙동강 모래밭은 알고 있다. 그 모래 밑에서 꿈꾸던 80대 나는 지금도 저 강은 알고 있다는 친구 삼아 목회하고 있다. 어느 친구는 법조계, 어느 친구는 정치계, 또 어떤 친구는 사업계에 일하고 있다. 그들 역시 “저 강은 알고 있다” 는 강을 친구삼아 살고 있다.


낙동강은 지금 80대 시니어들의 10대 고향이다. 그런데 밥 없으면 라면 끓여 먹으라고 하는 세대에 명(命)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시니어들의 10대의 눈에는 낙동강 피가 보였고 대구 칠곡 다부동 전투의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 것을 누가 알랴? 낙동강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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