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창세기 12:1-4은 A씨리즈에서 사순절 두 번째 주일에 사용되었지만 A씨리즈 일반 주일 다섯 번째 주간에 제시되고 있다. 아브라함과 하나님이 언약을 맺으시는 장면도 C씨리즈의 일반주일 두 번째 주간에 나오는데 12주 후 일반주일 열네 번째 주간에 다시 나온다. 이와같은 지적은 향후 개정 표준성구집의 다각적인 연구와 새로운 구성의 필요성을 요청한다.
4.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 자료들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를 실행하려면 기본적인 자료가 요청된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성구집”이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개정 표준성구집’은 3년을 주기로 1년 52주에 해당하는 구약의 말씀, 서신서의 말씀, 복음서의 말씀, 그리고 시편의 말씀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한진은 성구집 자체만으로는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하여 설교하고자 하는 설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출판되고 있는 두 개의 자료를 소개했다.
그중에 첫째는 ‘예배와 설교 핸드북’이다. 이 책은 현재는 한일장신대학교 정장복 총장이 1984년 장신대학교 예배 설교학 교수로 재직 중일 때부터 “표준성구집(common lectionary)”을 따라 매년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서 1992년부터는 “개정 표준성구집(revised common lectionary)”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단연 교회력과 성구집을 따르는“주일 낮 예배 및 설교 지침이다.”
특징적으로, 서구 교회들에 친숙한 절기이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낮 설은 절기(대림절, 주현절)의 적용이 수월하지 않은 문제와 함께 매년 5월달에 한국교회가 지키는 축일, 어린이주일과 어버이주일 등을 포함하여 광복절 감사주일, 추수감사주일에 대한 별도의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이 있다.
한국교회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자료는 전 영남신학대학교 총장이었던 김종렬 교수가 중심이 되어 1988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예배와 강단’이다. ‘예배와 강단’은 발행 초기부터 2002년까지 독일 권 개신교회가 사용하는 성구집(Perikopenreihe)에 근거하였고, 2003년부터는 ‘개정 표준성구집’을 따르고 있다.
‘개정 표준성구집’은 3년을 주기로 1년 52주에 해당하는 구약의 말씀, 서신서의 말씀, 복음서의 말씀, 그리고 시편의 말씀을 보여주는데 ?예배와 강단?은 시편의 말씀은 ‘예배의 부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3개의 본문 가운데 하나만을 주일 설교 본문으로 사용하여 총 9년의 주기를 기본으로 삼는다.
나가는 말
현재 미국 교회는 성공회나, 루터교, 그리고 감리교를 중심으로 성구집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남침례교의 경우는 성구집 사용이 교단적으로 공식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목회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바틀렛에 의하면, 미국 개신교회의 50% 이상이 성구집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 교회들도 21세기 들어서면서 예배에서 성구집 사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특히 교회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교회는 교회력과 연관하여 구성된 성구집을 예배시간에 낭독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의 말씀을 중심으로 설교하는 형식이 하나의 설교계획 방법으로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동준 목사가 출판한 그의 설교집,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인의 삶: 교회력과 성서일과에 따른 본문 강해설교’는 한국교회 강단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한국침례교는 이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미미하다. 물론 지역교회나 목회자들의 자율에 속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으나 교단적인 차원에서 적극 활용을 위한 권장이 필요하다.
3년 주기 성구집을 비롯하여 개신교회들이 사용하고 있는 성구집들은 나름대로 제한점을 가지기도 하고 실제 사용함에 있어서 개선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력과 성구집은 교회 역사가운데서 지속적인 발전과 수정을 거쳐 오늘 이 시대의 교회에 보다 폭넓은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방교회 1500년 성구집 역사와 비교하면 40여년의 짧은 연혁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교회연합 위원회가 3년주기 성구집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음으로 보다 실용성이 높은 성구집의 출현이 예상된다. 성구집의 효과적인 사용은 전적으로 목회자에게 달려있다. 목사는 성구집을 설교와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경의 골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의 교회에서 특별한 요구와 상황에 맞도록 창조적이고 탄력성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가운데 하나는 목회자들이 가지는 과중한 설교의 짐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한 주일에 여러 편의 설교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균형과 짜임새를 갖춘 설교 사역을 수행해 내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설교자는 교회력과 성구집을 활용한 설교 계획을 통하여 혼돈과 무질서를 벗어나 설교의 균형을 회복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나아가 기독론을 중심으로 하는 메시지를 선포함으로써 현대 강단이 복음의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을 탈피하며 설교의 구속적인 목적을 보다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끝>
문상기 교수 / 침신대(설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