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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 3

 

(2) 구약 성경에서 사형에 대해 제일 먼저 언급된 부분은 하나님과 노아와의 언약 가운데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창세기 96절은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아 방주에서 나왔을 때 하나님이 내리신 명령이다. 존치론자들은 이 구절이 하나님께서 살인자에 대한 심판권을 인간에게 맡기시겠다는 의미로 본다.

곧 법적 재판과 형무관 제도를 시사하고 있는 구절로 해석한다. 또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타인의 생명을 파멸시키는 자는 하나님께 폭력을 가하는 자이기 때문에 살인자는 반드시 자기가 가한 대로 보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신대의 김정우 교수는 이에 대한 해석을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기 위해, 살인자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한 사형제를 인준하셨다고 주장한다.

 

(3) 출애굽기 2123-4절에 보면 모세의 율법을 근본 원리로 들어 사형제도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즉 구약의 동태보복법(lex talionis)이 현대 사회에서도 적용 가능한 정당한 법이라고 본다. 이런 근거들을 통해 십계명 가운데 2-6계명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명령으로 해석하며, 그 명령을 어겼을 경우 처벌은 반드시 사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 신약에서는 로마서 131-7절을 주 논거로 사용하는데, 4절에 기록되어 있는 칼을 삶과 죽음에 관하여 정부가 가진 권력으로 해석한다. 존치론자들은 국가가 지닌 사형권을 국가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스프라울(R. C. Sproul)에 의하면 성경적 의미에서 칼의 힘은 분명 죽일 수 있는 힘을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이다.

 

종교개혁자인 칼빈(J. Calvin)도 로마서 13장을 근거로 권세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하며 하나님에게서 오지 않는 권세는 없다고 주장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주권자들은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선을 행하는 사람을 칭찬하며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징조를 집행한다고 강조하고 불의한 집권자에게 까지도 복종할 것을 주장했다. 사형 존치론자들은 로마서에 나타난 말씀이 사형제도를 확실하게 인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지닌 칼의 권위 속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한이 있음을 드러낸다고 본다.

 

2) 폐지론자의 입장

(1) 폐지론자들은 신명기 135절에 나타난 말씀을 토대로 사형제도는 구약을 통해 하나님에 의해 요구된 법률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신실한 계약 관계를 형성한 선민으로서 성결한 책임에 있었다. 그리고 구약에는 사형집행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제한이 나타나 있다.

구약성서 안에서의 사형제도는 하나님과의 계약 안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그러므로 구약성서에 나타난 사형의 의미는 유태인들의 신앙과 문화에 바탕을 둔 이스라엘 민족에게 국한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가 그리스도교적 형벌의 의미로 대체되어서는 안 되며 구약의 구절을 들어 사형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견해를 표명할 수는 없다.

 

(2) 신약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가 국가 권력의 범위 안에서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는 경우가 없다.

신약은 사형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 보복을 원하는 성향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즉 예수는 악을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복수법에 근거한 폭력을 반대하면서 원수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랑과 용서의 윤리를 강조한다. 또한 로마서 13장의 내용도 사도바울이 사형제도를 인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이 아니다.

 

사도바울이 말하는 순종의 요구는 국가 공권력이 만약 선한 것을 추구하지 않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로마서 13장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처한 특별한 역사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신약에서는 로마서 13장을 제외하고 사형 제도를 윤리적 문제로서 강조하여 이야기하지 않으며, 단지 사형제도의 존재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심으로 더 이상 폭력에 의거하지 않고, 사랑에 의해서 원수와 친구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제시하였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은 끝없이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보여준 사건이다.

 

신약성서는 사형 제도를 정당화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형 제도를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모든 이해타산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정의는 인간적 정의의 보복논리를 배제한다. 그러므로 보복의 정의에 참된 평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속에서 참 평화와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인간의 법률을 초월하는 사랑과 신앙을 강조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4. 한국교회에서의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쟁

그동안 한국 교회 내의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표적으로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룹들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고,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윤리학자들의 입장은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신학연구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사형제도의 존폐여부를 성경에 입각해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상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오히려 사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성규 목사는 성경 어디에도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된다는 말은 없다고 설교했고, 기조연설을 맡은 이종윤 목사는 사형을 폐기하여 획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보편적인 법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반드시 죽어야할 죄에 대해 반드시 죽으리라고 선언하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거역이라고 주장했다. 조직신학자인 이승구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을 손상시킨 죄로 인해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논지를 펼쳤다.

 

이승구 교수는 왜 하나님께서는 살인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극형을 명령하신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따라서 인간을 손상시킨 이는 하나님의 형상을 손상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천신학자 정일웅 교수는 사형제도는 범죄예방효과 뿐 아니라 생명존중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김종걸 교수 / 침신대 신학과(체계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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