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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인가 상처인가”-1

사울의 죽음을 보고한 평행 본문간의 상이한 의미(삼상 31:3, 대상 10:3)

기민석 교수
침신대 신학과(구약학)

성경의 여러 책들 가운데에는 서로 간에 ‘평행’(平行, paralleled) 혹은 ‘공관’(共觀, synoptic) 하는 본문들이 있다. 어떤 사건이나 어록이 한 책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책에도 같이 등장하는 경우, 그 본문들을 평행 혹은 공관 본문들이라 일컫는다. 아마도 성서 독자들에게 ‘공관복음’이라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 중, 마태, 마가, 누가의 복음서가 서로 매우 유사한 평행 본문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세 권을 공관복음서(Synoptic Gospels) 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세권은 같은 역사적 자료나 전승에서 비롯됐거나 이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관복음서의 평행 본문들 간에 쉽게 보이는 것처럼, 평행 본문이라고 하여 꼭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작아도 분명한 차이가 보이기 때문에, 이런 변이는 성서 독자들과 연구자들의 탐구 대상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마태복음 5장 3절)라는 구절은, 평행 본문인 누가복음에서는 “심령”(마음)이라는 단어가 빠진 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누가복음 6장 20절)로 적혀있다. 이런 차이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개별적인 신학적 입장에 따른 결과로도 보이고, 각자 의존한 역사적 자료와 전승의 차이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평행 본문 간의 차이는, 비록 작다 할지라도 신학적으로 그리고 역사-문헌적으로 크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공관복음서간의 평행 본문들 만큼 성서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구약성서 안에도 수많은 평행 본문이나 구절들이 있으며, 공관복음서의 평행 본문들 만큼 의미 있는 관찰 결과를 제공하여 준다. 구약성서의 여러 책들 가운데 특히 역대기는 다른 책들과 수많은 평행 본문을 공유하고 있다.


빨라야 포로기 이후에 작성됐을 것으로 여겨지는 역대기는, 그 저자(들)이 분명 선대의 문헌자료나 전승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기가 보여주는 평행 본문이나 구절의 변이는, 비록 작은 차이라 하더라도 꽤 큰 의의가 있다. 포로기를 겪고 극복하며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지점에서, 역대기 기자는 전승의 변이를 통해 무었을 꾀하려 했을까?


이번 기고는 ‘사울의 죽음’을 기록한 사무엘서와 역대기 간의 평행본문을 관찰하려고 한다. 평행하는 본문이지만 이들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발견되며, 그 차이는 분명 신학적 의의를 지니리라 본다. 아쉽게도 수많은 성서 번역은 이 차이를 간과한 체, 그야말로 번역 자체를 ‘평행’시켜버렸다. 이에 연구자는 사울의 죽음에 대한 두 역서서 간의 평행본문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밝히고, 그 의의를 반영해 해석하고 번역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평행 본문간의 차이
역대기 본문 가운데에는 신명기적 역사서의 왕정 역사 기록인 사무엘서나 열왕기서와 평행하는 본문들이 존재한다. 물론 사무엘서와 열왕기서 외에도 역대기와 서로 본문을 공유하는 다른 구약 책들은 더 있다. 역대기의 기록은 신명기적 역사서들보다 후대에 적혔기에, 자연스럽게 전자가 후자에 의존해 기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상당하다. 신명기적 역사서와 역대기 역사서가 공동의 ‘원문’(Vorlage)을 참조해 각자의 방식대로 기록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서로 완전히 다른 전승으로부터 각자의 방식대로 기록을 했을 가능성도 제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개연성 있는 추론은 역대기 사가의 손에는 분명히 앞선 시대로부터 전수되어 온 신명기적 역사서가 펼쳐져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즉, 역대기의 왕정 기록은 이미 존재하는 신명기적 역사서의 왕정 기록을 상당히 ‘의식’하는 가운데에 기록됐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평행 본문 간에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왕정 역사에 관한 평행 본문들을 비교해 보면, 상응하는 부분과 상이한 부분이 쉽게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역대기 기록은 신명기적 역사서의 기록을 그대로 따르다가도, 나름의 방식대로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변이에 있어서, 역대기 역사서가 어떤 문학적 혹은 신학적 의도를 가지고 그런 차이점을 유도하거나 수용하였는지는 비평 학자들의 오랜 관심 대상이었다.


평행 본문 간에 발견되는 상이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뤄진 본문들의 번역이나 해석들에는 면밀한 관찰이 결여된 결과들이 있다. 그 한 예를 사울 왕의 죽음을 기록한 사무엘상 31장과 역대상 10장간의 평행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반적인 성서 번역들을 따르자면, 평행 구절인 사무엘상 31장 3절과 역대상 10장 3절 모두 사울 왕이 블레셋 활잡이들에게 부상을 입어 고통스러워한다는 기록이다. 그러나 히브리어로 기록된 마소라(masoretic) 본문을 보면 세밀한 차이가 분명히 보인다.


연구자의 관찰에 의하면 사울이 고통 가운데에 몸을 떠는 이유가 각자 다른데, 사무엘상의 기록에서는 ‘두려움’ 때문이고 역대상의 기록에서는 ‘상처’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문체적(stylistic) 변동을 준 것이 아니다. 이 변이는 뚜렷한 신학적 의의가 있는 창의적 변이임을 밝히고자 한다.


사울의 죽음에 대한 평행본문의 차이
사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주요한 기록은, 사무엘상 31장과 사무엘하 1장, 역대기 10장이 보고하고 있다. 사무엘상 31장과 사무엘하 1장의 기록은 평행본문은 아니지만, 사울의 죽음에 대하여 상이한 보고를 하고 있어 논의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무엘상 31장에는 사울의 세 아들이 죽고, 사울은 자결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곧 이은 사무엘하 1장에는 어느 아말렉 젊은이가 다윗에게 사울의 죽음에 대한 비보를 전하는데, 사울의 아들 중 요나단 한 사람의 죽음만 전하고 있으며, 사울도 자결이 아니라 이 아멜렉 젊은이가 그의 목숨을 끊어준 것으로 되어있다.


사무엘상 31장은 사무엘상을 끝맺음하는 마지막 본문이고, 연이은 사무엘하 1장이 또 한 번 사울의 죽음을 기록하고 있기에 둘 간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같은 사건에 대한 상이한 기록이 이렇게 연이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무엘상 31장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불필요 부분으로 폄하되기도 했고, 사무엘상 31장과 사무엘하 1장은 서로 다른 전승을 이어받은 본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상 보자면, 사무엘하 1장에 기록되어 있는 아말렉 젊은이의 말은 다윗에게 거짓 보고를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아말렉 젊은이가 세 아들의 죽음 중 요나단만 언급한 이유는 그의 안녕이 다윗의 주요 관심이기 때문이고, 자신이 사울의 목숨을 끊은 것으로 거짓말을 한 이유는 다윗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무엘하 31장과 역대기 10장의 사울 죽음 보고는 서로 평행하는 본문 간이다. 사건뿐만 아니라 문헌적 전승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평행 본문 간에도 적지 않은 상이점들이 발견되는데, 미미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번역이나 해석에 있어 상이점이 쉽게 간과되기도 한다. 본 연구가는 병행하는 사무엘상 31장 3절과 역대상 10장 3절을 그 대표적인 예로 보려한다. 대표적인 히브리어 본문인 마소라 텍스트는 두 구절을 아래와 같이 기록한다.


작은 차이를 빼고는 거의 유사한 문장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서 번역은 이 둘 간의 차이를 예민하게 의식하지 않고 거의 유사하게만 기록했다. 대표적인 번역들을 아래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개역개정
“사울이 패전하매 활 쏘는 자가 따라잡으니 사울이 그 활 쏘는 자에게 중상을 입은지라”
“사울을 맹렬히 치며 활 쏘는 자가 사울에게 따라 미치매 사울이 그 쏘는 자로 말미암아 심히 다급하여”

새번역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전세가 사울에게 불리해졌다. 활을 쏘는 군인들이 사울을 알아보고 활을 쏘자, 그가 화살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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