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두려움인가 상처인가”-2

두 평행본문의 언어적 분석 및 번역

기민석 교수
침신대 신학과(구약학)

3절 전반부
평행하는 구절의 처음 두 단어는 동일하다. 마소라 본문의 첫 단어인 ‘바티흐바드’(וַתִּכְבַּד)는 그 동사 원형의 뜻이 ‘무겁다’이고, 두 번째 단어인 ‘밀하마’(מִלְחָמָה)는 그 뜻이 ‘싸움’이다. 연구자가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하자면 “싸움이 버거웠다”로 볼 수 있다.


위 대부분의 번역도 서로 간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번역을 하고 있다: “치열해지다”, “격렬해지다”. “press hard upon”, “grow fierce”, “go sore against”, “go hard against”, “wurden hart gegen.” 다만 개역개정의 “패전하다”는 지나치게 의역한 경우다. NRSV의 “press hard upon”이 연구자의 사역과 가장 가까운 번역이다.


세 번째 단어에서는 ‘사울’앞에 붙는 전치사에 차이가 보인다. 사무엘상 31장 3절에서는 ‘엘’(אֶל), ‘~에게’이며, 역대상 10장 3절에서는 ‘알’(עַל), ‘~맞서(against)/ ~위에(upon)’이다. 사울에게 닥친 싸움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뉘앙스의 세밀한 차이를 살리자면, 전자는 “싸움이 사울에게 버거웠다”, 후자는 “싸움이 사울에 맞서 버거웠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두 전치사의 상이점을 살려 번역한 경우는, 이 번역들 가운데에서는 NRSV이다. 사울(Saul) 앞에 붙는 전치사를 ‘upon’ 과 ‘on’으로 각자 다르게 번역했다. 카톨릭성경은 독특하게 두 전치사 모두 ‘가까이에서’로 번역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단어도 일치하는데, “그리고 활잡이가 그를 찾았다”로 직역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단어인 ‘활잡이’(הַמּוֹרִים)에 이어서 두 평행본문 간에는 또 차이가 보인다. 사무엘상에는 ‘사람들’(אֲנָשִׁים)과 ‘활을 가진’(בַּקָּשֶׁת, with bow) 이란 뜻의 두 단어가 뒤따른다. 역대상에는 ‘사람들’이 생략되어 있고 ‘활을 가진’ 만 뒤따른다. 의미상에 서로 크게 다른 점은 없으며, 전자는 “활잡이, 활을 가진 자들”(the archers, the men with bow)로, 후자는 “활을 가진 활잡이”(the archers with bow)로 직역할 수 있다.


3절 후반부
3절의 후반부에는 좀 더 주목할 만한 상이점이 보인다. 사무엘상 31장 3절b와 역대상 10장 3절b는 모두 ‘바야헬’(וַיָּחֶל)로 시작하며, 그 뜻은 “그리고 그는 떨었다”로 볼 수 있다. 마소라 본문이 남긴 모음을 따르자면 그 동사의 원형이 ‘훌/힐’이며, 고통에 몸을 “뒤틀다” 혹은 두려움에 몸을 “떤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위 대부분의 번역들은 마소라 본문을 따르지 않고 사울이 “부상을 입다”로 해석하고 있다. 사울이 떠는 이유가 활잡이들에 의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는, 이어진 4절과의 조화를 위해 사울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4절을 보면, 사울이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옆에 있던 무기병에게 자신을 죽여 줄 것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절망을 느꼈을 정도면, 분명히 사울이 활잡이들로 인해 큰 중상을 입었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3절에서 사울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는 것에는, 나름의 또 다른 해석 전승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소라 본문의 ‘바야헬’(וַיָּחֶל)을 다르게 분석하는 것이다. 그 동사의 원형을 ‘훌/힐’)이 아니라 ‘하라’(‘병들다, 연약하다’)로 보거나, ‘하랄’(‘뚫다, 찌르다’, ‘더럽히다’)로 보는 것인데, 마소라 전승과는 다르게 모음을 구성하면 된다.
이처럼 3절에서 사울이 아프거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는 해석은 헬라어 역본인 칠십인역도 지지한다 : = “그리고 그는 배에 상처를 입었다.” 라틴어역인 벌게이트도 사울이 상처를 잎은 것으로 제시한다. 


마소라 본문을 있는 그대로 따르자면 아직 사울이 상처를 입은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사울이 극한 고통이나 공포에 몸을 떠는 것만 확실하다. 그리고 사무엘상과 역대상 두 평행 본문들에서, 3절 후반부의 나머지 단어들을 보면, 사울을 떨게 했던 사유가 나온다. 그런데 서로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사무엘상 31장 3절b에는 ‘바야헬’(וַיָּחֶל)에 이어 ‘매우’라는 뜻의 부사 ‘므오드’(מְאֹד)가 뒤따른다. 그리고 “그 활잡이들로 인해”라는 뜻의 ‘메이하모림’(מֵהַמּוֹרִים)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사무엘상 31장 3절b는 “그 활잡이들로 인해 그는 매우 떨었다”로 직역할 수 있다. 반면 역대상 31장 3절b는 ‘바야헬’(וַיָּחֶל)에 이어 ‘민-하요림’(מִן־הַיּוֹרִים)이 뒤따른다. ‘~인해, 때문에’를 의미하는 전치사 ‘민’(מִן)을 제외하면 두 평행본문 간의 차이는 사무엘상의 ‘모림’(מוֹרִים)과 역대상의 ‘요림’(יוֹרִי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서 번역은 이 차이를 깊이 고려하지 않는다. 전자 ‘모림’(מוֹרִים)은 “쏘다”라는 뜻의 동사 ‘야라’의 히필 분사 남성 복수 형태이며, 이 동사의 히필은 칼과 마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쏘는 자들” 즉, “활잡이들”로 번역할 수 있다. 이 용례는 사무엘하 11장 24절에도 발견된다.


후자 ‘요림’(מִן־הַיּוֹרִים)은 전자와 같은 어근 동사의 칼 분사 남성 복수 형태이며, 뜻은 마찬가지로 “쏘는 자들/ 활잡이들”이 될 수 있다. 같은 용례가 역대하 35장 23절에도 발견된다. 사무엘상 31장 3절에는 ‘모림’(מוֹרִים)이 두 번 나오며 모두 ‘활잡이’를 뜻한다. 역대상 10장 3절에서는 평행하여야 할 두 ‘모림’이 한번은 ‘모림’으로, 다른 한번은 ‘요림’(מִן־הַיּוֹרִים)으로 표기되었다. 왜 역대상 본문은 사무엘상 본문에 두 번 나오는 ‘모림’를 굳이 다르게 표기했을까? 역대상 본문이 사무엘상 본문의 두 번째 ‘모림’을 ‘요림’으로 표기한 것은 분명 고의적인 것이다. 사무엘상 본문의 두 번째 ‘모림’, 즉 ‘활잡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요림’(יוֹרִים)의 의미
역대하 10장 3절b의 ‘요림’(יוֹרִים)은, 같은 구절 안에 있는 10장 3절a의 ‘모림’(מוֹרִים)과 어근은 같지만 다른 형태로 적혀있는데, 매우 의식적인 변이로 보인다. ‘활잡이’를 뜻하는 ‘모림’과 적어도 이 구절 안에서는 그 의미가 분명 달라야 한다. 같은 의미의 단어를 서로 다르게 기록할 음악적 유희적 당위성도 이 구절 안에는 전혀 없다.


‘요림’(יוֹרִים)은 ‘쏘다’라는 뜻의 ‘야라’(יָרָה)의 칼 분사형태다. 마소라 원문에는 ‘요림’ 앞에 정관사가 붙어 ‘하요림’(הַיּוֹרִים)이며, 이는 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인 ‘활잡이’를 지칭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미 활잡이를 지칭하는 단어 ‘모림’(מוֹרִים)이 같은 구절에 있기 때문에, ‘요림’을 ‘활잡이’로 해석하는 것은 제외시켜야 한다.


히브리어의 분사는 동사적 형용사로서의 기능도 한다. ‘요림’(יוֹרִים)을 ‘활잡이’가 아닌 ‘쏘는’(shooting)이라는 동사적 형용사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하요림’(הַיּוֹרִים)을 ‘그 쏘는 자들’이 아니라 ‘그 쏜 것’(the shooting)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형용사 앞에 정관사를 두어 명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성서 히브리어 안에 그 용례가 수없이 많다.


위 추측이 맞는다면, 두 평행 구절이 사울이 떨었던 이유를 서로 다르게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무엘상 구절에서는 활잡이들의 접근으로 인해 사울이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고, 역대상에서는 사울이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어 몸을 괴롭게 비틀었던 것이다. ‘요림’(יוֹרִי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문맥 가운데에서도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그 정당성은 연이은 4절의 이해를 통해 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