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제도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소리는 사형수의 생명권만 생각하고 살해당한 자의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일웅 교수는 오히려 사형제를 존치함으로 생명의 귀중성에 대한 경각심과 교훈을 더하는 상징적인 의미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구약학자 김정우 교수는 사형제도 존폐와 관련하여 신중론을 밝혔다. 김정우 교수는 모세의 율법에서 의도적인 살인죄는 사형으로서 그 죄 값을 갚아야 하며 이 과정에 있어서 엄밀하고도 공정한 법적인 절차가 요구됐다며 이 모든 사형과 관련한 성경본문들은 사형제를 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약의 법을 세속 문화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정우 교수는 성경은 인간이 만든 제도에 대해 하나의 답만을 주는 책은 아니기에 우리는 성경 안에서 존치론과 폐지론의 근거를 모두 다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사학자 이상규 교수는 사형제도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교부시대로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고신대 신원하 교수는 창세기 6장에 있는 노아의 홍수 본문을 사형제에 대한 성서적 근거로 보고 이 말씀이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과 같이 사형제 존치론 쪽에서는 사형에 대한 성서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성서를 권위 있게 수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구약에 등장하는 심판과 공의의 하나님을 드러내어 강조했다.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윤리학자들은 사형제 폐지 찬성의 이유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주로 제시했다. 서울신대의 유석성 교수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피조물로서, 인간의 생명은 고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 생명의 주인인 하나님으로부터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감신대의 박충구 교수는 모든 인간은 그들이 어떠한 죄를 범했는가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의 대상인데, 사형제도는 사람이 하나님의 은총에 접근할 가능성을 박탈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독교적 관점에 따른 주장 뿐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사형제도가 지닌 오판과 악용, 오용의 한계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군사독재정권 시절 인혁당 조작사건을 통해 억울한 사형이 이뤄진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신기형 목사(이한교회)는 미국에서는 백인보다 흑인을 사형시키는 비율이 높다며, 정의는 편파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사형제 폐지 이유를 밝혔다. 기독교윤리학자들은 범죄 예방 효과가 낮다는 점과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우려 등 사형제 존속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장신대 노영상 교수는 사형제가 범죄자에게 경각심을 줘서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형제 폐지국과 사형제 존치국의 범죄율에 대한 통계상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한신대 강성영 교수는 사형제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라고 하지만, 사형으로 피해자 가족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인자를 사형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보며, 죽임보다 살림의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회대의 강원돈 교수는 사형 판결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사형을 집행하면 판결의 잘못을 만회할 수 없으므로 하늘 아래 그 누구도 생명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장신대 김은혜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에 대한 존엄성 때문에 인간은 어떤 죄를 지어도 법적으로 죽음의 결정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호남신대 김형민 교수는 사람의 생명을 끊는 사형제는 기독교 정신이 아니며, 벌의 목적은 개인을 교화하고 사회에 편입하기 위한 것이지, 영원히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신대의 유경동 교수는 구약에서 생명을 죽이는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서의 일부분을 택해서 절대화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대부분의 기독교 윤리학자들은 성서의 핵심은 사랑이고 예수그리스도의 정신은 타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므로, 사형제로 한 생명에 종지부를 찍지 말고 사형을 넘어서 기독교정신으로 호소할 때 이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이 성서 일부를 택해서 문자 그대로 절대화해서 구약에 나오는 사형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하며,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의 정신에 따라 사형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즉 사형제도의 존치론이 강조하는 응보의 정의보다, 범죄자에게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5. 결론
사형제도 폐지가 옳은가? 아니면 사형제도 유지가 더 기독교적인가? 사형제도가 정당한 제도로서의 처벌인가, 아니면 부당한 제도로서의 살인 범죄인지의 여부를 필자가 위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듯이 성경은 사형제도의 존폐 문제에 있어서 흑백논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양 진영이 동일한 성경을 가지고 해석을 달리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형제도의 존치와 폐지에 대한 이론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이고, 옳고 그른 것이지 성경은 인간이 만든 제도에 대해 하나만의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국교회 내에의 목회자, 신학자들 간에도 신학적 정체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보응과 사랑의 양면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창조의 질서로서 보응을 강조하는 입장은 사형제도의 존치를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형제도는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제도로 인권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류의 구속주인신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보면 우리를 사랑했기 때문인데, 사형제도를 통해서 죄를 묻는 근본취지가 사회로 부터 영원히 격리한다는 차원이라면 사형이라는 국가권력의 물리적인 폭력을 통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법적인 처벌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사형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에 대한 죄를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은 오직 하나뿐이며 가장 존귀한 것이고, 따라서 피해자의 생명이나 범죄자의 생명의 가치에 그 경중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형제 폐지론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하나님께 달려 있는 것이기에 우리들은 아무리 극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만든 법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으므로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학함과 기독교의 필요성은 제기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우려도 인정해야 한다.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문화와 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김종걸 교수 / 침신대 신학과(체계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