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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철학의 정점:신앙과 이성의 조화-6

신앙과 이성에 대한 전망

연구자의 목표는 신앙과 이성의 긴장과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알고 신앙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앙과 이성이 분리된 시대에도 신앙과 이성은 여전히 우리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성은 우리가 맹목적인 믿음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신앙은 이성의 활동에 풍요로운 의미와 맛을 부여한다. 신앙과 이성은 원래부터 인간의 문화와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였다.

 

새는 날기 위해 두 날개가 필요하다. 진리를 향해 우리가 날 수 있었던 것은 신앙과 이성이라는 두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이성의 빛만을 지나치게 절대화하는 오류가 이성주의, 합리주의이다. 또한, 신적 은총으로 이성이 정화되어 계시된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이성의 가능성을 불신하는 것이 허무주의로 흐르게 한다. 이러한 양극단으로는 진리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떻게 신앙의 본질을 손상하지 않고 철학을 신학으로 도입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 철학은 언제든 오류 가능성이 있고, 비판되고 수정될 여지가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기에 기독교적 이성을 회복해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적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불변하지만 그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할 시대적 상황은 항상 가변하기 때문에 기독교적 삶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교회들이 혹시 기독교 지성, 이성을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기독교적 지성을 계속 무시한다면 불건전한 신앙의 패턴이 교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교회 역사에 계속되어 온 악성적인 이원론적인 신앙의 극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연구자는 이성을 동반한 신앙이 죽은 믿음이 아닌 역동성을 드러내는 성숙의 단계로 갈 것이라고 본다. 신앙적 이성을 통해 잘못된 신앙, 광신이나 맹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신천지, JMS, 구원파, 통일교 등 이단 및 사이비 거짓 종교로부터 참된 신앙을 분별하게 하는 것도 기독교적 이성이다. 결국은 신앙과 이성의 긴장과 조화로운 관계가 요청된다.

 

연구자는 신앙은 이성의 결과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작업의 전제로 작용한다고 본다. 신앙과 이성에서 플랜팅가(Alvin Plantinga), 올스턴(William Payne Alston, 1921-2009)과 함께 기독교 인식론을 발전시키고 확장한 미국의 기독교철학자인 월터스토프 (Nicholas Walterstorff)는 ‘종교의 한계 내에서의 이성’이라는 표현을 하며 이성에 대한 신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러한 표현은 신앙과 이성에 대한 입장을 매우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본다. 기독교인에게는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 인간 문제의 궁극적 해답이다.

 

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인간 이성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과의 대립점이 되고, 신앙과 이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부수는 걸림돌이다. 신성과 인성의 결합인 육화(incarnate)의 신비스러운 사건은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되는 진리는 이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리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앙과 이성이라는 두 가지 인식 방식은 완벽한 진리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잊어 서는 안된다.

 

과학자들이 신뢰하며 자연적 질서의 합리성을 보장하시는 분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동일한 한 분이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것이 고, 인간은 진리를 탐구하며 구원을 갈망한다.

 

계시를 신앙 안에서 이해하려는 신학은 이성을 통해 발전되어 온 철학의 유산과 연결돼야 한다. 신학과 철학 사의의 관계가 순환적이 될 때 진리는 완전히 이해되어 질 수 있다. 삼위일체의 신비와 인류구원의 보편적 의미를 선포하는 신학이 철학의 도움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연구자는 자연적인 이성이 아닌 신앙의 빛으로 조명된 이성은 올바른 이해를 통해 계시된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본다. 기독교인은 이성과 신앙의 상호 작용을 통하여 최고의 삶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철학의 특징은 이성만으로는 알 수 없을 진리들이 신앙을 통해 제시된다는 것과 이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교만함과 자만심을 정화시키는 신앙의 역할이다. 신앙과 이성이 서로를 대적하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 가운데 협력한다면 기독교인들의 신앙은 더 깊어지게 되고 강해진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의 목표는 창조, 타락, 육화, 십자가, 구속, 죽음, 부활, 승천, 성령, 재림에 관한 계시를 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성경에 대한 면밀한 주석 작업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리의 절대성을 현시대의 문화에 반영하는 화해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담고 있는 철학적 함의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연구해야 한다. 철학은 신앙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초석이 된다는 사실이다.

 

신앙과 이성, 신학과 철학의 조화와 협력은 인류의 진보에 공헌을 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것이 변화하여 최첨단 사회 발전과 수준 높은 문화적 산물을 만드는 지금도 한국교회 상당 부분은 무모한 신비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비주의적 기복 신앙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앙과 신학을 불건전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이방 종교와 비슷한 잘못된 기복 교리를 정통 기독교의 진리인양 설파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 세력들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성경과 기독교 전체를 인간이 가진 이성적인 능력으로만 모두 해석할 수도, 운용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 세우신 이 땅의 기독교가 우리 인간에게 주신 이성적인 능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맹목적이고 기복적인 믿음 만능주의는 성경이 말하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이단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연구자는 성경적 가치관으로 회복된 이성과 신앙의 조화는 하나님의 진리를 제대로 알고, 이 땅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 존재의 풍부한 삶을 살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끝>

김종걸 교수 / 한국침신대 신학과(종교철학)